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제주 유나이티드는 강등 운명을 바꾸지 못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앞선 유상철 감독의 인천 유나이티드와 상주 상무 경기에서 인천이 2-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제주 유나이티드가 37라운드 홈경기에서 다이렉트 강등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종현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만 스스로 운명을 바꾸지 못했다. 

최하위 제주는 24일 오후 4시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37라운드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2-4로 졌다. 수원전 반드시 이겨야 했던 제주는 오히려 홈에서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됐다. 

24일 일요일 오후는 전국에 비가 예상됐던 터였다. 하지만, 오히려 제주도는 맑았다. 바람도 선선하게 불었고, 축구 보기 딱 좋았던 날이었다. 이날 제주월드컵경기장엔 6,000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해 제주의 잔류를 응원했다. 

36라운드까지 최하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27), 11위 경남 FC(승점 29), 10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0)의 강등권 탈출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36라운드 인천과 맞대결에서 2-0 완승을 거둔 제주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38라운드 최종전에서 경남과 인천의 맞대결 일정은 제주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요소였다. 

타이밍이라는 것도 참 오묘했는데, 두 팀의 경기에 앞선 감독 사견 기자회견 땐(오후 3시 15분쯤부터) 37라운드 오후 2시가 진행 중이었다. 오후 2시 인천-상주 상무, 성남 FC-경남과 경기는 각각 0-0. 1-1로 팽팽했는데, 원정 팀 감독 수원 이임생 감독에 이어 최윤겸 제주 감독에게 향할 시기엔 인천이 상주를 상대로 선제골, 경남이 추가 골을 넣어 2-1로 앞서게 됐다. 

최윤겸 감독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선수들에게 경기 전 두 팀의 결과를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본인들이 알 것이다. 나는 얘기 안 하려고 한다. (인천, 경남의) 결과 상관없이 이겨야지 상대가 져야 유리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성과 내야 기회가 오는 것이다"고 했다. 결국 경기는 각각 인천의 2-0 승, 2-1 승리로 끝났다. 제주가 궁지에 몰렸다.

전반전 8분 만에 윤일록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만 하더라도 제주의 좋은 흐름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동안 제주의 수비를 이끌었던 '베테랑' 조용형이 페널티킥을 내주고, '득점왕' 의욕이 넘친다는 타가트의 만회 골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렀다. 전반 32분 안현범의 재차 리드 득점(2-1)에도 끝까지 경기를 봐야 하는 분위기였고. 

이임생 감독이 후반전 스리백을 포백으로, 2019시즌 입단한 한석희를 투입하면서 전체적으로 변화를 꾀했다. 이 어리고 작은 선수가 후반 25분, 후반 35분 만회 골과 쐐기 골을 득점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동시엔 제주엔 후반 38분 교체로 투입된 공격수 이근호가 곧장 부상으로 실려나가는 불운이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는 수원의 편이었다. 

경기 휘슬이 흐르고 오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제주 팬들은 고생한 선수들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냈고, 아주 극히 일부의 야유같은 소리가 들렸다가 이내 사라졌다. 

경기 종료 후 수원 원정 팬들이 "우리에겐 승리뿐이다"를 외치면서 선수들과 만세 삼창을 한 소리가 이날 경기장에서 가장 명쾌하게 퍼졌다.

기자회견장에는 자리한 최윤겸 감독은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제가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좋은 전략을 심어주지 못한 것 같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떠났다. 

경기 후 현장 분위기를 들려줄 수 있는 양 팀 선수들은 이미 팀버스를 타고 경기장을 떠난 뒤였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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