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게 된 KIA 이의리(왼쪽)와 롯데 김진욱. ⓒ곽혜미 기자
-‘좌완 루키’ 이의리와 김진욱, 김경문호 승선
-김경문호 ‘좌완 기근’ 해결할 깜짝 카드
-2008년 류현진과 김광현 같은 활약 기대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어느덧 13년 전 추억이 된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김경문 감독은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당시로선 경험이 많지 않던 1980년대 후반 출생 선수들을 여럿 선발하면서 세대교체의 기틀을 마련했다.

중심에는 역시 이제 막 프로로 진출한 ‘좌완 영건’ 1987년생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과 1988년생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있었다. 2006년과 2007년 나란히 KBO리그로 데뷔하며 돌풍을 일으킨 둘은 이 대회를 기점으로 한국야구의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둘의 활약상은 곧 우승으로 가는 지름길과도 같았다. 먼저 김광현은 8월 16일 일본과 본선 첫 대결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5⅓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 호투하며 5-3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8월 22일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다시 8이닝 5피안타 5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깜짝 역투하고 6-2 승리를 책임졌다. 당시 김광현 나이는 겨우 스무 살. 그러나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 과감하게 자기 공을 뿌리며 이선희와 구대성으로 이어지는 ‘일본 킬러’ 명성을 얻었다.

▲ 2008베이징올림픽 우승을 합작했던 토론토 류현진(왼쪽)과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다음날에는 한 살 위 선배 류현진이 선봉장을 맡았다. 아마추어 최강으로 불리는 쿠바 타선을 맞이해 8⅓이닝 5피안타 7탈삼진 2실점 호투하고 우승의 마지막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3-2로 앞선 9회말 당시 주심의 석연찮은 볼 판정으로 1사 만루를 내준 뒤 물러났지만, 뒤이어 올라온 정대현이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결승전 승리투수가 됐다.

우승을 합작한 류현진과 김광현은 이후 KBO리그에서 최고 좌완으로 성장한 뒤 더 큰 무대로 나란히 발을 넓혔다. 먼저 류현진이 2013년 LA 다저스로 떠났고, 김광현은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을 맺으며 함께 메이저리거로서 위상을 높였다.

그렇게 13년이 흐른 지금. 야구는 다시 정식종목으로 복귀해 도쿄올림픽을 통해 돌아왔고, 김경문 감독은 한 번 더 지휘봉을 잡았지만, 류현진과 김광현에겐 태극마크가 주어지지 못했다. 한국야구로선 다시금 세대교체가 필요한 상황. 그리고 운명처럼 이들의 뒤를 따를 좌완 루키들이 등장했다. 2002년생 동갑내기 KIA 타이거즈 이의리(19)와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19)이다.

먼저 이의리는 김경문 감독이 과감하게 꺼내든 좌완 카드다. 당초 고려했던 구창모가 부상으로 낙마하고,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김광현 그리고 양현종마저 합류가 불발되면서 좌완 기근이 우려된 상황. 김 감독은 현재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좌완 영건 중 가장 구위가 좋은 이의리를 선택했다.

그런데 출항을 사흘 앞둔 14일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내야수 박민우가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논란으로 태극마크를 자진반납하면서 빈자리가 생겼다. 그리고 하루 뒤인 15일 김경문호는 대체 카드로 야수가 아닌 투수 김진욱을 택했다. 좌완 마운드를 보강하겠다는 계산에서였다.

각각 광주일고와 강릉고를 나온 이의리와 김진욱은 고교 시절부터 좌완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특급 유망주들이었다. 둘 모두 시속 140㎞대 중반의 빠른 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장기. 그리고 안정적인 제구와 대담한 경기 운영 능력으로 프로 스카우트들의 환심을 샀다.

이후 1차지명과 2차지명 1라운드를 통해 KIA와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의리와 김진욱은 일찌감치 1군 마운드를 밟으며 각자 잠재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이번 김경문호 승선으로 생애 첫 성인 태극마크까지 함께 달게 됐다.

2008년 당시 류현진과 김광현보다도 나이가 어린 두 좌완 영건. 과연 이의리와 김진욱은 어떤 퍼포먼스로 심신이 지친 야구팬들을 웃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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