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주전 포수 이재원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감독님, 투수 리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박경완 SK 감독대행은 2군 감독 시절 한 선수의 방문을 받았다. 당시 두산의 포수였던 양의지(33·NC)였다. 박 감독대행은 “당시 양의지가 일주일에 엄청나게 많은 점수를 준 뒤 1군 엔트리에서 빠졌을 때”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머릿속에 생각과 고민이 많았던 양의지가 무작정 박 감독대행을 찾은 건 이유가 있었다. 투수 리드를 배우고 싶어서였다.

박 감독대행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지는 못했다. 어차피 단시간에 가르칠 수는 없는 부분이었고, 타 팀 코칭스태프였기에 조심스러운 게 많았다. 대신 딱 하나만 이야기했다. 박 감독대행은 “나는 너보다 점수를 더 줬다. 그런 경험을 하지 않고서는 절대 좋은 포수가 안 된다. 다 좋은 날만 있을 수는 없다”고 격려한 뒤 양의지를 돌려보냈다. 박 감독대행은 “용기를 내서 찾아온 것을 보고 ‘요놈은 되겠구나’는 생각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박 감독대행이 갑자기 한참 전 이야기를 꺼낸 것은 주전 포수 이재원(32) 때문이다. 이재원은 1일 수원 kt전에 선발 출전했으나 3회 장성우에게 3점 홈런을 맞은 뒤 0-9 상황에서 교체됐다. 계속 실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수를 바꾸기보다는 포수를 바꿔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했다. 자칫 잘못 분위기에 휩쓸려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원을 크게 나무란 것은 아니었다. 문책이라기보다는 경기장 바깥에서 조금 더 생각을 하길 바랐다. 박 감독대행은 2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따로 면담한 것 또한 없었다고 했다. 대신 위축되지 않고 더 공격적으로 승부를 해주길 바랐다. 무너지고 있는 현재 마운드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봤다. 1군에서 2000경기 이상 뛴 당대 최고 포수의 경험론적 이야기가 그렇다.

박 감독대행은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본인이 나갔을 때 실점이 많다고 생각하니 약간 서두른다. 타자와 투수에 대한 볼 배합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부분이 많이 무너진 것 같다. 투수들도 그렇겠지만, 포수를 해본 나도 그런 상황에서 위축이 된다. 방망이 안 맞고, 실점 많아지면 디펜스 쪽에서 소극적이 된다”고 지적하면서 “경험상에 의하면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투수들도, 포수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계산으로 도망가는 것과 안 맞으려고 도망가는 건 다르다”고 전제한 박 감독대행은 지금 이재원의 리드가 후자 쪽에 가깝다고 했다. 지난해보다 약해진 마운드 전력도 이재원의 심리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외부적인 요인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면돌파를 바랐다. 박 감독대행은 “나도 문승원 박종훈 핀토 이건욱이까지 나갔을 때 2승은, 반은 해야 한다고 압박을 받는다. 그런 부분들이 포수 쪽에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그래도 도망가는 것보다는, 해왔던 대로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로 하면 진짜 쉽다. 나도 선수를 해봤다. 그 상황에 놓이면 진짜 쉽지 않다. 재원이와 투수 모습을 이해는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양의지가 엄청나게 많은 실점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하고 성장한 것처럼, 이재원도 그런 과정을 밟길 바라고 있다. 박 감독대행은 평소에도 “이재원은 주전 포수가 된 지 얼마되지 않았다. 양의지와 입단 동기라고 해도 포수 경력은 크게 차이가 난다”면서 “그만큼 더 오래 포수를 할 수 있다고 봐도 된다”며 이재원을 격려하곤 했다.

박 감독대행은 이재원의 성장 과정을 잘 안다. 정상호(두산)와 경쟁했을 때, 즉 이재원이 처음으로 제대로 포수 마스크를 쓸 때, 이재원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볼 배합을 하는 선수였다. 박 감독대행도 인정하고 기억한다. 블로킹은 해가 갈수록 더 좋아졌다. 박 감독대행은 지난해 팀이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에 이재원의 지분이 적지 않다고 강조하곤 했다. 할 수 있다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다. 

박 감독대행은 “나도 2군 가 봤고, 혼도 많이 나봤다. 재원이가 포수를 계속 해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진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비록 비로 경기가 시작되지는 못했지만, 2일 수원 kt전 SK의 선발 포수도 이재원이었다. 라인업이 주는 메시지는 아주 명확하고 묵직하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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