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시무식에서 웃고 있는 정근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최근 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된 노래 중 하나가 '바램(표준어로는 '바람')'이다.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른 가수의 뛰어난 실력으로 '재발견'되고 있는 이 곡을 기자는 지난해 야구장에서 들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2월 스프링캠프 당시 한화 이글스에서 뛰고 있던 내야수 정근우(38, LG 트윈스)가 흥얼거리던 노래였다.

정근우는 걸어가며 한참 동안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다 "가사가 너무 좋은 노래"라며 휴대전화로 직접 노랫말을 검색해 보여줬다. 정근우는 다시 노래를 부르더니 "언제 한 번 이 노래를 들었는데 가사가 내 이야기 같아서 흠뻑 빠졌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후에도 정근우가 '바램'을 읊조리는 것을 몇 번 봤다.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땜에 내시간도 없이 살다가 평생 바쁘게 걸어 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 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 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2005년 프로 입단 후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근우다. 1군에서만 15시즌을 보냈고 통산 1675경기에 출장해 120홈런 1049득점 708타점 364도루 타율 0.303을 기록한 베테랑. 대표팀에도 승선하며 '국대 2루수'라는 애칭을 얻은 정근우지만 최근에는 1루수, 중견수 등 한화에서 필요한 포지션이라면 어디든 향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팀의 보호선수명에서 빠져 2차드래프트로 LG에 향했다.

정근우는 LG 이적이 발표된 뒤에도 "야구선수가 열심히 야구해야 하는 것은 어디서나 똑같다.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며 웃었다. 어떤 위기에도 꿋꿋이 살아나는 오뚝이 같은 정근우다운 이적 소감이었다.

정근우는 올 시즌 LG에서 다시 도전자가 된다. 2루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가사처럼 정근우가 '익어가는' 베테랑 선수의 노련미를 보여줄 수 있을까. LG 유니폼을 입은 정근우의 새 시즌이 기대된다.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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