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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02년 히딩크처럼" 벨 감독 선임 '여자 축구 유산 만들기'

유현태 기자 yht@spotvnews.co.kr 2019년 10월 23일 수요일
▲ 콜린 벨 감독이 새로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유현태 기자] "한 분이 2002년 월드컵을 예로 들면서 외국 지도자가 와서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하셨다." -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대한축구협회는 22일 축구회관에서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을 새로 맡은 콜린 벨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벨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2년 여자 아시안컵 본선까지 3년이다.

한국 여자 A대표팀에 부임한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다. 대한축구협회가 기대하는 것은 단기적 성공 그 이상이다.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2002년'을 언급하며 벨 감독이 장기적 발전을 이끌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 2002년 남자 축구 히딩크, 2019년 여자 축구 벨?

한국 축구의 변곡점.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쓰면서 성과를 냈고, 이후 박지성 이영표 등을 비롯한 '4강 주역'들이 유럽으로 진출하면서 시야도 넓어졌다. 이 중심에 있었던 인물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A대표팀이 선임한 2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1994년 7월부터 1995년 2월까지 재임한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첫 외국인 감독'이지만 재임 기간은 7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그가 치른 국제 대회 역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과 1995년 다이너스티컵으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진 대회였다. 히딩크 감독은 2001년 1월부터 2002년 월드컵 본선까지 약 1년 반을 이끌었다. 한국 대표팀 부임 전 레알 마드리드, PSV에인트호번, 발렌시아 등 빅클럽은 물론이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선 네덜란드를 4강까지 올려놓은 명장은 한국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한국 여자 축구가 '신임' 콜린 벨 감독에게 원하는 바도 이와 다르지 않다.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한국 축구를 잘 아는 국내 지도자가 맡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딱 한 분이 '2002년처럼 이제는 외국인 지도자가 한 번은 와서 여자 축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이젠 외국 감독을 모셔서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좀 더 다른 단계의 축구를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올림픽 출전도 중요한 목표지만 감독님께서 오셔서 3년 정도 길게 이 축구 대표팀을 발전시켜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벨 감독을 선임한 목표를 설명했다.

벨 감독 역시 이 목표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많은 여자 선수들이 축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여자 축구에 대한 시선을 바꾸는 것도 목표"라고 설명했다. 단기간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한국 여자 축구 전체가 풍부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 한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

◆ "올림픽, 월드컵 출전" 성적은 기본

벨 감독이 짊어진 1차 과제는 역시 성적이다. 이제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여자 아시안컵, 2023년 여자 월드컵을 대비해야 한다. 한국 여자축구는 올림픽 본선에 한 번도 출전한 적이 없고, 월드컵에서도 본선 출전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목표다.

벨 감독은 지난 9월 미국전을 보면서 대략적인 한국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벨 감독은 "한국선수들이 공을 소유할 때 자신감이 있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 압박 강하게 하고 공격적인 경기를 했다. 미국이란 팀을 상대로 90분간 경기를 주도하는 건 불가능하다. 두 번째 경기는 한국이 미국 보다 나은 팀이라는 걸 증명했다"며 칭찬했다. 하지만 "굳이 약점을 언급하자면 세트피스다. 체격, 피지컬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세트피스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대가 우리 진영에 오기 전 수비진을 갖추거나 최대한 골문에서 먼 곳에서 지연하는 것"이라며 약점도 짚었다.

일단 본격적인 업무 시작 전부터 벨 감독의 구상은 확실하다. 그는 "활동적이고 경기를 지배할 수 있고 매 순간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며 "수비적으론 콤팩트하고 조직적인 움직임과 동시에 공격 전환 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경기를 하는 것은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경기를 통제하고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주도적으로 판단을 내려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이 모든 게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당연한 것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가 그리는 큰 그림에 부합하는 설명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 역시 비슷한 철학을 바탕으로 남자 A대표팀을 꾸려가고 있다.

벨 감독도 목표를 분명히 했다. 그는 "가장 가까이 다가온 동아시안컵이 흥미롭다. 강한 상대들이 많아 도전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1차 목표로 꼽았다. 이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대회가 아니라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차출이 불가능할 수 있다. 벨 감독은 "최고의 전력으로 나설 수 없다. 영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차출이 어려울 것인데, 동시에 국내 선수들을 테스트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최선의 결과를 내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 2023년 월드컵 본선 진출 이상의 결과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벨 감독은 "다음은 올림픽이 목표다. 한국이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올림픽 본선 출전이 목표다. 한 발씩 나아가겠다. 다음 목표는 월드컵 본선 출전"이라며 "이전 윤덕여 감독님이 2차례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큰 업적을 이뤘다. 그걸 이어받아 현 여자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것이 기대가 된다. 월드컵 본선에 3회 연속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본선 녹아웃스테이지에 진출하기 위해 이기는 경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장기적 발전을 위한 비전: 풍부한 여자 축구 경험

"사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독일 여자 리그에서 프랑크푸르트 팀을 맡아서 상당히 좋은 결과를 끌어냈고 유럽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을 높이 샀다. 환경이 열악한 아일랜드축구협회에서 일하면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하셨다. 풀타임이 없어서 훈련이 부족할 때 개인적으로 불러 개인 훈련을 시켜 훈련량을 채우는 등 여러 노력한 부분이 있었다." - 김판곤 위원장

여자 축구계에서 풍부한 경험이 있기에 기대를 걸 만하다. 벨 감독은 2011년 SC 07 바드 노이에나르 감독을 시작으로 올해 6월까지 약 8년간 여자축구팀을 맡았다. 2013년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FFC 프랑크푸르트 감독으로 취임해 2014년 독일컵 우승, 2015년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15-16 시즌에는 노르웨이 명문 아발드네스 감독으로 부임했으며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아일랜드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여자 축구에 대한 깊은 통찰도 읽을 수 있었다. 벨 감독은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는 분명 차이가 있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차이점은 체격이다. 여자 팀에서 6,7명이 190cm가 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여자 팀의 경우 감정이 풍부하다. 팀이 조금 더 헌신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감독으로선 보람이 크다. 감독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질문을 던진다. 마치 스펀지와 같다. 남자 축구의 경우 질문이 없다기보단, 지시를 하면 선수가 바로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 여자 대표팀도 헌신적인 면을 잘 활용해 이기는 팀, 좋은 팀을 만들기 원한다."

벨 감독은 팀 운영부터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 중심의 문화는 벨 감독이 취임 소감에서부터 내비친 목표다. 그는 "선수 중심의 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팀을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배움의 현장이 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선수들의 역량과 전술적인 역량을 논하기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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