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1994년 리그가 개편된 뒤부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는 절대 강자 없이 네 팀이 옹기종기 다투는 형국으로 전개됐다.

1994년 이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은 텍사스 레인저스가 7회로 가장 많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LA 에인절스가 나란히 6회, 시애틀 매리너스는 3회다.

지난해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반격으로 요약된다. 2013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합류한 휴스턴은 그해부터 2년 동안 203패를 당하는 암흑기를 거쳐오다가 지난해 카를로스 코레아(20)와 댈러스 카이클(27)이라는 투타 기둥을 앞세워 와일드카드를 거머쥐며, 15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휴스턴과 함께 서부지구 대표로 나선 팀은 같은 텍사스주(알링턴)를 연고지로 하는 텍사스(1위)였다.

특별한 전력 누수가 없는 텍사스주 두 팀은 2년 연속 집안 싸움을 예고한다. 시애틀과 에인절스는 텍사스주 두 팀에 비해 다소 전력이 떨어지지만 조용하게 왕좌를 바라본다. 한편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네 팀과 달리 오클랜드는 2017년을 목표로 달린다.

◆ '다르빗슈 유-콜 해멀스' 막강 원투 펀치 뜬다

지난해 1선발 다르빗슈(29)와 2선발 데릭 홀랜드(28)가 개막전 로스터에 없었다. 하지만 제프 베니스터 텍사스 신임 감독은 팀을 4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으로 이끈 뒤, 올해의 아메리칸리그 감독까지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불펜이 큰 힘이 됐다. 지난해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뉘는 텍사스의 정규 시즌 성적은 불펜 성적이 따른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텍사스 불펜이 전반기에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4.38로 아메리칸리그 최하위였으며, 승리 기여도(fWAR)는 0.3에 그쳤다. 팀 성적도 42승 46패에 불과했다.

위태위태하던 불펜은 후반기 샘 다이슨(27)과 제이크 디크먼(28)이 가세하면서 환골탈태했다. 두 선수는 마이크 매덕스 투수 코치를 거치며 불안정한 제구를 바로잡으면서 마무리 션 톨레슨(27) 앞을 지키는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이 기간 텍사스 불펜진이 남긴 9이닝당 삼진 개수는 9.05개로 아메리칸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았으며, 승리 기여도는 전반기보다 5배 오른 1.5였다. 텍사스가 후반기 46승 28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면서 대역전 드라마를 만든 일등 공신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텍사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뉴욕 양키스를 비롯한 여러 팀처럼 올 시즌에도 불펜 야구를 지향한다. 케오니 켈라(22)와 다이슨, 디크먼, 톨레슨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불펜에 야쿠트르 스왈로스 수호신 출신인 토니 바넷(33, 2년 350만 달러)을 추가했다.

불펜에 앞서 공을 던지는 선발진은 텍사스의 올 시즌 전망을 더 밝게 만든다. 지난해 영입돼 12경기에서 7승 1패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한 콜 해멀스(31)와 오는 5월 복귀를 앞둔 다르빗슈가 원투 펀치를 꾸리며 홀랜드와 마틴 페레즈(24)가 3, 4선발을 맡을 전망이다. 지난해 17승을 올린 콜비 루이스(35)와 유망주 치치 곤살레스(23), 닉 마르티네스(24) 등이 5선발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요바니 가야르도(29)를 잡지 않은 이유다.

마운드와 마찬가지로 공격도 좋다. 지난해 텍사스는 타율 0.302, 23홈런으로 '올해의 재기 선수'에 선정된 프린스 필더(31)를 앞세워 팀 득점 3위(751점)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추신수(33)를 필두로 애드리안 벨트레(36)와 필더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굳건하며, 팀에 잔류한 미치 모어랜드(29)도 화력 증강에 힘을 보탠다. 복권과 같은 조시 해밀턴(34)도 있다.

완성된 전력에 유망주들이 가세한다. 지난해를 부상으로 통째로 날린 주릭스 프로파(22)를 비롯해 일발 장타를 갖춘 조이 갈로(21)와 '5툴 플레이어'로 평가 받는 외야수 루이스 브린손(21) 등이 빅리그 데뷔를 준비한다. 특급 유망주들로 지목 받는 세 선수만 가세해도 텍사스 화력은 크게 강해진다.

ESPN은 전력 누수 없이 보강 요소가 많은 텍사스 타선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이어 올 시즌 2위로 평가했다. 제이슨 헤이워드가 가세한 시카고 컵스는 물론 보스턴 레드삭스와 지구 라이벌 휴스턴 애스트로스 강타선보다 앞서는 순위다.

◆ 투타 기둥 갖춘 휴스턴

2011년 제프 르나우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신임 단장으로 부임한 자리에서 "몇 년간 100패를 해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르나우 단장은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들을 과감하게 유망주들과 바꿨다. 전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휴스턴은 그해부터 3년 동안 106승 324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코레아 등을 비롯한 유망주들이 쌓였고, 휴스턴은 잠재력을 터뜨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우승권 전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휴스턴이 컨텐더가 되는 시점을 조금 빠르게 잡은 원동력은 카이클이다. 카이클은 지난해 20승 8패 평균자책점 2.45의 엄청난 성적을 기록하면서 데이비드 프라이스(29, 보스턴 레드삭스), 소니 그레이(25, 오클랜드) 등을 제치고 사이영상을 받았다. 휴스턴은 이번 겨울 처음으로 연봉 협상 자격을 갖춘 카이클에게 725만 달러(약 87억 원)의 큰 금액을 안기면서 적어도 그가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2018년까지는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우승을 노리는 휴스턴은 3선발 스콧 카즈미어(31, LA 다저스)가 떠난 자리를 오른손 투수 덕 피스터(31, 1년 700만 달러)로 재빠르게 메웠다. 카이클이 2년 연속 200이닝을 넘긴 만큼만 한다면 지난해 19승(8패)을 챙긴 콜린 맥휴(28, 평균자책점 3.89)와 원투 펀치를 이루고, 랜스 맥컬러스(21)와 피스터, 마이크 파이어스(30) 등이 뒤를 받치는 강한 선발진이 만들어진다.

경쟁력 있는 선발진을 가진 휴스턴은 이번 겨울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목표로 아롤디스 채프먼(27), 앤드류 밀러(27, 이상 뉴욕 양키스) 등을 저울질하다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대 4 트레이드로 데려온 켄 자일스(24)를 새 수호신으로 낙점했다. 지난해 토니 십(31), 펫 내색(34), 루크 그레거슨(31) 등이 꾸린 휴스턴 애스트로스 불펜이 쌓은 승리 기여도는 5.3으로 볼티모어 오리올스(6.4)에 이어 2위였는데, 같은 기간 자일스가 70이닝에서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하면서 기록한 승리 기여도만 2.0에 이른다. 선발부터 마무리까지 빈틈이 사라진 셈이다.

야수진 기둥은 코레아와 호세 알투베(25)다. 코레아는 지난 시즌 도중 데뷔해 99경기에서 22홈런 타율 0.279 출루율 0.345 장타율 0.512를 기록하고 신인왕에 오르면서 제 2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스스로 증명했다. 2014년 타격왕 알투베는 코레아와 짝을 이루며 2년 연속 3할 타율(0.312)을 거두며 휴스턴 공수를 전두지휘했다. 올 시즌 개막전부터 호흡을 맞추게 될 키스톤 콤비는 메이저리그 최고로 불려도 손색없다.

이 밖에도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여 준 뒤 역사상 처음으로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이며 팀에 애정을 보인 외야수 콜비 라스무스(28)가 야수진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는다. 데뷔 시즌 2013년 0.804를 기록한 OPS를 지난해 0.826로 끌어올린 우익수 조지 스프링어(25)의 세 번째 시즌 성장세도 지켜볼 만하다.

◆ 시작은 마이크 트라웃, 끝은 해밀턴

에인절스는 시간을 3년 전으로 돌리고 싶어 할지 모른다. 해밀턴과 5년 1억 2,500만 달러에 계약한 해이기 때문이다. 2012년에만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43홈런을 기록하면서 승리 기여도 4.4를 쌓은 해밀턴이 에인절스에서 뛰는 2년 동안 기록한 승리 기여도는 3.1에 그친다. 설상가상으로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하다가 약물 중독 증세가 재발돼 에인절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연봉 대부분을 보전해 주는 대가로 해밀턴을 텍사스로 돌려보냈다.

해밀턴이 빠진 파장은 단순히 좌익수에 구멍이 생긴 데에만 끝나지 않는다. 막대한 금액을 허공에 써야 하기 때문에 전력 보강도 쉽지 않다. 에인절스는 지난해 승리기여도가 -1.4로 리그 28위에 그친 좌익수를 메우기 위해 요에니스 세스페데스(29, 뉴욕 메츠)를 노렸으나 사치세 부담으로 꿈을 접었다.

그나마 업그레이드 된 내야진은 위안이다. 팜을 털어 메이저리그 최고 수비를 자랑하는 유격수 안드렐톤 시몬스(25)를 데려왔고, 지난해 평균 타율 0.238에 그친 3루 포지션은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으로 타율 0.314를 기록한 유넬 에스코바(32)에게 맡긴다.

마운드에서는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C.J 윌슨(34)과 느린 구속이 더 느려진 제러드 위버(32)가 골칫덩이다. 두 선수는 나란히 이번 시즌 2,000만 달러(약 241억 원)씩 받는 데 윌슨은 지난해 어깨 수술로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무산과 함께 132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고, 위버는 종전 85마일을 유지하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지난해 83마일로 떨어졌다. 줄곧 3점대를 유지하던 평균자책점은 4.64(7승 12패)로 치솟았다.

따라서 에인절스는 올 시즌을 기다리는 해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올 시즌 뒤 윌슨과 제러드 위버의 계약이 끝나면서 4,000만 달러를 확보하고 2017년은 해밀턴에게 2,600만 달러(약 314억 원)를 주는 마지막 시즌이다. 올 시즌이 끝나고 스티븐 스트라스버그(26), 세스페데스 등 대어들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큰손'으로 군림할 수 있다.

◆ '킹', 그리고 베테랑들에게 거는 기대, 시애틀

시애틀은 가을 야구가 간절하다. 스즈키 이치로(41, 마이애미 말린스), 브랫 분, 에드가 마르티네스 등이 뛰던 2001년을 끝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제 몫을 한 공격과 달리 마운드가 평균자책점 4.16(전체 22위)으로 부진해 76승 86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이변 겨울 선발투수 이와쿠마 히사시(34)를 가까스로 잡은 성과 외에 마운드에서 마땅한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다른 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시애틀은 올 시즌에도 포스트시즌, 나아가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8년 동안 그래야 한다. 로빈슨 카노(32)에게 2023년까지 매년 2,400만 달러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시애틀이 내세울 수 있는 전력은 타선이다. 2루수 카노(21홈런)와 지명타자 넬슨 크루즈(34, 44홈런)에 3루수 카일 시거(27, 26홈런)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리그 최고로 꼽혀도 손색없다. 다만 지나치게 편중된 게 문제다. 시애틀 타선이 지난해 기록한 승리 기여도는 14.6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크루즈(4.8)와 시거(3.9)의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올 시즌은 대거 영입한 베테랑들에게 기대를 건다. 아오키 노리치카를 데려오면서 리드오프와 우익수를 메운 시애틀은 지난해 '반쪽 타자' 로건 모리슨이 맡던 1루를 왼손 타자 애덤 린드와 오른손 타자 이대호로 강화했다. 또한 스티븐 클레벤거를 영입하면서 지난해 타율 0.174를 기록한 주전 포수 마이크 주니노에게는 경각심을 심었다.

마운드 강화는 베테랑들은 물론 젊은 선수들이 힘을 실어야 한다. 시애틀은 선발진에서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이와쿠마, 웨이드 마일리(29)에 이어 나오는 타이후안 워커(22)와 마이크 몽고메리(25) 등에게 활약을 기대한다. 지난해 승리기여도가 1.1(26위)에 불과한 불펜은 조엘 페랄타(39), 라이언 쿡(28) 등으로 보강했다.

◆ 빌리 빈 방식대로…목표는 2017년

관중이 적어 돈이 모이지 않는다. 관중을 늘리고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우승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팀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컨텐더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지 않다. 우승 도전을 위한 '단기 렌탈'이 끝나면 다시 탱킹이다.

오클랜드는 산호세로 연고 이전을 요구한다. O.co 콜리세움은 메이저리그 구장 가운데 가장 시설이 낙후됐으며 같은 연고지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있어서 관중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오클랜드 홈 관중은 해마다 200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오클랜드는 2014년 우승 도전으로 '인생 역전'을 노리려고 했다. 제프 사마자(30, 샌프란시스코), 제이슨 해멀(32)을 데려온 데 그치지 않고 큰 무대 경험 많은 존 레스터(31, 이상 시카고 컵스) 영입으로 우승 도전에 화룡점정을 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넘지 못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단판 승부에서 7-7로 맞선 연장 12회 공격 때 한 점을 뽑아 다음 단계 진출이라는 꿈에 부풀었지만, 곧바로 2점을 허용하면서 '캔자스시티 기적'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됐다.

그해 겨울은 추웠다. '단기 렌탈'로 데려온 선수들은 잭팟을 터뜨리며 각각 다른 팀으로 향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떠나보낸 조시 도널드슨(29)은 아메리칸리그 MVP가 됐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던 오클랜드는 1년 만에 지구 최하위 팀으로 전락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지만 구단이 오클랜드라면 이해가 간다. 빌리 빈 단장이 그동안 열악한 상황 속에서 오클랜드를 살려 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리치 힐(35, 1년 600만 달러)을 제외하면 굵직한 영입이 없는 상황이라 올 시즌 오클랜드가 가진 전력으로 지구 우승권에 다가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도널드슨 트레이드가 교훈이 된 듯 주축 선수들을 넘기라는 유혹은 견디고 있다. 1선발 그레이에 대한 여러 문의를 거절했으며,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조시 레딕(28)과 연봉 675만 달러(약 81억 원)에 합의한 뒤 다년 계약까지 추진하는 상황이다.

오클랜드가 그레이와 레딕을 중심으로 다시 도약하려는 시기는 고액 연봉자인 지명타자 빌리 버틀러(29, 1,166만 달러)와 외야수 코코 크리스프(35, 1,300만 달러)와 계약이 끝나는 2017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올 시즌에는 미래에 핵심이 될 유망주들을 키우며 5할 승률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 유격수 마커스 세미안(22)과 좌익수 마크 칸하(26), 중견수 빌리 번스(24)가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또한 지난해 여러 주축 선수를 보내는 과정에서 얻은 유망주들이 우수한 팜을 일궜다. 도널드슨 트레이드 때 이적해 온 프랭클린 바레토(19)는 외야와 내야가 가능한 '제 2의 벤 조브리스트'를 바라본다. 조브리스트 대가로 건너온 왼손 투수 션 마나에아(23)는 빅리그 데뷔가 임박했다. 카즈미어 트레이드 때 데려온 포수 제이콥 노팅햄(20)은 바레토와 마네아에 이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가 선정한 올 시즌 오클랜드 내 유망주 랭킹 3위로 평가 받는다. 이 밖에도 1루수 맷 올슨(21)과 3루수 맷 채프먼(22) 등이 빼어난 타격 능력을 뽐내며 빅리그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추신수, 다르빗슈 유, 카를로스 코레아, 마이크 트라웃, 펠릭스 에르난데스, 소니 그레이(위부터) ⓒ Gettyimages
[그래픽] 스포티비뉴스 디자이너 김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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