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자기 관리 실패에 따른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후 고원준(26, 롯데 자이언츠)에게는 오랫동안 '탕아'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2010년 넥센 히어로즈 시절 약관의 나이에 씩씩하게 던졌고 롯데로 이적해서도 2011년 전천후 투수로서 마운드를 지켰던 고원준. 그러나 잠재력의 틀을 완전히 깨지 못하고 안 좋은 소문이 물 위로 올라오며 팬들의 비난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예비역'으로 맞는 2016년. 고원준은 롯데 마운드 '팔색조'로 재기를 노린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후보로 훈련한 뒤 2차 일본 가고시마 캠프를 기다리는 고원준은 11일(한국 시간)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열린 닛폰햄 파이터스와 평가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상대 선발은 지난해 11월 프리미어 12에서 한국 타선을 13이닝 무득점으로 묶었던 오타니 쇼헤이(22). 고원준은 오타니의 힘 못지않은 기교로 3이닝 4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구속은 141km였으나 커브, 슬라이더, 싱커를 적절하게 섞어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2회 아사마 다이키에게 3루 내야 안타, 지난해 34도루의  준족 나카시마 다쿠야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2루 위기를 맞았으나 이시카와 료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와타나베 료를 유격수 뜬공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고비를 넘겼다. 

2009년 히어로즈에 2차 2순위로 입단한 고원준은 이듬해 30경기 5승 7패 평균자책점 4.12로 넥센 선발진에 큰 힘을 보탰다. 약관의 나이에 최고 구속 150km의 포심 패스트볼은 물론 시속 100km 미만의 초슬로커브까지 던지며 베테랑 같은 완급 조절 능력을 보여 줬다.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0년 시즌 후 롯데로 이적했다. 이 트레이드로 박정준과 이정훈이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2011년 선발-계투를 종횡무진하며 36경기 9승(2완봉승) 7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고원준은 음주, 유흥과 관련된 이야기가 떠돌며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성적도 점차 하향 곡선을 그렸다. 유흥 이미지가 붙은 데다 변화구에 너무 의존한다는 현장의 이야기까지 어우러지며 고원준은 '성장이 정체된 탕아'라는 꼬리표를 붙여야 했고 결국 2013년 시즌 후 입대했다.

제대 후 고원준은 자신에게 붙었던 낙인을 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양승호 감독 시절 수비 코치로 재직해 과거의 고원준을 알고 있는 조원우 감독은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고 공도 좋다”고 호평했다. 대만 마무리 훈련에서 스피드를 시속 146km까지 끌어올린 고원준은 다시 몸을 만들고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구사 구종이 많은 투수라 다양한 공을 던지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몸 상태가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최상의 컨디션도 아니다”며 들뜨지 않고자 마음을 다잡은 고원준은 “연습 경기를 치르며 현재 상태를 체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닛폰햄 타자들도 100%가 아닌 것이 느껴졌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슬라이더 등 변화구가 대체로 잘 들어갔고 슬라이드 스텝을 빠르게 하는 데 신경 쓰고 던졌는데 잘된 것 같다”고 밝혔다. 1군 경험자로서 캠프에서 오버 페이스 없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또래들보다 1군 경험이 빨랐을 뿐 고원준은 아직도 20대 중반의 젊은 투수다. 병역까지 마치고 돌아온 젊은 오른손 선발이다. 2015년부터 롯데는 선발진에 젊은 기둥 투수가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랐다. 군필 오른손 선발 유망주이자 다양한 공을 던질 수 있는 '팔색조' 고원준은 롯데가 간절하게 찾던 그 '퍼즐'이다.

[영상] 고원준 캠프 청백전 투구 ⓒ 영상취재 피오리아(애리조나), 김홍률/자이언츠 TV/영상편집 송경택.

[사진] 고원준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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