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현은 일상생활의 가장 큰 벽인 영어를 향해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주피터(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스프링 트레이닝 첫 훈련 당시에는 뒤에서 물끄러미 웃고 있었다. 끼어들 틈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그러나 나흘 뒤, 김광현은 적어도 그 어색함을 상당 부분 지워내고 있었다. 예상보다 빠른 팀 적응이다.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해 땀을 흘리고 있는 김광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다. 그러나 그라운드 밖에서의 숙제도 만만치 않다. KBO에서는 누구나 대접하는 베테랑이었지만, 이곳에서는 팀에 처음 들어온 ‘올드 루키’일 뿐이다. 야구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새 동료들과 친해지고, 의사소통도 많이 해야 한다. 그러면서 카디널스의 일원이 된다.

다만 김광현은 언어라는 장벽이 있다. 스페인어까지는 쉽지 않더라도, 일단 영어를 어느 정도 해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쉽지 않은 과제인데, 김광현은 일단 부딪히고 있다. 영어를 못 한다고 해서 그냥 입을 다물고 있지 않는다. 간단한 단어라도 최대한 써보려고 노력한다. 

16일 훈련은 인상적이었다. 통역이 그림자처럼 따라붙기는 하지만, 김광현은 간단한 의사소통은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한 조를 이뤄 움직인 선수들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마디씩을 던졌다. 동료들도 때로는 김광현에게 먼저 다가가고, 때로는 김광현의 말을 들어주려 애썼다. 투수조 정신적 지주인 아담 웨인라이트부터 그랬다. 세인트루이스의 클럽하우스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음을 상징하는 장면들로 손색이 없었다. 

김광현도 사실 영어를 못해 스스로 부끄러운 점도, 답답한 점도 있다. '못하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까'는 두려움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닐 터다. 그러나 동료를 믿고 과감하게 부딪히기로 했다. 김광현은 “통역에게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하느냐고 물어봤는데 일단 창피해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상황을 바꿔 생각해보라는 조언에 용기를 냈다. 

김광현은 “통역이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서툰 한국말로 얘기하면 더 자세히 들어주려고 하지 않나. 그런 사람이 창피하지는 않지 않나. 형도 마찬가지다. 틀린 것이 있어도 창피해하지 말아라. 일단 뱉어라’고 조언해줬다”면서 “발음도 신경 쓰지 않고 일단 뱉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영어가 잘 되지 않을까. 많이 들으려고도 생각한다”고 쑥쓰러워했다.

한국인이 영어 회화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문법적으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려는 경향 탓이다. 김광현은 그런 틀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영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스프링 트레이닝은 일과가 비교적 일찍 끝난다. 경기가 없는 날은 오후 12시면 개인 일과가 마무리된다. 김광현은 “오후에 시간이 나니 공부를 할 시간이 있다”고 했다. 

반대로 세인트루이스의 가족들은 김광현을 위해 간단한 한국어를 배운다. 마이크 매덕스 투수코치는 불펜피칭 중 한국어로 “좋아, 좋아”를 외치며 김광현의 기를 살렸다. 세인트루이스 일부 구단 직원들은 한국 취재진에 간단한 한국어 인사를 물어보기도 했다. 김광현은 ‘적응’을 걱정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 과정을 순조롭게 밟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주피터(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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