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있다, 사라진 시간, 침입자, 결백. 각 영화포스터.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6월 개봉하는 국내 신작 영화들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침입자'부터 개봉을 앞둔 '#살아있다'까지, 고심 끝에 개봉하는 작품들인 만큼 영화 제목도 심혈을 기울여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영화 대부분이 오랜 시간 고수하던 첫 제목을 바꾸고 관객과 만났다. 어떤 사연일까.

지난 4일 개봉한 '침입자'(감독 손원평)는 25년 전 실종된 동생 유진(송지효)이 집으로 돌아온 가운데 가족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이를 의심스럽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이 비밀을 쫓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침입자' 이전의 가제는 '도터'(Daughter)'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딸'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제목이다. 크랭크인을 앞두고 좀 더 직관적인 단어인 '침입자'로 변경됐다. 수상해보이는 동생 유진에게 '딸'이라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중립적 표현 대신 '침입자'라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해지면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시선에도 의심이 섞이게 된 작명이다. 유진의 정체보다는 유진의 의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선택으로 추측된다.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결백'(감독 박상현)은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린 치매 노모(배종옥)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나선 변호사 딸(신혜선)이 마을 사람들이 숨기는 추악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박상현 감독에 따르면 원제는 '깊고 푸른 밤'이었다. 작품 내용과는 관계 없이 박감독이 최인호 작가의 소설 '깊고 푸른밤'을 좋아해서 짓게 된 가제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임팩트를 고려해 '결백'으로 최종 결정하게 됐다.

'결백'이란 제목은 엄마의 결백을 밝힌다는 내용을 생각했을 때 직접적이지만, 영화에서 제시하는 물음인 '엄마는 결백한가?'와 '딸은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까?'의 결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결백'에 담긴 중의적 의미를 새삼 되새길만한 제목이다.

18일 개봉한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는 갑자기 이상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의 공격에 통제불능에 빠진 도시에서 아파트에 갇힌 준우(유아인)와 유빈(박신혜)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다.

원작이 있는 작품인만큼 원제는 '얼론'(Alone)이었지만 '#살아있다'가 되면서 전혀 다른 의미인 'ALIVE'가 됐다. 두 사람이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위해 혼자 고립된 느낌의 '얼론'이 아닌 지금의 제목을 선택했다. 특히 제목 앞에 붙은 해시태그는 조일형 감독이 한국적 설정에 맞춰 각색하면서 SNS에 대한 이미지를 위해 붙이게 됐다고 한다.

이밖에 역시 18일 개봉한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도 원제는 '클로즈 투 유'(Close To You) 였다. 널리 알려진 카펜터스 팝송 제목이기도 하다. 

사건을 추적하다 저 자신이 사라져버리고 만 주인공 형구(조진웅)이 겪는 진짜 갈등을 따라가다보면 '너에게 가까이' 정도로 풀이될 원제도 영화와 퍽 어울리는 선택. 다만 제목뿐 아니라 삽입곡으로도 쓰려 했던 카펜터스의 원곡을 쓰지 못하게 되면서 제목도 변경돼, 여러 후보 가운데 선택받은 '사라진 시간'이 최종 제목이 됐다는 후문이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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