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0년대 세계 축구계를 호령한 '사자머리' 카를로스 발데라마(왼쪽)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앞두고 펠레(80)는 우승후보 1순위로 콜롬비아를 꼽았다.

콜롬비아 역대 최고 선수로 칭송 받는 '금발의 굴리트' 카를로스 발데마라(59) 고속 드리블러 파우스티노 아스프리야(51) 남미 최고 공격형 미드필더 프레디 린콘(54) 등 우승후보로 손색없는 전력을 지녔다며 독일과 더불어 '대회 2강'으로 지목했다.

하나 예언은 철저히 어긋났다. 외려 콜롬비아 축구계에 1994년은 비극의 해로 남았다.

조별리그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두 번째 경기인 미국 전에서 자책골을 범한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귀국 후 괴한의 총에 맞아 숨을 거뒀다.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스물일곱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에스코바르를 향해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펠레의 저주'도 1994년 미국 월드컵을 기점으로 널리 각인되기 시작했다.

발데라마 시대를 거쳐 두 번째 황금 세대가 출현한 건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뒤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콜롬비아는 '깜짝 8강'에 오르며 자국 축구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하메스 로드리게스(29, 에버튼) 후안 콰드라도(33, 유벤투스) 카를로스 산체스(35, 왓포드) 다비드 오스피나(32, SSC 나폴리)가 주축이 돼 조별리그 3전 전승, 16강전에선 복병 우루과이를 2-0으로 눌렀다.

로드리게스 존재감이 단연 돋보였다. 브라질 월드컵이 낳은 최고 히트상품이었다. 대회 6골로 토마스 뮐러, 리오넬 메시를 제치고 득점왕에 올랐다. 게리 리네커(50, 잉글랜드) 이후 28년 만에 8강 탈락 팀 선수가 월드컵 골든 부츠를 신었다.

고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조차 "진정한 발데라마 후계자가 나타났다. 골든볼은 메시가 아닌 로드리게스가 받아야 한다"며 극찬할 만큼 군계일학이었다.

▲ '발데라마 후예들'은 2014년에 이어 또 한 번 브라질을 기회의 땅으로 삼으려 한다.
콜롬비아 축구는 올해 또 한 번 영광을 꿈꾼다. 20년 만에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정상에 도전한다.

백전노장 레이날도 루에다(64) 감독이 이끄는 콜롬비아는 루이스 무리엘(30, 아탈란타) 미겔 보르하(28, 파우메이라스) 콰르다도가 버틴 공격진이 매섭다.

토트넘 홋스퍼, AC 밀란이 주목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윌마르 바리오스(27,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3년 전 바르셀로나가 1180만 유로를 지불하고 영입한 장신 센터백 제리 미나(26, 에버튼)가 구축한 수비진도 탄탄하다. 주력과 높이를 두루 지닌 후방으로 꼽힌다. 

9일(이하 한국 시간) 아르헨티나와 만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남미지역예선 6차전에서도 2골을 먼저 실점하고도 집중력을 발휘, 2-2 무승부를 거뒀다. 콜롬비아는 오는 14일 에콰도르와 A조 첫 경기를 시작으로 코파 대장정 닻을 올린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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