▲ 주저 앉은 손흥민(아래)와 로 셀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경기 통계에선 압도적이나 내용은 답답했다. 토트넘의 뉴캐슬전 패배는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토트넘은 26일 오전 0시 30분(한국 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19-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에서 뉴캐슬에 0-1로 졌다. 

안방에서 충격적인 패배다. 경기 통계는 답답했던 내용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토트넘은 무려 79.85%의 점유율를 기록했다. 패스도 760개에 달한다. 슈팅도 17개나 시도했지만 유효 슈팅은 단 2개뿐. 8개는 골대 밖으로 흘렀고 7개가 상대 수비에 막혔다. 공격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찬스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점유율은 잡았고 경기를 주도했지만 충분한 기회는 없었다. 아주 명백했다. 뉴캐슬의 수비 라인을 깰 능력을 볼 수 없었다. 뉴캐슬은 잘 조직됐고 깊이 물러났다. 우리는 작정하고 나선 팀을 깰 능력이 부족했다. 때론 점유율이 모든 것을 설명하진 않는다. 다른 움직임을 촉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스타일의 경기에서 해야할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뉴캐슬은 파이브백을 바탕으로 5-4-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조엘린톤만 최전방에 두고 두 줄 수비를 꾸렸다. 사실 특별할 것 없는 전략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중하위권 팀들이라면 '빅6' 팀들을 상대로 종종 꺼내드는 것이 바로 두 줄 수비, 파이브백이다. 토트넘으로선 성적을 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토트넘은 '선수 배치'에선 대안을 내놨다. 풀백들이 공격적으로 전진해 좌우로 넓게 포진했다. 하지만 이후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계획은 살펴보기 어려웠다. 상대 수비수가 없는 측면과 후방을 주로 오갔다. 패스 숫자가 많고 정확도가 높아도 무의미했다. 일례로 골을 넣어야 할 해리 케인은 팀이 기록한 전체 944개 터치 가운데 단 24번만 기록했다. 그마저도 페널티박스 외곽이 대부분이었다.

좌우로 넓게 경기장을 쓰는 것은 수비수의 간격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방향 전환 속도가 빨라야 수비진이 재정비하기 전에 반대 측면을 공략할 수 있다. 하지만 해리 윙크스와 모하메드 시소코가 배치된 중원은 불필요한 터치가 많았다.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동료들을 살려줄 필요가 있었던 에리크 라멜라 역시 공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흔히 말하는 '오프 더 볼'의 움직임도 부족했다. 토트넘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풀백을 전진시키고 손흥민, 케인, 모우라, 심지어 라멜라가 모두 중앙으로 좁혀섰다. 하지만 제자리에서 서서 공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최종 수비 뒤로 침투해 들어가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결국 뉴캐슬의 최종 수비와 미드필더 라인 사이에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빠른 공격을 위해선 불필요한 터치가 줄어야 했고, 공을 갖지 않은 선수가 먼저 생각하고 움직여야 했다. 몇 차례 토트넘이 만들었던 기회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전반 21분 루카스 모우라는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공을 받은 뒤 단 2번의 터치로 손흥민에게 패스를 내줬다. 손흥민 역시 먼저 공간으로 뛰어들고 있던 상황. 파비안 셰어의 태클이 정확해 득점이 되질 않았다. 후반 33분 케인이 저말 라셀레스와 엉켜 넘어진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지오바니 로 셀소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공을 잡자마자 바로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케인에게 패스가 들어가면서 위협적인 기회가 나왔다.

크로스 공격이 날카롭지 않았던 것도 문제다. 좌우 전환이 늦다보니 크로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측면으로 갔다가도 되돌아나오길 반복했다. 무의미한 얼리 크로스가 아니라 골라인 근처까지 돌파한 뒤 시도하는 크로스는 꽤 위협적이었다. 다만 몇 차례 만든 기회도 공격수들이 마무리하지 못했다.

전반 33분 손흥민이 돌파에 성공하면서 크로스를 올렸다. 조금 길었지만 반대에서 곧장 워커 피터스의 크로스가 올라오면서 뉴캐슬 수비진을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결국 반대쪽에 있던 손흥민의 발리슛까지 나왔다. 전반 34분에도 손흥민이 공을 받자마자 라멜라가 공간으로 침투하며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도할 수 있었다. 시선을 측면 쪽으로 돌려놓고 반대에서 모우라가 위협적으로 쇄도했다. 전반 종료 직전 케인의 크로스에 뉴캐슬 수비진이 우왕좌왕했지만 모우라의 슛이 부정확했다. 모우라는 후반 36분에도 시소코의 크로스를 허공에 날렸다. 후반 추가 시간 시소코의 컷백 패스를 놓친 케인도 아쉬웠을 것이다.

언급한 공격 패턴들이 간헐적으로 나왔지만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토트넘에 필요했던 것은 무려 80%에 육박했던 점유율을 살려 몰아치는 것이었다. 수비적으로 나서겠다고 작정한 팀을 쉽게 뚫을 순 없다.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공격 패턴을 반복해 빈틈을 찾아야 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변명을 찾을 수 없다. 이적 시장은 열려 있지만 경기력과 결과를 정당화하진 못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와 환경 때문에 불안정한 팀을 꾸리고 있다. 물론 10일 내로 이적 시장이 마감되면 더 행복해질 것이다. 1월 다시 이적 시장이 열릴 때까지 어떤 선수들이 있을지 알게 된다"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문제로 꼽았다. 하지만 선수 구성 이상의 전술이 필요하다. 물러선 팀을 상대로 팀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고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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