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의도가 어찌 됐든 '봉동 이장' 최강희 상하이 선화 감독 이상의 언변을 과시하고 있는 '초보 운전자' 김상식(45) 전북 현대 감독이다.

전북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하나원큐 K리그1 2021' 7라운드를 치러 3-1로 이겼다. 최보경, 일류첸코, 바로우가 골을 넣으며 선수층에서 전북에 우위임을 과시했다. 수원은 종료 직전에서야 페널티킥을 얻어 염기훈이 차 넣은 것이 전부였다.

경기 전, 후로 양팀의 관계는 무거웠다. 백승호의 영입을 두고 충돌 양상이었다. 백승호가 유소년 시절 수원으로부터 3억 원의 후원을 받았고 K리그 복귀 과정에서 수원이 아닌 전북을 택하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백승호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명분은 재능 있는 축구 자원을 그냥 썩히기에는 아깝다는 것이었다. 수원이 투자한 선수를 돈으로 빼 오려 한다는 비판론과 맞서면서 지지와 비난의 사이에 섰다.

자연스럽게 수원전에 대한 분위기도 딱딱했다. 그런데 김 감독은 재치있게 경기 분위기를 잡았다. 경기 전 수원전에 나서는 각오에 대해 언론에서 보도한 것을 전제로 "총 없는 전쟁이라더라. 비도 오는데 선수들이 먼지가 날 때까지 뛰며 싸우려고 한다"라며 '먼지론'을 내세웠다.

폭우 수준의 빗줄기 사이에서 먼지가 날 리 없지만, 그만큼 수원전에 대한 선수들의 집중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제 눈에는 먼지가 보였는데 그 이상으로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라며 수원보다 전북이 훨씬 많이 뛰어 승리를 가져왔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무어보다 경기 시작 전 관중석에 걸린 비난 현수막에 대해서도 관대했다. '정의(正義)도 없고', '선(善)도 없고', '지성(知性)도 없고', '상식(商識)도 없다', '상식과 지성은 어디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있었다. 김 감독과 박지성 어드바이저, 정의선 구단주를 비판한 것이다.

또, '매북행 하이패스 미납요금 14억 원', '까치도 은혜는 갚는다', '앗 뒤통수! 14억보다 싸다!'라며 백승호를 겨냥하는 현수막도 있었다.

충분히 관찰 가능했던 현수막을 두고 김 감독은 "(현수막이) 많이 있었다"라며 목격했음을 숨기지 않은 뒤 "애완견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라며 되려 상스러운 문구가 없었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이어 "저 몰상식한 사람이 아니다. (백승호의) 영입에 있어 문제가 있고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초보 감독이니까 운전이 미숙했다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라며 '초보 운전자론'을 내세웠다.

김 감독은 FC서울과 개막전을 앞두고도 "누구나 다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두 골을 먹기 전까지는"이라며 전설의 권투 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을 인용, 서울이 전북을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승리 후에는 "두 골 약속을 지켜 다행이다. 기성용이 개막전에 (서울의 승리를 위해) 택배를 배달한다고 했는데 배달이 일찍 끝나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3라운드 강원FC전에서는 "이제 겨울잠에서 깨어나 승점을 쌓아야 한다”라며 2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이기지 못했던 것을 만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언변은 현역 시절부터 센스가 넘쳤다. 감독 데뷔 후에는 더 부각되고 있다. 감독으로 보좌했던 최강희 감독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구석이 있다. 앞으로 이슈메이커가 되기에 충분한 김 감독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제보> elephant37@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