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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난 성공한 야구 선수"…원클럽맨 김재호, 마지막 버킷리스트 향해

네이버구독_201006 김민경 기자 kmk@spotvnews.co.kr 2021년 01월 20일 수요일
▲ 두산 베어스 김재호는 원클럽맨으로 은퇴하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 잠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야구 선수로 이룰 수 있는 것들은 다 이뤄서 큰 미련은 없다. 그래서 난 성공한 야구 선수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36)는 스스로 성공한 야구 선수로 평가했다. 주전 도약 후 3차례 우승(2015, 2016, 2019년)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주장으로 2016년 통합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2015년과 2016년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으며 리그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지난해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지만, 생애 처음으로 데일리 MVP를 차지하는 영광도 안았다. 그래서 더는 미련이 남지 않으니 "성공했다"고 표현했다. 

김재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2번째 FA 자격을 얻어 두산과 3년 25억 원에 계약을 마쳤다. 2023년까지 20년 동안 두산에서 원클럽맨으로 뛰게 된 그는 "야구를 하면서 꿈꿔온 마지막 그림에 조금 다가간 느낌이다. 한 팀에서 멋지게 활약하고 은퇴식을 하면서 마지막을 끝내는 그림을 어릴 때부터 상상했다. 기분 좋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 "지난 7년, 진짜 빨리 지나갔다"

2013년 6월 1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 김재호는 이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김재호에게 선발 출전 기회가 온 날이다. 김재호는 이때부터 백업 내야수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2013년 시즌 뒤 손시헌이 FA 자격을 얻어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2014년 첫 선발 풀타임 시즌을 맞이했다. 그 이후는 모두가 알다시피 탄탄대로였다. 

김재호는 "2014년에 처음으로 개막전부터 주전이 됐다.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서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다. 내가 이렇게 야구를 사랑했었는데, 내가 정신을 조금만 더 빨리 차렸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한편으론 지난날의 내가 너무 창피하기도 했다. 다 때가 있는 건가 생각도 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만 컸을 때는 경기를 못 나갔는데, 천천히 준비해서 내 것을 만들고 준비된 사람이 됐을 때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 있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면 기회가 오는구나 싶었다. 이런 게 인생인가 싶고, 그래서 기회가 더 값졌다. 이 자리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강해져서 야구에 더 집중했다. 어떻게 보면 10년 동안 백업 생활을 한 게 지금 좋은 대우를 받는 밑거름, 큰 자산이 됐다고 생각한다. 늦게 꽃을 피웠지만,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다듬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그나마 야구 선수로 성공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행복한 시간은 너무 짧게 지나간다는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김재호는 "지난 7년이 정말 짧게 지나간 것 같다. 내가 힘들 때는 그렇게 시간이 안 갔는데(웃음), 행복해지니까 시간이 정말 빨리 가더라. 그게 안타까웠다. 야구 선수로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뤄서 감사한데, 더 즐기고 싶어도 이제는 내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게 아쉽다. 후회는 남기지 않아야 하니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래도 야구 선수로서 어떻게 보면 큰 미련은 없다. 그래서 난 성공한 야구 선수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 2016년 두산 베어스는 1995년 이후 21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김재호는 주장으로 팀을 이끌며 직접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 곽혜미 기자
◆  6년 연속 한국시리즈, 3번의 우승, 그리고 눈물

두산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3차례 우승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김재호는 이 과정에서 주역으로, 또 후배들의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하며 점점 베테랑의 의미를 깨달아 갔다. 김재호는 우승, 또 준우승하는 과정에서 느낀 솔직한 심정을 가감 없이 들려줬다. 

2015년 우승: "2015년 전까지는 항상 팀이 준우승하는 것을 뒤에서 지켜봤다. 그래서 눈물도 많이 흘렸는데, 뜻밖의 행운이 빨리 찾아왔다. 준우승팀이라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우승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팀의 주축이 됐을 때 기회가 와서 '이건 정말 해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컸다. 그래서 2015년 우승했을 때가 제일 행복했고, 가장 눈물도 많이 흘렸다. 함께 우승을 이루지 못하고 팀을 떠난 형들 생각도 많이 났다. 은퇴하기 전에 꼭 이루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워서 나는 진짜 성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해 내가 처음 3할 타자가 되기도 했고, 팀의 주축으로 크게 기여했던 시즌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가장 애틋한 우승이다."

2016년 우승: "누가 봐도 우승을 할 것 같은 시즌이었다. 다른 팀과 워낙 차이가 크게 난 시즌이었다. 중간에 NC가 쫓아오긴 했지만, 워낙 투타 밸런스가 잘 맞았다. 이건 우승 못 하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해 주장으로 통합 우승을 이끌어서 내게는 더 의미가 있었다."

2017~2018년 준우승: "2017년과 2018년도 기회가 있었는데, 2017년은 나 때문에 정말 큰 비판을 받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어깨 부상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 때문에 진 것은 맞으니까. 팀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2018년은 내가 정말 공격으로 잘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공격으로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강해서 거의 홈런 타자가 된 느낌이었다. 시즌 때 개인 성적은 좋았는데(타율 0.311, 16홈런, 75타점), 거기서 안주했던 것 같다. '나 이제 보여줬어 됐어, 내 임무는 끝났어' 하고 가을야구를 맞이했다. 나는 할 일 다 했으니 동료들이 해주겠지 하고 마음 편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때 (김)재환이는 다치고 (양)의지 말고는 치는 사람이 없었다. '큰일 났구나' 했을 때 경기는 끝났다. 그때 느낀 게 있다. 2018년에 다들 홈런도 많이 치고 타격 상위 1, 2등 안에는 다 들어가 있었다. 공격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큰 경기에서는 내가 할 몫을 해줘야 팀이 강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 김재호에게 2019년 통합 우승은 다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 두산 베어스
2019년 우승:
"2019년은 정말 예상치 못한 우승이다. 2019년을 준비하면서 공격은 조금 버려도 수비에 더 열중하자고 생각했다. 공격은 작전에 더 중점을 두자고 생각하고 시즌을 맞이했다. 그런데 사람인지라 지난해 치던 스윙이 있으니까. 계속 2018년 성적이 생각나면서 홈런을 치고 싶고, 작전 아닐 때 욕심을 내면 안 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안 돼,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후배들에게 자꾸 보여주고, 후배들에게 자꾸 해야 할 몫을 인지시켜줘야 강팀이 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터뷰할 때도 선수들이 들으라고 그런 말을 많이 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팀의 리더가 누가 돼야 하는지도 이야기했고. 팀이 자연스럽게 주축이 내가 아닌 우리 아래 친구들이 이끌게 메시지를 주면서 책임감을 주고 싶었다. 

후반기 막바지쯤 되니까 각자 책임감을 생각했는지 갑자기 연승을 하고, 팀이 하나로 모이는 게 보이면서 극적으로 우승을 했다. 후배들을 보면서 반성을 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아직 내가 주축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큰 경기는 내가 주축이 돼서 후배들의 긴장감을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지난 2년의 실패는 아예 생각하지 말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큰 활약은 아니지만, 시리즈 첫 타점과 그다음 타점도 내가 기록하면서 공격에 물꼬를 텄다. 이제 됐다. 팀이 이기면서 '나도 이제는 자신감을 다시 찾아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2년 동안 팬들께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던, 그 부담감을 이제 내려놔도 된다고 생각한 우승이었다. 이제 내가 조금씩 떨어지는 건가 생각하던 시기였는데, 그래서 우승하고 많이 울었다. 나를 다시 칭찬하고 자신감도 되찾는 계기가 된 우승이었다." 

2020년 준우승(한국시리즈 2, 3차전 데일리 MVP): "한국시리즈 때 정말 하나도 안 힘들었다. 2019년에 4경기 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지난해는 잘해서 그런지 하나도 안 힘들었다. kt랑 플레이오프까지도 MVP라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도 없고, 그런 쪽으로는 욕심을 낸 적이 없었다. NC랑 한국시리즈 첫 경기 끝나고 '와 이거 누가 한 명 뚫지 않는 이상은 그대로 4패로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해결을 해야 하는데, 그럼 내가 한번 해보자 하고 2차전에 홈런을 쳤다. 홈런 치고 다음 타석에 또 타점을 내면서 '와 되네, 내가 되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만 더 버티자, 애들이 올라올 때까지 버티자 했는데 그게 3차전까지였던 것 같다. 솔직히 다들 치진 상태라 으쌰으쌰 해도 쉽지가 않았다. 때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려 한다."

▲ 김재호에게 두산 베어스는 "인생을 알려준 팀"이다. ⓒ 곽혜미 기자
◆ 인생 알려준 베어스에서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김재호는 이제 야구 인생 후반기를 향해 간다. 남은 3년을 잘 마무리하고 유니폼을 벗는 꿈을 꾼다. 그는 "앞으로는 야구 선수로서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후배들을 발굴하고 좋은 선수가 나올 수 있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그동안은 선수로서 공부했다고 치면, 앞으로 3년은 선수 외적인 공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만약에 나중에 지도자를 하면 어떻게 할까 라는 생각으로 야구를 조금 더 넓게 보고 싶다"고 바람을 이야기했다. 

이어 "솔직히 그동안 야수들과 많이 이야기했지만, 투수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별로 보내지 못했다. 내가 투수가 돼서 생각해보고 싶기도 하고, 야구를 조금 더 다양하게 보고 싶다. 당연히 내 야구와 기록도 생각하겠지만, 앞으로 3년은 야구를 더 넓게 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재호 야구 인생의 마지막 버킷리스트는 '원클럽맨으로 은퇴식을 치르는 것'이다. 김재호는 "꿈을 이루면 영광일 것 같다.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지우는 것이기도 하고, 모두가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룬 선수로서 영광스러울 것 같다. 야구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큰 선물을 받는 느낌일 것이다. 무조건 이 팀에서 오래 있다가 은퇴를 하는 게 아니라, 실력을 보여주고 은퇴하자는 마음이 더 강하다. 앞으로 3년도 경쟁력을 보여주고 은퇴하면 큰 영광일 것 같다. 그러면 나한테도 '수고했다',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두산 베어스는 김재호에게 "인생을 알려준 팀"이다. 그는 "모든 삶에는 굴곡이 있다. 좋은 날, 안 좋은 날을 다 겪으면서 성장하는 게 인생이다. 두산에서 인생을 배운 것 같다. 인생이 이런 거구나 배우게 된 팀"이라고 했다. 

참된 인생을 배운 두산에서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지우고 활짝 웃는 김재호를 기대해 본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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