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①일단 모르쇠를 잡는다. ②그의 말은 (그의 코치 말까지도) 무시하고 내 말만 한다. ③준비된 레퍼토리대로 인터뷰한다. ④기술이 요구되는 설전(舌戰)은 '외주'의 도움을 받는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31, 브라질)는 자신만의 전략으로, 트래시 토커 코너 맥그리거(27, 아일랜드)의 독설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맥그리거의 신경전에 말려들지 않는 분위기다.

다음 달 6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196에서 맥그리거에게 신세계를 안내하겠다고 말할 뿐이다.

맥그리거가 처음 도스 안요스의 수염을 건드린 건, 지난해 9월 '고 빅(Go Big)' 기자회견이었다. 조제 알도와 페더급 타이틀전을 앞두고 있던 맥그리거는 곧 라이트급도 정복하러 간다면서 도스 안요스를 향해 소리쳤다.

"내가 널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너의 보잘것없는 삶을 바꿀 것이다. 나와 경기 계약서에 사인하면, 그건 축하할 일이다. 즉시 넌 집에 전화를 걸겠지. 아내에게 '우리가 해냈어. 우린 이제 부자야. 맥그리거가 우릴 부자로 만들어 줬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도스 안요스는 도발을 '모르쇠'로 넘겼다. 9일 폭스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진실을 말하겠다. 사실 난 그날 맥그리거가 한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술 더 떴다. "맥그리거의 악센트가 강하다. 그래서 '지금도' 그가 하는 말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충격 고백했다(?). 아무리 떠들어 봐야 이해할 수 없으니 신경전에 말릴 일이 없다는 뜻.

알아듣는 말은 철저하게 무시한다. 자신과 관계없는 소리라고 선을 긋는다. "이 친구는 나를 흔들어 놓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난 케이지 안에서 경기 경험이 많다. 19살 때부터 싸워 왔다. 옥타곤으로 들어가 그의 입을 다물게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맥그리거의 코치 존 카바나가 "맥그리거가 1라운드 안에 도스 안요스를 끝낼 수 있다"고 후방 지원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넌 도대체 누구냐'는 식으로 받아쳤다.

"신경 쓰지 않는다. 그의 코치를 모른다. 카바나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다. 내 코치들은 잘 안다. 로베르토 고르도는 전설이다. 하프 가드(half-guard)를 시작했다. 하파엘 코데이로 코치는 30년 동안 격투기 세계에서 활약했다. 내게 큰 도움을 주는 코치들이다."

"카바나가 누군지 난 모른다. 그 사람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마무리 결정타를 날렸다.

최근 인터뷰에서 도스 안요스가 늘 하는 말이 있다. 경기에서 모든 게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맥그리거보다 강한 상대들과 싸워 왔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싸움의 단맛만 봐 온 그에게 쓴맛을 보여 주겠다고, 그를 페더급으로 돌려보내겠다고, 경기는 5라운드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는 9일 MMA 파이팅과 인터뷰에서도 레퍼토리대로 말했다.

"옥타곤에 오를 날을 고대한다. 그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맥그리거는 그저 연기자니까. 일단 경기장에선 난 직선적인 사람이 된다. 대화는 하지 않는다. 할 일을 한다. 그를 그의 집으로, 그의 체급으로 돌려보내겠다. 남은 삶 내내 라이트급에서 겪은 일 때문에 악몽으로 고생할 것이다."

"그는 좋은 파이터다. 그가 별로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난 다른 수준에 있다. 맥그리거는 좋은 카운터펀치가 있다. 좋은 왼손 스트레이트가 있다. 눈여겨볼 무기다. 그런데 내가 전에 보지 못했던 공격은 아니다. 네이트 디아즈와 싸웠다. 그는 맥그리거보다 좋은 복서다. 팔이 더 길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다. 도널드 세로니도 좋은 무에타이 파이터다. 역시 길다. 난 맥그리거보다 강한 상대들과 경쟁해 왔다."

"옥타곤에서 쓴맛을 보게 할 것이다. 난 단맛도, 쓴맛도 보면서 성장했다. 그에게 옥타곤의 어두운 면, 쓴맛을 소개하겠다."

"이 경기는 5라운드까지 가지 않을 것이다. 2라운드 아니면 3라운드에 끝날 것이다. 그는 두 라운드 이상 날 감당해 낼 능력이 없다. 그는 소녀처럼 깨질 것이다."

라이트급 랭킹 1위 에디 알바레즈는 맥그리거를 손쉽게 꺾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그라운드 앤드 파운드'를 꼽았다. 테이크다운 하고 위에서 파운딩을 내리치면, 맥그리거가 '맥'을 못 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도스 안요스는 타격에서도 압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어디서나 맥그리거를 깨부술 수 있다. 주짓수 경기에서도, 가라테 경기에서도, K-1 킥복싱 경기에서도 그를 이길 수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 내가 해 온 일을 하겠다. 타격전에서 그를 두들기겠다. 몇 대 맞으면 그는 전에는 받지 못한 나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내가 원하면 그를 태클로 넘어뜨려 그라운드에서 박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스 안요스는 든든한 지원군도 뒀는데, 활약이 대단하다. '킹스 MMA' 팀 동료인 UFC 헤비급 챔피언 파브리시우 베우둠(38, 브라질)이 맥그리거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베우둠도 능글맞은 화법의 달인이다. 말주변이 없는 도스 안요스에겐 믿음이 가는 '외주 업체' 같다.

지난 6일 맥그리거가 "발가락이 쑤신다고 경기에서 빠진, 여자 같은 헤비급 챔피언이 있다. 어떻게 헤비급 챔피언이 발가락이 아프다고 경기를 뛰지 않을 수 있는가. 어떻게 된 챔피언이 그럴 수 있나"라고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자, 베우둠은 8일 인스타그램에 묘한 느낌의 합성사진(아래)을 올렸다.

그리고 "제발 베우둠. 천천히. 넌 헤비급이잖아. 와우. 이젠 네가 데이나 화이트보다 더 사랑스러워. 왜 네가 '달려라 종마(Vai Cavalo)'라는 별명을 가진지 알겠어"라는 민망한 설명 글을 달아 반격했다.

D-25. 흔들려는 맥그리거와 흔들리지 않으려는 도스 안요스의 기세 싸움이 볼 만하다. 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펼치는 이들의 대결은 다음 달 6일 SPOTV2가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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