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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규 감독의 고집과 협회의 무능…피해는 선수와 팬이 본다

맹봉주 기자 mbj@spotvnews.co.kr 2020년 02월 13일 목요일

▲ 이문규 감독의 계약은 이번 달에 끝난다. 팬들은 새 감독을 원하고 있다 ⓒ 대한민국농구협회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이번에는 바로 잡아야 한다.

2020 도쿄올림픽 티켓을 땄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박수와 격려보다는 감독 교체와 협회의 책임을 묻는 소리가 다수다. 여자농구 이야기다.

최종예선 영국과 경기에서의 혹사 논란(6명 기용, 3명 풀타임 출전)이 시작은 아니다. 그 이전부터 이문규 감독과 대한농구협회에 대한 질타는 있어 왔다.

이문규 감독 체제에서 선수 혹사 논란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줄곧 있었다.

1, 2쿼터엔 잘 싸우다가도 3, 4쿼터 체력이 방전 돼 접전을 허용하거나 역전패하는 장면은 익숙했다. "부상 선수들이 많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등 혹사 논란 후 대처도 똑같았다. 이문규 감독은 쓰는 선수만 썼고, 주전의존도가 비상식적으로 높았다.

진짜 문제는 혹사를 바라보는 이문규 감독의 인식이다. 이문규 감독은 혹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11일 입국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혹사 논란에 정면 반박했다.

"혹사 논란에 대해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장기전도 아니고,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위해서 한 게임을 이기려는 상황이었다. 너나 할 거 없이 죽기 살기로 뛰어야 한다는 걸 대회 떠나기 전부터 다짐했다."

"WKBL 리그 중이었기 때문에 부상자가 있었다. 첫날 훈련에 3명이 나왔다. 그 다음날은 4명이었다."

"WKBL 리그에서도 40분씩 뛴다. 2일간 1경기를 치르는 일정에도 40분씩 뛴다. 영국전을 위해 40분을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불난 팬심에 기름을 붓는 말이었다. 힘든 걸 참고 뛰며 승리를 따낸 선수들을 향해 "고생했다, 고맙다"는 말은 없었다. 프로농구에서도 40분씩 뛰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었다.

프로선수 중 평균 40분씩 뛰는 선수는 없다. 체력소모도 프로 리그와 국제대회 경기는 비교가 안 된다. 더군다나 21시간 후 다음 경기가 있는 상황에서 이문규 감독처럼 6명 출전, 3명 풀타임 기용을 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부상선수들이 많아서 그랬다는 말은 자충수다. 이문규 감독은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입맛대로 대표팀을 꾸렸다. 부상 선수가 1~2명도 아니고 대표팀의 절반이 나왔다면, 몸 상태를 꼼꼼히 살피지 못한 이문규 감독 탓이 크다. 부상 선수들을 다른 선수로 바꿀 시간과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 ⓒ 이민재 기자
▲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은 비난 여론이 있을 때마다 책임을 피했다. 그가 대한농구협회 회장에 취임한 2013년부터 지금까지 바뀐 건 없었다 ⓒ KBL
이문규 감독 말대로 올림픽 최종예선은 장기전이 아니다. 1경기, 1경기 승패에 따라 다음 라운드 진출 여부가 좌우된다.

하지만 이는 다른 국제대회 경기도 마찬가지다. 바꿔 말하면 이문규 감독은 어느 국제대회를 나가도 주전들의 혹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화살은 이문규 감독에게 쏠렸지만, 대한농구협회의 무능도 잊으면 안 된다. 오죽하면 참다못한 선수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2년 전 남자농구 대표팀 가드 박찬희는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치르면서 “중국과 일본은 상비군 제도를 운영한다. 비중 있는 대회엔 1군이 나가고 그렇지 않는 대회엔 1.5군이나 2군이 나간다. 1, 2군 선수들은 서로 오가며 교류한다”라며 “선수로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스태프의 숫자다. 트레이너, 매니저, 코치, 감독 등 거의 10명의 스태프들이 있다. 스태프가 워낙 많다보니 몸 푸는 것부터 우리와 다르다. 중국과 일본은 포지션별 코치가 있어 가드, 포워드, 센터로 나눠가며 훈련한다. 체계적으로 잡혀있다. 하지만 우리는 옛날과 똑같다. 바뀐 게 없다. 어쩌면 더 퇴보했을 수 있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다른 나라는 발전해서 좋겠다'란 생각을 한다”고 당시 한국농구의 현주소를 꼬집었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 대표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1일엔 12년 만에 올림픽 티켓을 따고 돌아온 박지수도 작심한 듯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일본이나 중국은 1년 동안 모여 대표팀 훈련을 하고, 외국에 나가서 친선경기를 치른다. 우리는 우리끼리 운동하고 훈련한다. 이번에 그게 한계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올림픽에 진출한 만큼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며 "유럽을 상대로 이렇게 할 경기가 아니었는데 아쉬움이 자꾸 남는다. 우리가 유럽 선수들을 보면 기가 죽어서 들어가는 게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친선경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많은 도움이 필요할 거 같다"고 대한농구협회의 부족한 지원을 언급했다.

계속 되풀이되는 문제다. 선수들이 작심발언을 하고, 팬들이 비판을 하고, 언론에서 지적을 해도 바뀌는 건 없었다. 그러는 사이 피해는 오롯이 경기를 뛰는 선수들과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이 받았다.

이문규 감독은 올림픽 최종예선이 펼쳐지는 세르비아로 출국하는 공항에서 "도쿄올림픽 티켓을 따는 게 여자농구 부흥과 연결될 거라 생각한다.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농구 인기를 올리는 경기를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여자농구 인기 부흥을 위해서라면 팬들의 비판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또 이 같은 비판 여론이 일 때마다 감독과 선수 뒤에 숨는 대한농구협회도 대대적인 물갈이를 해야 한다.

변화가 없다면 미래도 없다.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나고 똑같은 논란과 함께 "졌지만 잘했다"는 말만 반복될 뿐이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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