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원.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이대로 '고'냐, 혹은 여기서 '스톱'이냐. 엑스원 멤버들도, 소속사도, CJ ENM도 고민에 빠졌다. CJ ENM, 엠넷이 저지른 조작에 가장 괴로운 것은 꿈을 저당잡힌 엑스원 멤버들과 '국민 프로듀서'를 자처했던 팬들이다. 

CJ ENM은 최근 엠넷 '프로듀스X101'으로 탄생한 그룹 엑스원 멤버들과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 CJ ENM은 20일 "최근 엑스원 멤버들과 만난 것이 사실이다"라고 엑스원과 조용히 회동을 가진 사실을 인정했다. 

CJ ENM 관계자들과 엑스원 멤버들은 지난 15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CJ ENM 측은 이 자리에서 멤버들과 각 회사에 "엑스원 멤버들이 원하면 팀을 유지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팀 활동을 유지할 것인지, 혹은 해체할 것인지에 관해 멤버들과 소속사 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별다른 결론은 내지 못하고 헤어졌다.

CJ ENM 관계자는 "최근 엑스원 멤버들과 만난 것도, 각 소속사와 연락을 주고 받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엑스원의 이후 활동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지 못한다. 결정된 것도 없다. 멤버들, 관계자들과 협의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엑스원의 이날 회동 사실이 알려진 후 CJ ENM과 엠넷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엑스원 멤버들이 원한다면 팀을 유지하겠다'는 제안은 곧 엑스원의 존속 여부 결정을 멤버들에게 떠넘기겠다는 말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는, 활동 결정 이후 쏟아질 다양한 여론도 모두 멤버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라는 '꼬리 자르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인과 관계를 따지자면, 처음부터 순위를 조작해 이 모든 사건을 만든 것도 모두 엠넷과 CJ ENM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멤버들이 원한다면 팀을 유지하겠다'는 제안은 엑스원 멤버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채, CJ ENM이 엑스원 멤버들 뒤에 숨겠다는 뻔뻔한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프로듀스 48'을 통해 탄생한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다. 잘못을 저지른 어른들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원한다면 활동시키겠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하고 있고, 정작 피해자인 두 팀의 멤버들이 모든 비난과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 조작 논란이 시작된 '프로듀스X101' 포스터. 제공| 엠넷

엑스원은 데뷔 앨범 '비상: 퀀텀 리프'를 발표하고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그 기록도 조작 논란에 빛이 바랐다. 제작진의 농간으로 '조작 그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고, 활동 여부까지 장담할 수 없으면서 CJ ENM-엠넷이 저지른 일에 발목이 제대로 잡혔다. 아이즈원 역시 한일 양국을 오가면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첫 정규 앨범 '블룸아이즈' 발매까지 앞두고 있었지만 앞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들이 활동 중단 상태에 놓이면서 '데뷔조가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해체가 조작 논란을 말끔히 해결하는 유일하고 정확한 답은 분명히 아니다는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활동 여부를 따지기 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작 논란을 만든 CJ ENM과 엠넷, 멤버들이 몸담고 있는 소속사까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아울러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에, 꿈을 좇던 아이들이 희생돼서는 안된다는 목소리에는 더더욱 이견을 달기 어렵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억울하게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들도, 데뷔조에 몸담은 연습생들까지도 똑같이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CJ ENM과 엠넷이 이번 조작 사태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지고, '프로듀스X101'에 출연한 모든 참가자들이 연예계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프로듀스101'을 둘러싼 논란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논란의 당사자인 CJ ENM과 엠넷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논란을 먼 발치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프로듀스101' 조작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기도 전, 이들은 10대들이 출연하고 10대들이 심사하는 '십대가수'라는 오디션을 론칭하고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사과도, 대책 마련도, 데뷔조 활동 계획도 '신중하게' 논의하고 결정하겠다는 이들의 악수(惡手)가 갈수록 아쉽다는 지적이다. 엑스원과 아이즈원 멤버들, '국민 프로듀스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엠넷 측의 명확한 해법이 제시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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