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경기였다.
LA 레이커스는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에 93-100으로 패배했다. 포틀랜드는 수비가 좋은 팀이 아니다. 정규 시즌 동안 100번의 수비 기회에서 실점 기대치가 27위였다. 실제로 포틀랜드는 지난 36경기 동안 100점 이하로 상대를 묶은 적이 없었는데, 플레이오프 첫 경기서 100점 이하 실점을 기록했다.
포틀랜드는 레이커스의 외곽슛 약점을 공략하면서 골 밑을 봉쇄했고, 레이커스는 여기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 외곽을 철저하게 버린다
레이커스는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정규 시즌 8경기 동안 3점슛 성공률 30.3%에 그쳤다. 이전 기간까지는 35.5%였던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결국 떨어진 감각을 되찾지 못하고 1차전에서 15.6%(5/32)를 기록했다.
포틀랜드는 노골적으로 외곽을 버렸다. 대신 골 밑을 지켰다. 르브론 제임스와 앤서니 데이비스가 페인트존 안에 들어오면 공을 긁어내는 수비를 펼치고, 유서프 너키치와 하산 화이트사이드의 높이를 활용했다. 만약 공이 밖으로 빠지면 클로즈아웃 수비를 펼치는 방식이었다.
◆ 미드레인지와 3점슛 내주는 2대2 수비
2대2 게임도 비슷한 스타일로 이어 갔다. 포틀랜드는 기본적으로 스위치 디펜스보다는 드롭백 수비를 선호한다. 스크리너의 수비수인 빅맨이 골 밑으로 처져서 돌파를 막는 전략이다. 르브론이나 데이비스의 페인트존 공략을 차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르브론의 고민이 깊어졌다. 일단 3점슛 라인 밖에서부터 페인트존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렵고, 골 밑에 들어가도 화이트사이드나 너키치, 웨닌 가브리엘이 버티고 있어 슛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외곽의 오픈 기회를 노리기 위해 패스해도 슛이 들어가지 않았다.
실제로 'SB네이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레이커스는 27개의 3점슛을 오픈 기회에서 던졌지만 단 5개만 넣었다. 포틀랜드가 더욱 거칠게 골 밑으로 압박 수비를 가한 이유였다.
◆ 르브론의 달라진 공격 루트
르브론은 전반전까지 톱에서 돌파하거나 2대2 게임을 많이 펼쳤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윙에서 르브론의 돌파 경로를 철저히 막았다. 후반전부터 르브론은 45도나 코너에서 공격을 시도했다. 돌파할 때 상대의 공을 긁어내는 수비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안전하게 골 밑으로 접근할 수 있었지만 페인트존에 밀집한 수비수를 혼자서 뚫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트렌트 주니어와 일대일 매치업이 자주 나왔다. 그러나 신체조건의 우위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밀고 들어가도 골 밑 수비가 두터웠기 때문이다. 외곽에서는 슛이 여전히 터지지 않았고, 대니 그린이나 칼드웰-포프의 움직임이 활발한 편이 아니라서 전체적으로 정적인 움직임이었다.
◆ 다양한 공격 옵션이 필요하다
르브론과 데이비스만의 활약으로는 이길 수 없다. 나머지 선수들의 분전이 필요하다. 1차전서 카루소(2점 3어시스트 3스틸)와 카일 쿠즈마(14점 8리바운드)의 존재감은 나쁘지 않았다. 이들의 많은 활동량은 큰 힘이 될 수 있다.
디온 웨이터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 레이커스에서는 르브론을 제외하면 골 밑으로 들어가고 2대2 게임을 조립할 선수가 없다. 이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게 웨이터스다. 레이커스 소속으로 7경기 동안 평균 23.6분간 11.9점 2.4어시스트로 공격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르브론의 일대일 옵션도 활용할 수 있다. 르브론이 강한 이유는 큰 상대를 만나서는 스피드로, 작은 상대를 만나서는 힘으로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에서 비교적 약한 수비수를 고른 뒤 일대일로 무너뜨리는 장면이 그동안 많았던 이유다. 그러나 1차전에서는 이 장면이 자주 나오지 않았다. 있더라도 소극적이었다. 볼 스크린으로 스위치 디펜스를 유도한 뒤 여기서 르브론이 선택지를 더 많이 가져가는 식으로 경기가 운영될 수 있다.
단 1경기 패배했지만 위기는 위기다. 올 시즌 공격 효율성이 가장 낮았던 5경기 중 4경기가 올랜도 버블 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올랜도 내에서 공격력이 심상치 않다. 야투 감각이 더 좋아질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눈에 띄는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레이커스의 업셋 패배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과연 2차전은 어떤 결과가 나올까. 레이커스가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