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대표팀은 29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의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B조 1차전에서 이스라엘에 6-5, 연장 10회말 끝내기로 이기며 서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출발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승리였다. 그 과정은 마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첫 판과 흡사했다. 다 이긴 줄 알았던 경기를 내주는 듯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짜릿한 1점차 끝내기 승리를 거뒀으니 말이다.
시계를 13년 전으로 돌려보자. 한국은 2008년 8월 1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 제2필드에서 예선 풀리그 첫 경기를 했다. 상대팀은 미국이었다.
한국이 9회초에 들어갈 때만 해도 6-4로 앞서 곧바로 승리할 줄 알았다. 그러나 9회초 믿었던 마무리투수 한기주가 선두타자 마이크 헤스먼에게 좌월 솔로포를 허용하며 6-5로 쫓겼다. 한기주는 다시 안타와 2루타를 연이어 내주면서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구원등판한 윤석민이 2아웃을 잡아 한숨을 돌렸지만 4번타자 맷 브라운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고 6-7로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린 기분. 역전패의 어두운 구름이 엄습하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은 9회말 거짓말 같은 재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연이은 대타 작전의 승리였다. 진갑용 대타로 나선 선두타자 정근우가 좌익선상 2루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대타 김현수가 2루수 앞 땅볼로 1사 3루. 다시 대타로 등장한 이택근이 2루수 쪽 땅볼을 때렸다. 그런데 미국 2루수 제이슨 닉스의 홈 송구가 높았다. 그 사이 3루주자 정근우가 홈에 기막힌 슬라이딩을 하며 극적인 7-7 동점을 만들었다.
미국 마무리투수 제프 스티븐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1루 견제구가 빠지면서 이택근이 3루까지 내달렸다. 1사 3루. 여기서 이종욱이 중견수 쪽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짧은 플라이였지만 이택근이 홈으로 이를 악물고 달려 슬라이딩을 하며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김경문호는 첫 경기에서 9회초에 벼랑 끝에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기세를 몰아 결승전까지 9전 전승 신화를 쓰며 한국야구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13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야구. ‘디펜딩 챔피언’ 한국은 첫 경기에서 다시 천신만고 끝에 승리했다.
5-4로 앞선 9회초 믿었던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1사 후 라이언 라반웨이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말았다. 승리 직전에 이스라엘에 5-5 동점을 허용했기에 난감해진 쪽은 오히려 한국이었다. 왠지 승기가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오승환이 9회초를 추가 실점 없이 막았지만 한국은 9회말 점수를 뽑지 못해 연장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오승환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결자해지처럼 무사 1·2루에서 시작된 승부치기에서 10회초 3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으로 막아 동료들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연장 10회말에 돌입했다. 무사 1·2루로 세팅된 승부치기에서 선두타자 황재균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타석에는 이날 앞서 동점 2점홈런을 포함해 3타수 3안타 3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한 오지환이 들어섰다. 그러나 오지환은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스라엘 투수 제러미 블리치를 상대로 허경민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2사 만루. 여기서 타석에 등장한 양의지는 유니폼에 스치는 '배치기 밀어내기 사구'를 얻어내면서 6-5 끝내기 결승타점을 올렸다.
13년 전의 아찔했던 9회초와 짜릿한 끝내기 승리가 떠오른 순간이었다.김경문호에게 다시 한 번 ‘우주의 기운’이 몰려오는 것일까. 9회초 시련을 딛고 첫 판을 승리한 흐름이 남은 경기에서도 이어질지 궁금하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승리한 데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그리고 2020 도쿄올림픽 예선 1차전 이스라엘전까지 일단 올림픽 11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31일 미국과 B조 2차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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