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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A-스토리]서정원③"볼프스부르크에서 한국 선수 소개 부탁"

김건일 기자 이성필 기자 kki@spotvnews.co.kr 2020년 08월 08일 토요일

▲ VfL 볼프스부르크 훈련장에서. 왼쪽부터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과 서정원 전 감독, 그리고 마이클 앵거슈미트 볼프스부르크 수석코치.(왼쪽부터) ⓒ서정원 감독 제공.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이성필 기자] '날쌘돌이' 서정원(50) 감독이 내민 사진 한 장, 독일 분데스리가 '복병'으로 꼽히는 VfL 볼프스부르크 라커룸이었다. 볼프스부르크는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이 끝나고 대회 득점왕이었던 구자철(31, 알 가라파)이 입단한 팀으로도 알려져 있다. 

훈련장을 넘어 전력 분석실까지 갔으니 단순한 견학은 아니었다. 서 감독과 함께 사진 찍고, 전력분석실에서 설명까지 안내를 도맡은 남자. 오스트리아 출신의 'OG' 올리버 글라스너(46) 볼프스부르크 감독이었다.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같이 뛰던 선수가 있었는데 지금 볼프스부르크 감독이에요. 지난해 겨울 황희찬 경기를 보려고 잘츠부르크를 갔어요. 전반이 끝나고 위를 봤는데 낯익은 사람이 있더라고요. '오!' 했는데 선수 시절(SV리트) 골키퍼였어요. 이 친구가 당시 22세 이하(U-22) 오스트리아 대표팀 코치였거든요. 그때 동료들 이야기가 나왔는데 글라스너가 볼프스부르크 감독이 됐다고 알려주는거에요. 그래서 연락했더니 '놀러 와 세오(SEO)'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놀러 갔었죠. 2주 동안 볼프스부르크에 있었고 선수 코치 다 친해졌어요. 같은 팀에 있을 땐 절 우러러보던 동료들이었는데, 감독 코치가 됐네요."

서 감독보다 4살 어린 글라스너는 리트에서 1995년부터 2011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던 원클럽 맨. 은퇴한 뒤 리트 감독이 됐고, LASK린츠를 거쳐 2019년부터 볼프스부르크 감독을 맡고 있다. 볼프스부르크는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16강에서는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에 밀려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분데스리가 7위를 확정하며 다음 시즌 UEL 3차 예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축구인들이 모이면 축구 이야기, 감독이 끼어있으면 선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39)과 '손세이셔널' 손흥민(28, 토트넘 홋스퍼)이 성공한 이후 유럽에서 한국 선수를 향한 관심은 상당하다. 글라스너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볼프스부르크에서 선수 한 명 소개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황희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유스에서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소개해 주고 싶어요."

황희찬은 잘츠부르크를 거쳐 독일 분데스리가 신흥 강호 RB라이프치히로 이적했다. 12월까지만 해도 황희찬과 삼각편대였던 엘링 홀란드와 미나미노 타쿠미는 각각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 리버풀(잉글랜드)로 향했다. 선수를 육성해 팔아서 다시 육성하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와 더불어 대표적인 '셀링 리그'로 자리 잡았다. 당연히 오스트리아에서 뛰었던 서 감독은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야 말로 경력을 쌓기 좋은 곳이라고 추천했다.

"오스트리아에서 뛸 때 한국 선수들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오스트리아 같은 곳도 밟고 올라가기에 좋아요. 1년에 반 이상이 빅리그로 빠져요. 빅리그와 가깝기도 하고 가장 많이 유럽 스카우트들이 관심 있게 보는 리그 중 하나에요. 일종의 거쳐가는 리그에요. 월등한 실력으로 갈 수 있으면 (빅리그) 직행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그런 리그(오스트리아)에서 뛰다가 (빅리그로)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 볼프스부르크 전력분석실에서 글라스너 감독이 서정원 감독에게 설명하고 있다. ⓒ서정원 감독 제공

서 감독은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A대표팀 코치를 거쳐 2013년 친정인 수원 삼성 감독으로 부임했고, 2018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도자가 된 축구 인생 2막, 서 감독이 어디서 어떤 도전을 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하다. 일부에서는 수원으로 다시 돌아와서 재건의 선봉에 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최근 구단의 행태를 보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원이 왜 저러느냐"고 반문을 할 정도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대신 새로운 꿈이 있고, 유럽 생활로 맺은 인연들은 여전한 '동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서 감독은 시간이 나면 유럽에서의 지도자 생활이나 진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는 유망주들을 키우는 것에 관심이 있음을 종종 표현했다.

"복을 받았다고 느끼는 게 저와 인연 맺은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첼시 스카우트도 있었는데 그 친구 요즘 어디 있는지 기억이 흐릿하네요. 진짜 친하니까 다른 사람들을 소개해 주고 '세오가 물어보는 거 다 이야기'해달라고 해요. 에이전트도 많죠. 스트라스부르에서 처음 날 뽑았던 르네 지라르(66) 감독은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 그것도 있어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지라르가 프랑스대표팀 수석코치로 왔었어요. 그가 찾는다고 연락이 와서 만났었죠. 그 뒤 매년 프랑스 가면 그곳 대표팀 훈련장(클라르퐁텐)에서 식사하고 그랬어요."

지라르 감독은 2011-12 시즌 파리 생제르맹(PSG)과 올림피크 리옹 등이 돌아가며 독식하던 리그앙 우승에 공헌했다. 올리비에 지루(33, 첼시)를 키워내는 등 선수 육성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 현재는 파리FC(2부리그)를 지휘하고 있다. 서 감독이 지향점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한국 지도자 중에선 가장 유럽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다고 볼 수 있다. 상상이지만, 유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가능성은 없을까.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쪽으로 진출한 사례는 있지만 유럽 중급 또는 빅리그에서는 없다.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오스트리아가 가능성이 없진 않아요. (현지에서) 장난으로 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제가 적극적으로 한다고 하면…제가 이전 세대 축구인 출신 중에서는 그나마 유럽에서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 볼프스부르크 훈련을 바라보고 있는 서정원 감독. ⓒ서정원 감독 제공

▲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에서 잊고 있던 역사를 재확인한 서정원 감독, 벤피카 박물관에는 정식 계약을 한 선수를 모두 소개하는 구역이 있다. 2000년대 진출했던 중국, 호주 선수들과 달리 서 감독은 1990년대 유일하게 벤피카의 이적 제안을 받아 계약서까지 쓰고 정식 계약했던 유일한 아시아 선수였다. 대한축구협회가 국제이적동의서를 발급해주지 않아 최종 이적이 무산 됐다. ⓒ서정원 감독 제공

기성용(31, FC서울)부터 손흥민, 이강인(19, 발렌시아CF)까지, 성공 사례를 본받아 조기에 축구 유학을 선택하는 어린 축구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대다. 스포티비뉴스가 지난달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 이적 대조 시스템(Transfer Matching System, 이하 TMS) 상에서 해외에 등록된 한국 선수를 파악한 바, 39개국에 무려 431명이 정식 선수로 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에만 116명이 꿈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허위 해외 유학 프로그램을 이용한 선수들도 있다는 사실. 구단 이름과 같지만 실상은 구단 이름을 빌리고, 구단과 별개인 '아카데미(학원)'이 수두룩하다. 적지 않은 돈과 부푼 꿈을 안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축구 유망주들은 그곳에서 사라진다. 서 감독의 눈은 그곳으로 향해 있다.

"(축구를) 잘하는 어린아이들이 어이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을 보면 나중에 제가 그들에게 제대로 된 길을 밟게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에요. 선수들의 성장 과정을 보고, 보람도 있지 않을까요. 유럽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 데리고 나가서 경기하고, 경기하면서 뽑아갈 선수 길을 열어 주고 말이에요. 요즘 학생들이 힘들어요. 나쁜 사람들도 있고요. 제가 그러한 경로를 바로잡고 싶어요."


+번외 - '지금 현역이라면 같이 호흡하고 싶은 공격수는?'

"(제가 오른쪽 윙이라면) 최전방 공격수로 해리 케인(27, 토트넘 홋스퍼)보다는 그 선수가 마음에 들어요. 바이에른 뮌헨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2). 너무 좋아요. 스트라이커로서 역할이나 경기 운영, 득점력 전부 다요. 요 근래 스트라이커 중 꼽으라면 그 선수입니다. (발롱도르를 뽑는다면) 레반도스프키. 몇 경기를 보는데 밸런스나 헤딩이나 센스나 스트라이커로서 좋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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