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김강민(왼쪽)이 14일 키움과 플레이오프 1차전 6회말 무사 1루에서 견제 아웃 된 뒤 아쉬워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SK는 올 시즌 가장 많은 도루를 성공했다. 118개로 10개 구단 중 1위를 차지했다. 성공률도 70.2%로 수준급이다.

개인 도루는 75% 이상 확률이 돼야 생산성이 있다고 평가 받지만 팀 성공률은 70%만 넘어도 빼어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뛰는 야구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키움과 플레이오프에선 SK의 발 야구가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 2차전에서 각각 1번씩 도루를 시도했는데 1번은 실패하고 1번은 성공했다. 2차전에서 노수광이 성공한 도루는 3루에 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도루 저지를 상대 배터리가 시도하지 않은 덕에 성공할 수 있었다.

투수보다 대수비 대주자 요원을 더 많이 포함한 보람이 2차전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염경엽 SK 감독은 줄어든 도루 시도가 상대 팀인 키움의 준비가 잘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염 감독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키움이 준비를 잘해서 나왔다. 정규 시즌 때보다 슬라이드 스텝 시간도 짧아지고 견제도 날카로워졌다. 큰 경기에서 도루를 성공시키면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만 실패했을 때 타격도 크다. 팀 분위기가 크게 꺾일 수 있는 만큼 주루 플레이를 신중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K 스스로 장기 하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뜻이다. 뛰지 않는 SK는 홈런이 나오지 않는 SK만큼 위력적이지 않다. 키움은 SK의 장점 하나를 묶어 둔 채 야구를 하고 있다. 그러니 잘 풀릴 수 밖에 없다.

SK의 발을 묶은 키움의 준비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있다. 키움이 준비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거의 일주일도 안돼 다시 준플레이오프를 시작해야 했던 키움이다.

슬라이드 스텝이 갑자기 빨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키움은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변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

정답은 예습에 있었다. 정규 시즌이 끝난 뒤 SK를 상대로 준비한 것이 아니라 시즌 막판부터 SK를 가상의 상대로 정하고 준비에 들어갔던 것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키움 주장 김상수는 "정규 시즌에서 SK에 패배한 경기들을 분석해 보니 경기 중, 후반 도루로 진루를 허용한 뒤 점수를 주며 무너진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시즌 후반기부터 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모든 투수들이 슬라이드 스텝을 신경 쓰고 주자 견제 횟수도 불규칙적으로 늘렸다 줄였다 하는 등 SK 빠른 주자들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연구하고 경기 중 훈련을 쌓아 왔다. 그 결과 현재까지 큰 흔들림 없이 SK의 발을 묶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상대 팀에 대한 준비를 해 왔다는 뜻이다. 모의고사를 충실히 치른 덕에 본고사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더 무서운 건 비단 SK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산의 발을 묶는 전략도 후반기부터 준비를 시작한 키움이다. 키움의 목표가 단순히 포스트시즌 진출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키움이 준비를 시즌 이후로 미뤘다면 지금 같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정규 시즌부터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경기 중 실전 훈련을 거듭한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철저한 준비보다 중요한 건 없다. 지금 키움의 빈틈이 좁아 보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일이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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