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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확정 후…김재호 "후배들 더 믿어도 됐는데"

김민경 기자 kmk@spotvnews.co.kr 2019년 10월 08일 화요일
▲ 두산 베어스 김재호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선배로서 고마웠어요. 후배들을 조금 더 믿지 못했던 것 같아요. 반성도 했고, 후배들 덕분에 더 힘을 내게 된 극적인 우승이었어요."

두산 베어스는 지난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시즌 최종전에서 극적인 6-5 끝내기 승리와 함께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했다. 2, 3위를 왔다 갔다 하길 여러 차례. 선두 SK 와이번스와 9경기차 벌어진 3위에서 약 한 달 만에 승차를 없애고 선두로 올라섰다. 

마무리가 화려하기도 했지만, 주축 선수들 대부분 힘겨운 한 시즌을 보냈기에 더 값진 결과였다. 2015년부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동안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던 2016년, 2018년은 대부분 개인 성적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올해는 대부분 개인 성적이 떨어졌고 그만큼 순위 싸움을 하는 과정이 더 버거웠다. 

2004년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는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4)가 바라본 2019년 두산은 어땠을까. 7일 잠실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를 대비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다음은 김재호와 일문일답.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극적인 1위 아니었나. 

정말 솔직하게 올해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후배들이 선배들 몫까지 잘해줘서 극적으로 1위를 할 수 있었다. 선배로서 고맙고 내가 후배들을 조금 더 믿지 못했던 것 같아서 반성했다. 나도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된 우승이었다. 

-언제부터 팀이 분위기를 탄 것 같나.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막바지에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지니까. 그 속에서 어린 친구들이 흐름을 타면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 누구 하나가 나섰던 건 아니다. 나도 지금보다 어릴 때 후배들만큼 열정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반성을 많이 했다. 

-올 시즌 전체를 돌아보면 어땠나.

정말 예민했다. 캡틴(2루수 오재원)이 경기에 못 나가는 상황에서 센터라인에 그나마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나였다. 센터라인을 잡아줘야 하는데 포수 (박)세혁이는 첫 풀타임 시즌이었다. 어떻게 애들을 도와주고 이끌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 믿고 뒀어야 했다. 

후배들이 잘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해도 어차피 경기를 나가서 느껴야 배운다. 스스로 느끼게 뒀어야 했는데, 내가 억지로 잘하게끔 끌어내려고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뒀어도 후배들이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팀 성적이 안 좋고, 후배들도 힘들어하니까 같이 힘들어했다.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던 것 같아서. 선배로서 내 몫을 못 했고, 개인 성적도 안 좋았고, 올해는 열정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조금 더 즐겁게 야구를 해야 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130경기 타율 0.268(377타수 101안타) 4홈런 48타점. 

▲ 두산 베어스 김재호(왼쪽)가 1루수 오재일과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한희재 기자
-책임감이 부담감으로 이어졌다고 보면 될까. 

다들 그렇겠지만, 내가 더 잘했으면 팀이 지금보다 더 쉽게 1위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올해 내가 너무 못해서 팀이 힘들게 1위를 한 것 같아서 팀에 미안하다. 지난해랑 비슷하게만 했어도 조금 더 팀이 수월하게 1위를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지난해보다 성적이 떨어진 선수들은 다 그렇게 생각할 텐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성적이 안 나왔다. 

-정규시즌 막바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출전 시간이 줄었는데.

팀을 위한 결정이었다. 냉정하게 내가 나가는 것보다 (류)지혁이가 나가는 게 나으니까. 몸이 안 좋은데 굳이 내가 나가서 못하면 팀 사기가 떨어지고, 그게 더 손해다. 다행히 그 시기에 지혁이가 잘해줘서 팀 성적도 좋게 나온 것 같다. 

-후배들에게 고맙다고 했는데, 올 시즌을 치르면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올해 스스로 많이 느낀 게 있다. 처음 주전이 되고, 잘하든 못하든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했던 그 시절의 열정을 잊지 않고 조금 더 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올해 내가 그랬다. 비슷한 시즌을 1년, 1년 보내고 어느 정도 내 것이 만들어지고 나니까 '어느 정도 하면 되겠지'라는 나태한 마음이 생긴 것 같다. 그런 선수들이 하나둘 늘어나면 팀에 좋은 에너지가 생기기 힘들다. 

올해는 세혁이가 처음 풀타임을 뛰고, (오)재일이가 시즌 초중반부터 잘 치면서 두 선수가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발산해줬다. 개인 성적이나 목표를 채우지 못한 부담감을 떠나서 정말 행복하게 야구장에 나왔던 열정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올해는 한국시리즈만 남았다. 각오는. 

2년 동안 너무 못한 기억뿐이다. 올해는 시즌 때 못했으니까 가을에는 잘하고 싶다. 내가 못했던 만큼 가을에는 형으로서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말 더 잘하고 싶다. 준비를 잘하겠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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