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잠실구장과 고척스카이돔, 수원kt위즈파크에서 관중 입장이 시작됐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5월 5일 무관중으로 개막한 KBO리그가 82일 만에 '유관중 시대'를 열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은 관중이 있을 때 더 집중한다"며, LG 류중일 감독은 "팬 없는 야구는 프로야구가 아니다"라며 예매 경쟁을 뚫고 잠실구장을 방문한 2424명의 팬들을 반겼다. 

코로나19 이후의 삶은 전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말처럼, 야구 응원도 지난해와는 달랐다. 야구장 '치맥'은 없다. KBO는 관중석에서는 물을 비롯한 음료만 마실 수 있도록 했다. "1번 타자!"를 외치는 응원도 없다. 비말이 튈 수 있는 육성 응원은 자제하라는 것이 KBO의 코로나19 방역 수칙이다. 

이런 제한 때문에 어떤 이들은 10% 범위에서도 만원 관중이 다 차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한여름에 치맥과 함성, 직관의 매력이 사라진 야구장을 찾느니 시원하게 '집관' 하겠다는 팬들도 많았다. 그런데도 26일 경기 예매가 시작된 25일 오전 10시를 기다리고 기다린 팬들이 있다. 

26일 잠실구장을 방문한 팬 4명에게 '코로나19 시대의 직관'에 대해 물었다. 10대와 20대 '솔플러', 친구들과 방문한 30대 2명이다. 거리두기 직관의 목적에 맞게 '언택트' 인터뷰로 진행했다. 

▲ 26일 잠실 LG-두산전을 '직관'한 팬들이 보낸 '언택트 인터뷰' 인증샷. ⓒ 신원철 기자

24일 KBO의 관중 입장 계획이 확정돼 25일 예매가 시작됐다. 먼저 이 이틀을 어떤 마음으로 보냈는지 궁금했다.

이지혜(34) 씨는 "그동안 유독 스포츠 직관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아서 너무 속상했는데 드디어 관중 입장이 허가됐다는 소식에 너무 기뻤다"면서 "신인왕 후보 이민호의 선발 등판일이라 더욱 설렜다"고 했다. 성윤창(33) 씨는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건 아닌가 하면서도 야외니까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었고, 드디어 직관할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했다"고 돌아봤다.

치맥도 응원도 없는 야구장이지만 두 달 넘게 TV로만 지켜봤던 선수들을 볼 수 있다는 장점 하나면 충분했다. 이지혜 씨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제한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음식 냄새가 나지 않고, 취객이 없어서 쾌적했다"고 말했다. 응원단이 오지 않은 LG를 응원한 성윤창 씨는 "메이저리그식 응원을 체험한다고 생각하니 좋았다"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혼자 방문한 팬들에게는 두 가지 모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송상록(21) 씨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두 가지 제한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권하윤(18) 씨는 "'치맥과 응원'이 직관의 꽃이기는 해도, 너무 오랫동안 관중 입장이 지연되고 있어서 직관 자체가 그리웠다. 응원할 수는 없지만 응원석을 채우는 것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밝혔다.

▲ 응원 자제를 요청하는 공지. ⓒ 신원철 기자

26일 잠실구장에는 3회부터 공수교대 때마다 "육성 응원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공지가 올라왔다. 두산 쪽 응원단장도 "목소리(응원은) 자제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공지는 곧 무의미해졌다. 어느 한 팀도 멀리 달아나지 못한 치열한 경기 흐름, 호수비와 실책이 가르는 희비가 팬들의 심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경기 후반에는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응원 열기가 잠실구장을 채웠다.

관중 입장 첫날 만난 4명의 팬은 모두 이러한 상황이 오히려 불편했다고 했다. 어렵게 결정된 관중 입장인 만큼, KBO의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송상록 씨는 "응원수건, 플래시 등을 이용한 동작 응원에 참여를 많이 유도하면 코로나19 감염도 막고 응원도 할 수 있어서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 26일 잠실구장과 고척스카이돔, 수원kt위즈파크에서 관중 입장이 시작됐다. ⓒ 연합뉴스

KBO는 현재 10%인 관중 입장 제한을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래도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한 당분간은 '치맥과 응원'이 없는 직관이 계속돼야 한다. 26일 코로나19 시대의 야구 직관을 경험해 본 4명의 팬은 한마음으로 '이런 직관'도 괜찮다고 했다.

이지혜 씨는 "응원보다 '관람'이 목적이라 작년보다 좋았다. 개인차가 있으니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는 않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꾸준히 오고 싶다"고 했다. 성윤창 씨는 "육성 응원 유도가 '없다면' 추천한다"고 밝혔다.

송성록 씨 역시 "육성 응원 유도를 제외한 방역 수칙은 잘 지켜졌다. 추천한다"고 얘기했다. 권하윤 씨는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경험이었다"면서 "다만 자리를 떨어져 앉아야 하니 아이를 데리고 오는 가족 단위의 관람은 '비추'"라고 세심한 조언을 남겼다.

▲ 26일 잠실구장과 고척스카이돔, 수원kt위즈파크에서 관중 입장이 시작됐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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