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영화 '호흡'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영화 '호흡'이 주연배우 윤지혜의 폭로로 도마에 오른 가운데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가 유감을 표하며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배우 윤지혜의 폭로로 촉발된 영화 '호흡'의 현장 문제와 관련해 16일 오후 공식입장을 내고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 장편과정에서 2017년 당시 제작된 실습작품인 영화 '호흡'이 극장 개봉을 앞둔 시점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우리 아카데미는 '호흡' 의 주연을 맡은 윤지혜 배우가 SNS를 통해 촬영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밝힌데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이를 직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촬영현장에서 준법 촬영과 안전 확보의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영화 '호흡'의 촬영 현장에서 윤지혜 배우가 지적한 바와 같은 불안함과 불편함을 발생시킨 일에 대해 우리 아카데미는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지혜 배우가 지적한 촬영 당시의 문제들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는 감독과 제작진이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며 "따라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촬영 당시의 문제점들을 상세히 되짚어보고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특히 당시 발생한 문제들이 단지 몇몇 제작진의 실수나 미숙함 때문에 발생된 것이 아니라 아카데미 제작관리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도 충분히 살피겠다"며 "이런 조사 과정이 향후 아카데미 실습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제작환경 개선이라는 성과로 귀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배우 윤지혜는 지난 14일과 15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화 '호흡' 촬영을 두고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은 끔찍한 경험",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털어 놓으려 합니다"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하고 열악한 촬영 환경을 문제삼았다.

윤지혜는 14일 "컷을 안하고 모니터 감상만 하던 감독 때문에 안전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주행중인 차에서 도로로 하차해야 했고, 요란한 경적소리를 내며 저를 피해가는 택시는 저를 미친년이라고 생각했겠지요. 지하철에서 도둑촬영하다 쫓겨났을 때 학생 영화라고 변명 후 정처없이 여기저기 도망다니며 이것 또한 재밌는 추억이 될듯 머쓱하게 서로 눈치만 보며 멀뚱거리던 그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라고 썼다.

윤지혜는 "엔지(NG)가 안 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지금 무슨 작업을 하는지 생각들은 하는지 되는대로 찍어대던 그런 현장이었다. 맡은 대로 자신들의 본분을 다했겠지만, 보석같은 훌륭한 스태프도 있었지만, 전체로는 전혀 방향성도, 콘트롤도 없는 연기하기가 민망해지는 주인없는 현장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러 번 폭발을 하였고 참을 수가 없었다"면서 아무런 보람도 추억도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는 불행포르노 그 자체다. 그런 식으로 진행된 작품이 결과만 좋으면 좋은 영화인가요"라며 "알량한 마케팅에 2차 농락도 당하기 싫다. 애정을 가지고 참여한 작품에 너무 가혹한 상처들만 남았고, 제가 느낀 실체를 호소하고 싶고, 다른 배우들에게도 KAFA와의 작업의 문제점을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장문의 글을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지혜는 다음날인 15일 또다른 장문의 글을 통해 자신이 가장 연장자이자 오래된 경력자였다며 "영화 홍보 문구처럼 질긴 악연은 다루는 영화를 찍다가 정말 질긴 악연이 되어버렸다. 실망하셨을 함께했던 분들의 노력을 책임지지 못해 죄송하다. 묵인하는 것보다 털어놓고 벌어지는 이후의 일들을 감당하는 것이 제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일단은 제가 너무 괴롭고 죽을 것 같아서 참을 수 없게 됐다"고 고백했다.

"희생, 열정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노개런티라는 말을 너무 싫어하니" 100만원으로 책정된 금액을 받았고, 소속사와 나눠 몇십만원이 입금됐다는 윤지혜는 "돈을 떠나 완성해보고 싶었던 제 개인적 희망은 사실 돈이 가장 중요한 현실적 문제들에 부딪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소한의 세팅이 이루어지지 못한 현장에서 그 모든 결과의 책임은 최전방에 노출된 배우가 다 짊어져야 하게 되는 것이고, 과중한 스트레스로 제게는 극심한 고통의 현장이 된 것"이라고도 토로했다.

권만기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인 영화 '호흡'은 과거 아이를 납치했던 여인 정주(윤지혜), 납치됐던 그날 이후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민구(김대건)이 12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질긴 악연을 그린다. 지난해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 KTH상 등 2관왕에 올랐고, 제3회 마카오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해외에서 주목받은 뒤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불과 개봉을 며칠 앞두고 터져나온 주연배우의 폭로로 개봉도 하기 전 위기를 맞았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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