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25일(한국시간) 시즌 첫 경기인 탬파베이전에 선발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코리안 몬스터'답지 않은 토론토 데뷔전 투구였다. 승리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강판당하면서 시즌 첫 승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웠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류현진(33)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탬파베이주 세인트피터스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전에 시즌 첫 선발등판해 4.2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4안타 4사사구(3볼넷+1사구)를 내주고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6-3으로 앞선 상황에서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해 마운드를 내려갔다. 첫 경기일 뿐이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였던 류현진은 5.79로 2020시즌을 출발하게 됐다.

기록에서 볼 수 있듯 류현진은 이날 지난해 좋았을 때의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 구속도, 구위도, 제구도 우리가 알고 있던 ‘코리안 몬스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MLB.com에서 제공하는 '게임데이' 기준으로 이날 최고구속은 3회말 얀디 디아스를 상대로 던진 5구째 볼로 시속 92.3마일(148.5㎞)이었다. 그 다음으로 빠른 공은 1회 선두타자 얀디 디아스에게 던진 4구째와 2회 마이크 브로소에게 던진 초구로 91.7마일(147.6㎞)을 찍었다. 80마일대 후반의 포심 패스트볼도 많았다.

류현진이 원래 구속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위기 상황이나 필요할 때 마음을 먹으면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져왔다. 그러나 이날 최고 구속이 148.5㎞였고, 148㎞ 이상 나온 것은 이것 1개뿐이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정상적인 구속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초반에 체인지업과 커터 등이 잘 들어갔지만 포심패스트볼의 위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 5회 쓰쓰고 요시토모에게 홈런을 허용한 공은 바깥쪽에게 한가운데로 몰린 시속 89마일(143㎞)짜리 밋밋한 포심 패스트볼. 이어 호세 마르티네스에게 85.9마일(138㎞)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하면서 조던 로마노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강판당하고 말았다.

특유의 정교한 제구도 실종됐다. 볼넷 3개에 몸에 맞는 공 1개가 나와 4사구가 무려 4개나 됐다. 지난해 4월과 5월에 27연속이닝 무볼넷 행진을 펼치는 등 지난해 한 시즌 내내 기록한 볼넷이 24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29차례 선발등판해 182.2이닝을 던졌으니 경기당 0.83개, 9이닝당 1.18개의 볼넷을 허용한 셈이었다.

이날 투구수 97개 중 스트라이크는 54개. 스트라이크 비율이 55.7%에 불과했다. 지난해 시즌 전체 스트라이크 비율은 64.5%였다. 지난해 3개 중 2개는 스트라이크였다는 의미인데, 이날은 거의 둘 중 하나가 볼이었다.

그렇다 보니 투구수 관리도 실패했다. 1회 10개, 2회 12개로 비교적 순항했지만, 3회에 25개, 4회 29개, 5회 21개나 던졌다. 3회부터 구위가 떨어지면서 투구수가 늘어났고,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구위는 더 떨어졌다. 결국 5회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97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게 됐고, 첫 승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강판을 당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아무래도 시즌 개막이 불투명해지면서 준비 기간이 기약 없이 늘어지는 바람에 완벽한 컨디션으로 개막을 맞이하지 못한 듯하다. 그리고 이제 1경기일 뿐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는 있다. 앞으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류현진의 컨디션도 올라갈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시즌이 길지 않다는 점에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앞으로 얼마나 빨리, 어떻게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하느냐가 올 시즌 승부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듯하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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