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경기 연속골을 넣은 기성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지난해 기성용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최근에 잘하고 있고…."

'찰리' 박건하 수원 삼성 감독은 기성용(FC서울)과 2012 런던 올림픽대표팀 동메달 획득 당시 사제로 호흡했다. 함께 좋은 인연을 만들었으니 정도 깊게 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냉정할 수 밖에 없다.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6라운드 수원-서울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가 그랬다.

박 감독은 슈퍼매치 미디어데이에서 기성용이 자신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에 대해 "기성용에게 한 수 가르쳐 준다기보다는 오늘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K리그로 복귀한 기성용의 경기력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기성용은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 광주FC전에서 연속 결승골을 터뜨리며 서울에 승리를 배달했다. 자신과 동료로부터 초등학교 축구부 시절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이들과 법적 다툼을 예고한 상황에서도 "그라운드 안에서는 냉정해져야 한다"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박 감독도 "지난해 기성용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최근 잘하고 있다. 수원도 좋은 출발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라며 내용과 결과를 모두 가져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답했다.

뚜껑을 여니 기성용은 시작과 함께 왼쪽 측면의 나상호에게 칼날 롱패스로 실력을 과시했다. 그러자 박 감독은 정상빈, 고승범, 한석종이 돌아가며 방어하게 했다. 특히 한석종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기성용의 패스를 차단하려 애썼다.

오히려 15분, 정상빈이 데뷔 두 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서울의 힘을 제대로 뺐다. 수비수 두 명의 움직임을 허망하게 만드는 골이었다. 기성용의 패스를 기대했던 서울은 허리와 공격 사이의 패스길이 차단, 애를 먹었다.

하지만, 기성용은 슈팅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추가시간 팔로세비치가 패스한 것을 한석종의 움직임을 역이용해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세 경기 연속골, 경험으로 넣은 골이었다. 박 감독은 허탈하게 웃었지만, 서울 벤치의 박진섭 감독은 환호했다.

후반에도 기성용은 세트피스의 키커로 나서는 등 서울의 공격을 주도했다. 21분 중거리 슈팅은 노동건 골키퍼가 어렵게 선방을 할 정도로 묵직했다. 기성용 효과가 확실했고 34분 박정빈의 골로 경기가 뒤집히면서 노련한 기성용의 존재감은 컸다.

세트피스에서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던 기성용이다. 2-1 역전승에 기여한 기성용은 베테랑의 힘을 보여줐다. A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복귀시켜도 무방한 경기력이었다. 22일 한일전을 위해 일본 요코하마로 떠나는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이 봤다면 6월 2022 월드컵 2차 예선 4연전에서는 다른 생각을 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제보> elephant37@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