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현(왼쪽)이 12일 일본 지바 조조 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프리미어 12 슈퍼 라운드 대만전서 3.1이닝 만에 강판되자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지바=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대한민국 에이스 김광현(31.SK)이 최악의 투구를 했다.

김광현은 12일 일본 지바 조조 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프리미어 12 슈퍼 라운드 대만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3.1이닝 동안 8피안타 3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다. 

경기 후 스스로 "최악의 투구를 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투구였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장기인 슬라이더도 힘이 떨어졌다. 3, 4 구종으로 쓰던 커브나 스플리터도 돌파구가 되지 못했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후 멕시코 일본 등 강팀과 경기를 남겨 놓고 있어 더욱 그렇다.

김광현 개인에게도 아픈 경기였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김광현에게 프리미어 12는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대다.

그렇다면 김광현은 이날 최악투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일까. 혹시 몸값이 깎이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영향은 없다고 봐야 한다. 한 경기로 결정될 만큼 김광현에 대한 자료가 모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13일 스포티비뉴스와 전화 인터뷰에 응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이미 김광현에 대한 자료는 꾸준히 쌓여 왔다. 한두 경기를 잘못 던졌다고 그 평가가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잘 던진 것에 비하면 좋을 것은 없지만 부진했다고 해서 당장 평가가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물론 체력적으로 다소 떨어진 투구를 한 것이 좋게 평가되긴 어렵다. 하지만 올 시즌 김광현은 너무 많은 이닝을 던졌다. 그를 지켜본 스카우트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세엔 지장 없다"고 밝혔다.

다만 김광현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는 확실하게 알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의 평가를 알려 줄 순 없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화를 나눠 보면 4, 5선발로 보는 팀이 있고 불펜 투수와 스폿 선발로 생각하는 팀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선발로 보고 있는 팀들이 보다 높은 몸값을 책정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 선언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빠지지 않았다.

역시 전화 인터뷰에 응한 스카우트 B는 "이번 대회에서 김광현을 처음 본다는 구단들이 적지 않았다. 올 시즌이 끝나고 도전할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 상주 스카우트를 두지 않는 구단은 김광현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 팀들에는 어제(12일) 투구가 실망스럽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애초에 시즌 후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 보다 자세한 정보가 수집됐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몸값 상승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김광현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이 너무 늦었다. 앞으로 SK 구단과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김광현의 대만전 부진이 당장 그의 앞길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은 김광현에게 유리할 것 없는 조건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B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아직도 없다. 김광현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SK 구단이 허락하지 않으면 끝이지 않은가. 그럼 기존에 준비했던 자료들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그저 기다리고만 있을 팀들은 없다. 차라리 1년 뒤 확실하게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차분히 준비해 내년을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나이가 한 살 많아지지만 올 시즌 같은 투구를 이어 간다면 별 문제가 안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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