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새해전야'의 이연희.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제 인생이 지금 되게 비수기거든요!"

10일 개봉을 앞둔 9인 4색의 옴니버스 로맨스 '새해전야'(감독 홍지영, 제작 수필름)에서 이연희(33)는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떠난 여자 '진아'를 연기한다. 연차도 제대로 못 쓰고 몇 년을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그녀는 남자친구의 일방적인 이별통보에 당장 비행기표를 끊어 한국에서 가장 먼 곳, 아르헨티나로 홀로 떠난다. 일도 사랑도 삶도 막막했던 그녀는 말도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새로운 설렘을 찾고 진정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녀의 대책없는 여행은 대리만족을 안긴다. 이연희에게도 그랬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유연석과의 로맨스는 가볍지만 설레고, 그녀와 쏟아지는 이과수폭포의 장관을 마주할 땐 눈마저 탁 트이는 느낌. 해질녘 붉게 물든 부에노스아이레스 하늘 아래 나풀거리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머리에 꽂은 빨간 꽃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특별한 정취에 녹아든 느낌이다. 루프탑의 공연에선 "이때는 꼭! 와인을 한 잔 하면서 불러도 될까요?"하고 감독에게 먼저 제안해 취중 공연(?)을 성사시켰다.

"내가 느낀 감정처럼 관객들도 힐링하셨으면 좋겠고,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은 이연희는 '새해전야' 속 '진아'에게서 "20대의 나 자신을 봤다"고 말했다. 어느덧 30대 중반, 결혼과 함께 삶의 변곡점을 맞이한 그녀는 20대보다 30대가 더 좋다며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진아처럼 관계에서 상처를 입고, 그대로 견디다 '일을 그만두고 싶다'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고 그녀는 털어놨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 광장. 평온한 사람들을 바라보던 진아가 갑자기 차오른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이연희가 특히 공감했던 순간. "너무 힘들 때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다녀도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곳에 가고 싶었다"는 이연희는 모두가 타인이었던 파리의 한 테라스에 앉아있었던 경험이 옛 떠올랐다고 했다. 촬영이 너무 힘들 때면 촬영을 마치고 훌쩍 여행을 떠날 일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힘을 내기도 했단다.

"배우를 대하는 자세라든지, 감독님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조금 서툴렀던 것 같아요. '내 한마디에 남들이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요.. 그렇게 10대 20대를 보내다 보니 일하는 환경에서 불편하기도 했고, 답답하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 영화 '새해전야'의 이연희.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하지만 이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조심스러워하는 대신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이야기하기로 했다. 이연희 스스로도 조금씩 자유로워졌다 느낀다. 그렇게 소통한 일이 얼마 되지 않은 게 아쉬울 만큼.

"30대가 넘어가기 전, 20대 후반에 큰 딜레마에 빠졌어요. 연기에 대한 고민도 컸고, 배우로서 직업을 꾸준히 갖고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결국 돌아서 돌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거 밖에 할 수가 없나 하지만 우울하기보다는 내게 주신 달란트에 대한 감사함이 들더라고요. 이전까지는 그걸 모르고 정신없이 지냈던 것 같아요."

결혼 역시 그런 고민 끝에 했던 결심이었다. 지난해 6월, 이연희는 그저 비연예인이라고만 알려진 연인과 결혼했다. 예고도 없이 가정을 꾸린다고 선언한 '첫사랑 아이콘'에게 많은 이들이 적잖이 놀랐던 터지만,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연희는 되려 담담했다. "내 자신의 행복을 찾았다"는 그녀는 "나를 찾아야 하고 내가 우선이어야 하고, 내가 안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저에게는 그렇게 하나하나 순차적으로 한 결정이었어요. 갑자기 내린 결정은 아니었어요."

안정과 평안을 찾는 데 '결혼'과 남편이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한 이연희. 하지만 "어려움은 항상 닥친다" 했다. 그럼에도 "이전엔 그런 것들이 너무 힘들고 고민스러웠다면 이젠 그런 고민의 순간들이 행복하다"며 "지혜롭게 잘 해결하면 또 하나의 성장한 내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볍고 평온한 얼굴로.

"서른 살, 서른 한 살, 전혀 30대가 됐다는 감을 못 느꼈는데, 이제 우리나이로 서른넷이 됐어요. 어느덧 중반이 되어가는데 이제는 제 나이가 좋더라고요. 사실 서른이 됐을 때는 내가 서른살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제 나이가 좋아요. 그리고 이렇게 영화를 개봉하면서 내 20대를 대변하는 아이를 작품에 남겨 뿌듯합니다."

▲ 영화 '새해전야'의 이연희.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