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는브로'의 조준호(왼쪽)와 전태풍.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런던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조준호(33), 귀화 한국인 농구스타 전태풍(41). 종목과 나이의 차이를 뛰어넘은 두 사람은 최근 '브로'가 됐다. E채널의 예능 프로그램 '노는브로'(기획 방현영, 연출 박지은)을 통해서다. 운동밖에 모르고 살았던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 후 다시 만나 인생의 하프타임을 함께하며 신나게 놀아보는 이 프로그램에서 다시 만난 둘은 어느덧 격 없이 반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2012년 판정번복 논란에도 불구, 투지와 집념으로 동메달을 따낸 불굴의 유도스타 조준호는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이미 남다른 끼와 말솜씨를 자랑해 온 될성부른 예비 예능인. KBL에서 활약하다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로 육아에 힘쓰고 있는 전태풍은 현역 시절 박력 넘치는 플레이로 사랑받았던 농구스타다. 은퇴이후 제 2의 삶을 준비하며 '노는브로'를 만난 두 사람은 벌써 '노는브로'의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두 사람은 어떻게 '노는브로'에 참여하게 됐나.

"'노는언니'야 잘 알고 있었다. 은퇴한 운동선수들이 만나서 함께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아무래도 동료 선수들이 오니까 더 관심이 갔다. 방송 측면에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가 은퇴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나이가 어린 편이다. 제안을 받고도 혹시 무서운 선배, 불편한 선배가 오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노는언니' 친구 특집에 나갔다가 태풍이 형을 먼저 만났는데, 서로 몰랐다가 1회 녹화에 나갔다. 태풍이 형이 있기에 '음, 한 명은 괜찮네' 하고 마음을 놨다. 태풍이형은 물론이고 (박)용택이 형, (김)요한이 형, 이렇게 좋은 선배들이 왔다. 내가 제일 꼰대더라. 다행이다.(웃음)"(조준호)

"저는 '노는언니' 친구 특집에 나가긴 했는데 친구 없다. (한)유미 빼고는 아는 사람 없다. 하승진이 못 나가서 나간 것 같다. 식스맨이었다가 '노는브로' 고정 멤버가 됐다. 완전 럭키다! 급하게 생각 안하고 심플하게 가서 부담이 없었다. '노는브로'를 안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저는 집에서 육아 중이었다. 와이프가 '일 좀 해 자기' 하는데 '와! 일이다! 나 1주일에 한번 '잡'이 생겼어' 하고 나왔다."(전태풍)

▲ '노는브로'의 조준호. ⓒ스포티비뉴스
-조준호 선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인을 내려놓는 걸 주저하지 않더라. '끼'가 느껴지더라.

"저는 망가진 적이 없는데요! 선수촌에 있을 때부터 제가 망가져서 다른 선수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좋더라. 선수 때는 시합을 하면서 관중들에게 뭔가를 유도를 하면서 매치는 걸 보여주면서 반응을 받는 게 좋았다. 은퇴하고는 그런 걸 느낄 수가 없었는데, 조금 다르지만 방송을 통해서 재미있는 상황, 이야기에 웃어주고 그런 상황을 만드는게 좋더라.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게 기쁨이고 보람이다."(조준호)

-'노는브로'를 보니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다른 방송에 나가면 정말 이렇게 편하게는 못하니까. '노는브로'에 나오는 거 보면 선수촌에서 놀던 모습 그대로라 편하게 보고 있다. 볼 때마다 생각한다 '이게 나다. 이게 우리다'라고. 그런데 (김)요한 형이 스스로 비주얼 투사라고 생각하고 혼자 대단한 짐을 지려고 한다. 결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좀 내려놔야 된다. 본인이 비주얼을 짊어질 필요가 없는데 꽃미남 배구선수의 틀을 못 버리고 있다."(조준호)

"제가 봤을 때 우리는 멋있게 보여줄 필요 없고 재미있게 하자 그것 때문에 잘 되는 것 같다. (조준호를 향해) 그런데 우리, 잘생긴 사람 필요해. 센터가 필요하다. 준호가 같이 가다보면 혼자 멀리 갈 때가 있다. 그 때는 제가 이렇게 좀 빠진다."(전태풍)

▲ '노는브로'의 전태풍. ⓒ스포티비뉴스
-전태풍씨는 허술한 허당 캐릭터가 일품이더라.

"내 실제 모습이다. 저는 원래 농구 빼고 아예 다른 걸 못한다. 노 젓는 거 못하고 배구도 못하고, 탁구는 보통쯤 되는 것 같다. 의도치 않게 실패를 하는데, 재미있게 실패하는 건 괜찮지 않나. 다만 제가 한국말을 잘 못해서, 방송 목소리를 들으면 창피하다. 바보처럼 들리지 않나. 내가 한국말 잘했으면 다 죽었다. 말을 못해서 참을 뿐이다."(전태풍)

-'노는브로'를 통해 종목이 다른 정상급 스타들이 한데 모였다. 서로 만나 가장 크게 느낀 점이 무엇이었는지.

"각자 정상에 갔던 사람들이 만났다. 그것이 통하는 부분도 있고 배울 점도 있다. 성공학은 다 일맥상통하는구나 느꼈다. 꿈나무도 볼 수가 있지 않나. 꿈나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선배들이 어째서 성공했는지 보여주는 포인트가 있어서 좋다. 종목따라 차이점도 보인다. 배구는 몸싸움이 없는 종목이라 선수들이 부딪치는 걸 사리는 느낌인데, 요한이 형은 그런 느낌이 없이 부딪쳐 온다. 태풍이 형은 농구선수 중에서도 거친 스타일인데, 그래서 저와 더 잘 맞는 것 같다."(조준호)

"저도 공감한다. 요한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힘도 들어가 있고 '차도남' 느낌이라 '얘는 뭐야' 그랬다. 그런데 어머니와 함께하는 에피소드를 보고는 '얘는 진짜 사람이다. 어려움을 다 극복한 사람이다' 했다. 멋있게 하려는 게 안 보이고 요한이라는 사람이 보인다. 그 내면이 보이더라."(전태풍)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운동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렇게 하기까지의 과정은 너무나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과정이 너무 힘들고 지루하고 어려워 포기하는 친구가 많다. 하지만 그 과정이 없으면 올라올 수가 없다. 우리 모두 각자 종목이 너무 좋아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게 쳐다도 보기 싫어질 때까지 했다는 게 공통된 이야기였다. 그게 슬프기도 하고 공감도 되더라. 마치 오리가 수면 아래에서 발버둥을 치는 것 같다고 할까. 레전드인 용택이 형, 화려한 플레이어 태풍이 형, 귀공자 요한이 형 모두 하나같이 '아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보는 젊은 친구들이 영광을 얻기 위해서는 절치부심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확실히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노는브로'의 조준호(왼쪽)와 전태풍. ⓒ스포티비뉴스
-종목도, 나이도, 환경도 다른 브로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뭔가.

"은퇴 뒤의 삶이 아닐까. 보통 은퇴하면 그 종목 해설을 하거나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태풍이 형만 전담 육아를 하고 있더라. 그런데 다들 은퇴하면 엄청 휴가도 다니고 그간 못했던 걸 했을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그걸 다 '노는브로'를 통해서 하는 거다. 새로운 주제에 따라서 엄청 새롭게 사는 것 같다. 엠티며 농활이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이제야 하는 것 같다. 선수때 매일 5명 이상이 합숙했고, 선수촌 가서에 2인1실을 써봤다. 그러다보니 다 같이 자고 하는 걸 진짜 싫어했다. '노는브로'를 하니까 형들이 너무 좋아서 같이 자는 것도 좋다. 카메라 안 돌아가는 곳에서도 이야기를 많이 한다. 소풍 가는 느낌이라, 녹화 하루 전이 되면 설렌다. 소풍은 초등하교 4학년 때까지만 가봤다. 인생의 많은 부분을 포기했는데 '노는브로'로 많은 것을 채우고 있다."(조준호)

"마찬가지다. 그게 어느 나라나 다르지 않다. 전세계 스포츠, 어떤 종목이든 프로페셔널로 성공하려면 그렇게 투자를 해야 한다. 저 역시 미국에서 농구를 했지만 나머지 시간 학교에 가고 나면 그것 말고 아무 것도 못했다. 시골 가서 다 같이 자는 게 좋더라. 선수 때는 자주 하니까 짜증이 나는데, 지금은 여유가 있으니까 너무 좋다. 새로운 경험이다. '노는브로'가 좋지만, 저는 녹화 전에도 잘 잔다. 잠 안 올 여유가 없다. 아기가 넷이다."(전태풍)

-이야기를 듣다보면 팀워크가 특히 좋은 것 같다. 네 명의 고정 멤버가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제작진이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이 네 명을 불러모았는지 모르겠다. 특히 맏형 용택이 형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용택이 형은 야구인 중에서도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 입담도 좋고 사람도 재미있고, 게다가 이렇게 자유로운 선배가 없다. 이런 선배들만 있다면 대한민국 스포츠가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조준호)

-'노는브로'를 통해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지?

"초등학교 때 구연동화부였다. 연기는 안되고 구연동화를 하고 싶었는데, 저랑 친구 한 명 빼고 다 여자였다. 창피해서 책을 하나도 못 읽었다. 갑자기 질문을 받으니까 태풍이형 아기들에게 구연동화 책을 읽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해서 '노는언니'처럼 계속 갔으면 좋겠다."

"(조준호를 향해)그냥 와서 해. 나는 너무 좋지. 그런 꿈이 있으면 실현 가능하다. 언제든 와.(웃음) 저는 겁이 많다. 다이빙, 번지점프, 다 싫다. 물도 무서워한다. 그냥 캠핑이 좋다. 하지만 시킨 건 열심히 할 수 있다. 저도 '노는브로'가 계속되면 좋겠다."(전태풍)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방송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거다. 사연 들으러 나가는 프로그램은 사연을 접하고 공감해주고 '노는 브로'처럼 매일 체험을 하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많이 하고 싶다. 사실 '뽀뽀뽀' 시절부터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그랬다. 강호동씨 운동 선수 출신이라는 걸 알고 놀랐다. 그리고 저도 방송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꿈을 이루고 싶다."(조준호)

"저는 농구에서 은퇴하고 농구교실을 열 생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도 터지고 해서 농구교실을 못 열었다. 승진이가 방송을 잘 해보자고 해서 '오케이' 했다. '노는브로'에 들어가니 재밌다. 편하고 장난칠 수 있고. 고기 먹고 술 한 잔 하고~ 불만 없다. 계획이 미뤄졌지만 어린 친구들을과 농구교실을 여는 건 무조건 하고싶다. 미국에서 배우고 유럽에서 프로를 뛰고 한국에서 농구를 하며 농구 교육 시스템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전태풍)

▲ '노는브로'의 조준호(왼쪽)와 전태풍.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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