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이영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이)영하 살아났네."

두산 베어스 고위 관계자는 16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나선 이영하(24)의 투구를 지켜본 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영하는 6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5실점(4자책점)을 기록하며 패전(3-5 패)을 떠안았다.

결과는 웃지 못했지만, 과정에서 희망을 봤다. 이영하는 6⅓이닝을 88구로 버텼다.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를 빠르게 효과적으로 끌어냈다는 뜻이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0km까지 나왔다. 지난 4월 중순 2군에 내려가기 전까지 최고 구속이 시속 140km 중반대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구속 회복도 긍정적인 요소다.

이제 한 가지 과제가 남았다. 변화구 실투를 줄이는 것. 이영하는 1-0으로 앞선 3회 김헌곤의 우전 안타와 김지찬의 번트 안타로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다음 타자 김상수를 삼진으로 잘 처리했지만, 박해민의 투수 앞 번트 타구 처리 과정에서 1루수 포구 실책이 나오면서 1사 만루가 됐다. 상대의 작전과 실책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리그 홈런 1위 호세 피렐라에게 좌월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초구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자 필레라는 놓치지 않았다. 경기 흐름을 내주는 큰 한 방이었다.

피렐라는 홈런과 관련해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오는 공만 기다렸다. 홈런이 나온 타석에서는 슬라이더를 기다렸는데, 마침 존 안에 들어와서 맞은 것 같다"고 밝혔다. 

예전 이영하였다면 이 상황 후 제구가 크게 흔들리면서 무너졌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만루 홈런을 허용한 뒤 오재일에게 좌중간 2루타를 얻어맞긴 했지만, 다음 2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면서 스스로 위기를 막았다. 그리고 7회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을 때까지 마운드 위에서 버텼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투구 내용이었다. 김 감독은 이영하의 등판에 앞서 마운드 개편을 예고했다. 에이스 워커 로켓이 무릎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19일 수원 kt 위즈전에 등판하기로 했다. 20일 수원 kt전에는 부진해서 2군으로 내려간 박정수를 대신해 김민규가 선발 등판한다. 최원준-아리엘 미란다-곽빈-이영하까지 더하면 선발투수만 6명이다. 교통정리가 필요해졌다. 

사실 김 감독은 이영하가 이번 등판을 마치면 불펜으로 돌릴 계획이었다. 마무리 투수 김강률과 필승조 이승진이 동시에 이탈하면서 헐거워진 불펜을 보강해야 했다. 기존 필승조 박치국과 홍건희의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베테랑 좌완 이현승과 장원준이 큰 힘을 보태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새 얼굴이 필요했다. 지난해 마무리 투수 경험이 있는 이영하에게 먼저 눈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김 감독은 "선발이 안정적으로 끌어주면 (이)영하를 뒤로 뺄까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16일) 선발 던지는 것과 변화구 타이밍을 봐야 할 것 같다. 정말 조심스럽게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영하가 이날 보여준 투구 내용은 김 감독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기울게 했을까. 2019년 17승 에이스를 다시 기대할지, 당장 급한 불펜 불부터 끄게 할지. 두산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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