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안재석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김재호가 호랑이를 키웠어."

두산 베어스 신인 유격수 안재석(19)이 지난달 30일 잠실 SSG 랜더스전을 마치고 수훈 선수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옆을 지나가던 김태형 두산 감독이 안재석을 발견하고는 잠시 고민하다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36)가 호랑이를 키웠다고. 안재석은 이날 데뷔 첫 3루타와 결승타를 기록하며 9-4 승리에 이바지했다. 

정확히는 김 감독이 김재호가 '호랑이'를 키우는 환경을 만들었다. 지난 2월 이천베어스파크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할 때 김재호와 안재석을 한 조로 묶어 수비 훈련을 하게 했다. 이때만 해도 '어디 보자'는 마음이었다. 안재석은 입단 전부터 "롤모델 김재호와 같은 유니폼을 입어 영광이고, 옆에서 배우고 싶다"고 늘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그 꿈을 이뤄주면서 19살 막내가 1군 훈련을 얼마나 잘 따라오는지 주시했다. 

김재호는 안재석이 얼마나 욕심 많은 선수인지 이때부터 느꼈다. 안재석에게 하나를 가르쳐주면, 혼자서 해보고 김재호를 찾아와 잘하고 있는지 확인받으며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특별하게 생각했다.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후배에게 자연히 하나를 더 가르쳐주게 되는 법이다.

두산은 올봄 내야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리며 그동안 백업으로 뛴 선수들을 골고루 살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는데, 안재석은 당당히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김 감독은 이때도 큰 기대가 있진 않았다. 그저 1군 무대에서 어느 정도 하는지 보자는 마음이었다. 실제로 안재석은 지난 14일까지 두산이 초반 9경기를 치르는 동안 2경기 교체 출전에 그쳤다.     

김재호가 지난 16일 경조사 휴가로 자리를 비운 게 안재석에게는 터닝 포인트였다. 김 감독은 이 기간 안재석을 선발 유격수로 기용했다. 안재석은 16일부터 20일까지 4경기에서 타율 0.308(13타수 4안타)를 기록했고, 여러 차례 호수비를 펼치며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김 감독은 이때부터 안재석을 "김재호 다음 유격수"라고 이야기했다.

김재호는 단기간에 성장한 안재석에게 놀란 눈치였다. 훈련할 때보다 경기 때 더 좋은 기량을 보여준다며 "경기용 선수"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에 안재석은 "동의한다"는 당찬 답변을 남겼다. 훈련 때 펑고를 하면 실책이 많이 나오는데, 경기에서는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안재석의 설명이다.

안재석은 지난달 29일 고척 키움전부터 다시 선발로 출전하고 있다. 이번에는 김재호가 골반 쪽이 좋지 않아 휴식을 취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안재석은 최근 2경기에서 8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2연승에 보탬이 됐다. 

김 감독은 그런 안재석을 기특하게 바라보면서도 지금에 만족하는 것을 경계했다. "타격에 소질은 있다. 메커니즘도 좋은데, 타격은 신인 선수는 한 바퀴 돌고 상대 팀이 전력분석해서 약점을 파고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어 "멘탈이 강한 것 같은데, 경기하다 아픔을 겪게 되면 또 모른다(웃음). 농담삼아서 고등학교 때 4할 쳤다고 여기서 3할 치려고 욕심내지 말되 그때 타격을 잊지 말고 유지하면서 치라고 했다. 멘탈도 좋고 적극적이고 좋은 것을 많이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안재석이 지금 당장 빛나 보여도 변수가 많은 신인이라고 누누이 말하고 있다. 김재호는 당장 컨디션 난조를 보여도 변수가 적은 베테랑이다. 144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김재호의 경험은 여전히 필요하다. 김 감독은 일단 베테랑과 신인의 건강한 경쟁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안재석 스스로 '호랑이'라고 만족하지는 않길 바라며.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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