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메릴 켈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는 2015년 시즌을 앞두고 우완 메릴 켈리(32)와 계약한다. 당시까지만 해도 의구심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 나이에 가능성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켈리는 KBO리그에서 4년을 뛰며 성장을 거듭했다. 2015년 입단 당시까지만 해도 다양한 변화구가 있었지만 변형 패스트볼 구사력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컷패스트볼의 완성도를 높여가면서 점점 성적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 기회도 보장받았다. 그렇게 켈리는 SK에서 4년간 119경기에 나가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한 뒤 MLB 팀들의 부름을 받았다.

켈리는 지난해 애리조나와 보장 2년 계약을 맺었다. 2년간 우선 500만 달러(2019년 200만 달러·2020년 300만 달러)를 받고,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가 구단 옵션 행사를 결정하는 계약 방식이었다.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 50만 달러의 바이아웃 금액을 챙긴다. 즉, 2년 보장 550만 달러의 계약이었다. 

그런 켈리는 애리조나의 구단 옵션 실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32경기에서 183⅓이닝을 던지며 13승14패 평균자책점 4.42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켈리는 올 시즌 초반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첫 4경기에서 26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1패 평균자책점 1.71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경기마다 기복이 다소 심했으나 올해는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즌 준비가 쉽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더 놀라운 성적이다. MLB에서의 첫 시즌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보냈고, 결혼 등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찾은 것 또한 성공 비결로 풀이된다.

이제 애리조나는 켈리의 옵션 실행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성적으로는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옵션을 실행해봐야 내년에 425만 달러만 주면 되기 때문이다. 풀타임에 가까운 선발투수로 활용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금액이 아니다. 2022년에는 525만 달러의, 또 한 번의 구단 옵션이 있다. 

켈리가 무난한 활약을 내년까지 이어 갈 수 있다면 2년간 950만 달러(약 113억 원)를 더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애리조나도 결코 손해 보는 조건이 아니다. ‘MLB 경력 전무’의 선수가 KBO리그에서 성장한 뒤 다시 MLB에 가 성공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켈리가 그 신화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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