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재기 시즌을 알린 카를로스 로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카를로스 로돈(29·시카고 화이트삭스)은 아마추어 시절 야구를 정말 잘하던 선수였다. 고교 시절부터 온갖 상은 다 휩쓸고 다니던 천재였다. 대학에 가서도 ‘전국구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대학 1학년인 2012년, 이미 미국 대학 야구 대표팀의 일원이자 주축이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로돈이 팀의 미래를 이끌 좌완 에이스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2014년 화이트삭스의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았다. 성장도 순조로웠다. 이미 완성형 투수라는 칭찬이 자자했던 로돈의 마이너리그 준비 시간은 1년 남짓이었다. 2015년 곧바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해 그해 26경기(선발 23경기)에서 9승6패 평균자책점 3.75로 활약했다. 구단과 팬들이 흥분했다.

화이트삭스 팬들은 당시 에이스였던 크리스 세일과 로돈의 좌완 원투펀치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 기대는 곧 깨졌다. 로돈은 2016년 165이닝을 던진 뒤로는 부상에 시달렸다. 2016년 왼 손목 부상을 시작으로, 2018년은 어깨 문제로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2019년 팀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되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팔꿈치가 아팠다. 로돈은 2019년 5월 결국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시즌아웃됐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단 43경기(선발 41경기) 출전에 그쳤고, 11승17패 평균자책점 4.45로 성적도 썩 좋지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부진에 부상 경력까지 있는 그를 반기는 팀은 없었다. 화려한 경력을 쌓다 어깨와 팔꿈치에 이상을 일으키며 오랜 기간 재활했고, 복귀 직후 성적이 썩 좋지 않은 것은 류현진(34·토론토)의 경력을 연상케 한다. 

결국 친정인 화이트삭스와 1년 300만 달러에 계약하고 나중을 노렸다. 그런데 어깨와 팔꿈치 부상에서 화려하게 복귀한 로돈이 올해 MLB를 강타하고 있다. 로돈은 시즌 11경기에서 66⅔이닝을 던지며 6승2패 평균자책점 1.89의 놀라운 성적을 이어 가고 있다.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온 로돈의 지난해 4경기 평균자책점은 8.22였다. 

수술 이후 구속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어깨와 팔꿈치가 모두 좋지 않았던 로돈의 2018년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2.9마일(약 15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95.5마일(153.7㎞)에 이른다. 포심이 살자 무브먼트를 보강한 주무기 슬라이더가 예리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로돈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단 0.044에 불과하고, 헛스윙 비율은 46.3%에 이르고 있다. 두 가지 구종의 조합은 타자들로서는 ‘알고도 못 막는’ 삼진 코스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15일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역사적인 노히터(구단 역사상 20번째)를 달성하기도 한 로돈은 올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레이스에서도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수술과 굴곡에 있어 류현진 경력과 닮은 이 좌완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최고 좌완이었던 류현진의 아성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를 끝으로 다시 FA 시장에 나서면 가치도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포기하지 않은 자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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