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맷 윌리엄스 감독. ⓒ 신원철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호랑이의 위엄을 찾을 것인가, 위험한 시도에 그칠 것인가. 시작부터 삐걱대는 KIA 타이거즈의 2020년 시즌은 두 갈림길 앞에 놓여있다. 2017년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도 불구하고 3년 만에 바닥으로 떨어진 구단을 향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부터, 5위권 밖으로 밀려난 전력을 회복하는 일까지 숙제가 쌓여있다.

◆ 외국인 감독 = 성공, KIA에서도?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SK 트레이 힐만 감독에 이어 한국을 찾은 (재일교포 출신을 빼면) KBO리그 세 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앞서 KBO리그를 경험한 두 명의 외국인 감독은 성적은 물론이고 그 외의 부분에서도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로이스터 감독은 '노피어'로 대표되는 선 굵은 야구, 힐만 감독은 권위를 내려놓은 팬서비스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제 윌리엄스 감독이 시험대에 오를 차례다. 지난해 가을 마무리 훈련부터 함평 챌린저스파크에서 선수들과 마주했던 윌리엄스 감독은 "3년 내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2020년 선수단 전력, 주력 선수들의 향후 이탈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쉬운 목표는 아니다. 대신 윌리엄스 감독을 믿고 한국행을 결심한 유망한 외국인 투수들의 가세는 큰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관건은 윌리엄스 리더십이 한국 선수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뿌리내리느냐, 여기에 있다.

▲ 안치홍-김선빈 키스톤 콤비는 해체됐다. ⓒ 한희재 기자
◆ 안치홍 이탈의 시사점?

KIA의 이번 비시즌 최대 과제는 김선빈-안치홍의 잔류였다. FA 시장 개장 전부터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단 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는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지연술'은 실패로 끝났다. 이화원 대표-조계현 단장의 전략적 오판에, 지난 해 안치홍에게 생긴 '2루수 불가' 꼬리표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팬들이 구단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 또한 문제다.

▲ 박준표-하준영-전상현-문경찬. ⓒ KIA 타이거즈
◆ 2019년의 발견 불펜, 2020년에도?

62승 2무 80패, 7위에 그친 2019년 시즌이었지만 20대로 이뤄진 젊은 필승조는 KIA의 자랑이자 강력한 무기였다. 1992년생 박준표, 1999년생 하준영, 1996년생 전상현, 그리고 1992년생 문경찬. 대부분 1990년대생 젊은 투수이었던 KIA 불펜은 지난 시즌 5회 이후 앞선 경기에서 승률 0.900을 만들었다. 45승 1무 5패, 1위 LG(56승 1무 4패, 0.9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승률이다.

시즌이 시작할 무렵, 그리고 시즌이 끝날 무렵까지 이들에 대한 우려는 한 가지. 풀타임 경험이었다. 1년 내내 자기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결과로 답했다. 7월까지 4.76이었던 KIA의 불펜 평균자책점, 8월 이후에는 3.95로 떨어졌다. 단 이들의 활약이 1년에 그치지 않아야 KIA 마운드도 계산대로 굴러갈 수 있다.

▲ KIA 최형우. ⓒ 한희재 기자
◆ 돌아온 '김기아'…팀 홈런 최하위의 반격은?

불펜은 얻었지만 대포는 잃었다. 공인구 규격 변화로 홈런 타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2018년 시즌 팀 홈런 170개(5위)를 기록했던 KIA도 장타력이 크게 후퇴했다. 지난해 팀 홈런은 76개에 그쳤다. 전년 대비 44.7%로 두산(44.0%)과 롯데(44.3%)에 이어 세 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2018년 20홈런 타자 5명 가운데 최형우 한 명만 지난해 두 자릿수 홈런으로 체면치레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당장 홈런 숫자로 팀 장타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는 '갭파워'를 강조하면서 "장타가 꼭 홈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금의 기술적 변화만 있어도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들이 있다"고 얘기했다.

▲ 양현종. ⓒ 곽혜미 기자
◆ 양현종 쇼케이스, 관전 포인트는

양현종이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1년 선배 류현진(토론토)의 성공을 눈으로 보고 배웠고, 동갑내기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의 도전에 자신도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포스팅을 거쳤던 류현진-김광현과 달리 양현종은 이번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5년 연속 180이닝을 넘긴 양현종의 특급 내구성은 양면성을 지녔다. 건강하다는 뜻도 되지만, 내림세가 당겨질 수 있다는 위험 신호도 내포하고 있다. 단 장기 계약을 우선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우선은 올해도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 최우선이다. 무엇보다 양현종 스스로 쉬어갈 생각이 없다. 그에게 이닝은 곧 자존심이자 팀에 대한 애정이다.

kt 이강철 감독을 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볼거리다. 이강철 감독은 통산 152승으로 타이즈 프랜차이즈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양현종은 136승으로 이강철 감독-선동열 전 감독(142승) 3위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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