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팬 손지영 씨가 26일 고척돔에서 ‘분하다 티셔츠’를 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돔,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고봉준 기자] “저만 입고 올 줄 알았는데, 같은 옷이 정말 많이 보이더라고요, 하하.”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26일 고척스타디움. 이날은 코로나19로 제한됐던 관중 입장이 재개된 뜻깊은 하루였다. 5월 5일 개막한 KBO리그는 그간 무관중 경기를 진행했는데, 최근 정부가 관중 입장을 허용했고 26일부터 전체 관중석 10% 규모의 팬들을 받기 시작했다.

TV와 인터넷 등으로만 경기를 지켜봤던 팬들은 관중 입장 재개 소식과 함께 야구를 향한 목마름을 마음껏 표출했다. 롯데-키움전의 경우 전날 1674석이 모두 매진된 가운데 경기 당일 회원권 관중까지 합쳐 총 1742명의 팬들이 자리했다.

이날 고척돔 곳곳에선 들뜬 표정의 야구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경기를 찾은 롯데팬 이경태(19) 씨는 “어제 친구들과 함께 PC방에서 모여 티켓을 예매했다. 그간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야구장이었는데 이렇게 유관중 첫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돼 기쁘다. 코로나19가 빨리 잠식돼서 더 자주 야구장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 키움팬 김일주 씨(가운데)가 26일 고척돔 기념품 코너를 들르기 위해 입장 절차를 밟고 있다. ⓒ고척돔, 고봉준 기자
이날 경기는 오후 5시부터 시작된 가운데 팬들은 입장 게이트가 열린 오후 3시 전부터 고척돔 주변을 맴돌았다. 몇몇은 야구장 외부의 기념품 코너에서 각종 응원용품을 구입했고, 일부는 야구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색다른 복장을 하고 나타난 팬들도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근 롯데가 내놓은 ‘분하다 티셔츠’를 걸치고 야구장을 찾은 이들이었다. 포수 김준태의 모습이 담긴 이 티셔츠는 외국인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직접 제작해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선수가 재미로 만든 상품은 뜻밖의 인기를 끌었다. 당시 시점에서 김준태가 활약을 펼친 덕분이었다. 이를 흥미롭게 지켜본 팬들의 구입 문의가 빗발쳤고, 구단은 이 티셔츠를 정식상품으로 출시했다. 판매량은 무려 2000장이 넘었다.

관중 입장이 재개된 이날 경기에서도 분하다 티셔츠를 입은 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손지영(26) 씨는 “스트레일리가 동료의 사진이 담긴 티셔츠를 제작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재밌었다. 그래서 정식상품으로 출시되자마자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 티셔츠는 직관 응원용이다. 워낙 개성이 강해 평소에는 쉽게 입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웃고는 “오늘 야구장에서도 나만 이 티셔츠를 입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많은 분들께서 이 옷을 입고 계시더라. 분하다 티셔츠의 인기를 처음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 롯데팬 이경태 씨(오른쪽)가 26일 고척돔으로 입장하며 필수 절차인 QR코드 스캔을 하고 있다. ⓒ고척돔, 고봉준 기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방영되며 야구팬들의 크나큰 호응을 얻었던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여운도 느낄 수 있었다. 실제와 흡사한 야구단 안팎의 에피소드와 뒷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담아냈던 스토브리그는 이후 관련 상품을 출시했는데, 이날 고척돔에서도 몇몇 팬들이 극중 야구단인 ‘재송 드림즈’의 유니폼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키움팬이라고 소개한 김일주(27) 씨는 “어제 아버지와 함께 티켓 예매 전쟁을 치렀다. 아버지께선 실패하시고, 나만 성공해 겨우 표 2장을 구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야구팬으로서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흥미롭게 봤다. 그간 알지 못했던 야구단 안팎의 사정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드라마 종영 후 인터넷에서 관련 상품을 판매하길래 재송 드림즈의 유니폼을 하나 구입했는데 입을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오늘처럼 의미 있는 날 입게 돼 정말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경기는 키움의 8-1 승리로 끝났다. 평소 같으면 패색이 짙은 롯데팬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떴겠지만, 이날만큼은 끝까지 남아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도, 팬들도 서로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던 2020년 7월 26일. 훗날 KBO리그가 또 하나의 이정표로 기억할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고봉준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