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준석(왼쪽)과 문동주가 14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 두 손을 맞잡고 있다. ⓒ대구,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고봉준 기자 / 김성철, 송경택 영상기자] “어제 약속 끝냈습니다.” “사람 일은 모르지만….”

소년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건장한 체구를 뽐내는 두 투수는 이내 손을 꽉 맞잡았다. 1년 선배가 “내년부터 같이 하기로 했다”고 농담 같은 진담을 건네자, 후배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한화 이글스 입단을 앞둔 광주진흥고 3학년 우완투수 문동주(18)와 덕수고 2학년 우완투수 심준석(17)의 대화 도중 나온 한 장면이다.

2022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가 모두 막을 내렸다. 10명의 1차지명 선수들이 먼저 새 둥지를 찾은 가운데 13일 열린 2차지명을 통해 추가로 100명의 유망주들이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됐다.

내년부터 KBO리그를 빛낼 신인들의 얼굴이 모두 정해지면서, 이제 관심은 2023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다. 아직 1년 가까운 시간이 남았지만, 판도를 뒤흔들 걸출한 유망주 그리고 열쇠를 쥐고 있는 구단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심준석과 한화다.

지난해 8월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시속 150㎞를 가볍게 웃도는 직구와 낙차 큰 커브로 덕수고의 우승을 이끌었던 심준석은 현재 고교야구 레벨에서 단연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최근 오른쪽 팔꿈치 염증으로 실전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와 관계없이 내년 KBO리그 혹은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실시된다.

흥미로운 점은 2023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의 형태다. KBO는 올해를 끝으로 지역별 1차지명과 전국구 2차지명을 폐지하고, 전면 드래프트를 시행한다. 그리고 앞서 정해진 새 룰을 따라, 올 시즌 최하위가 내년도 전체 1번 지명권을 갖게 된다.

▲ 문동주(왼쪽)와 심준석이 14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진행된 U-23 및 U-18 야구대표팀 합동훈련 도중 덕아웃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 고봉준 기자
이처럼 제도가 달라지면서, 올 시즌 최하위를 기록 중인 한화팬들은 미묘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지금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초고교급 투수들을 연달아 영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상급 자원 문동주가 1차지명을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은 가운데, 현재 순위대로라면 내년에는 심준석까지 데려올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부풀어 있다.

둘 역시 자신들을 향한 기대감을 잘 알고 있었다. 문동주와 심준석은 14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진행된 U-23 및 U-18 합동훈련에서 ‘둘만의 도원결의’ 스토리를 들려줬다.

1년 선배인 문동주는 “어제 신인 드래프트를 보면서 이미 (심)준석이와 이야기를 마쳤다. 미국을 가지 않기로 했다. 또, 지금 순위로 올해 페넌트레이스가 끝나면 한화로 오기로 약속을 끝냈다”고 웃었다. 이를 듣던 심준석은 “사람 일은 모르지만 그래도 (문)동주 형이 이렇게 챙겨줘서 감사하다”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전날과 달리 후배가 확답을 주지 않자 문동주는 심준석을 꼭 데려와야 하는 이유를 내놓았다.

문동주는 “일단 준석이는 공을 던질 때 보면 한국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나 남미에서 온 선수 같다. 공이 얼마나 빠르고 묵직한지 모른다. 그래서 꼭 함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신 역시 150㎞ 초중반의 빠른 볼을 던지지만, 후배를 칭찬할 때만큼은 특유의 장난기 어린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선배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최근 심준석이 팔꿈치 염증으로 등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며 “나는 다행히 큰 부상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다. 비결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타자와 승부를 빨리빨리 가져가면서 투구수를 줄이는 것이다. 준석이는 공을 한가운데로 던져도 타자들이 치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만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동주(왼쪽)와 심준석의 투구 장면.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DB
곁에서 멋쩍게 칭찬을 들은 심준석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심준석은 “내가 어릴 때부터 동주 형은 월드클래스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덕수고로 오자마자 형의 연락처를 알아내 먼저 다가간 뒤 친해지게 됐다”고 웃었다.

현재 심준석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있다. KBO리그 데뷔 혹은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지난해 보인 잠재력과 뛰어난 신체조건을 앞세워 이미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산 심준석은 “아직 고민 중이다”는 말로 확답을 대신했다.

과연 한화팬들의 기대대로 문동주와 심준석은 같은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을까. 물론 아직 변수는 많다. 공교롭게도 14일 KIA 타이거즈의 3연패와 한화의 3연패 탈출로 9위와 10위의 격차는 3경기로 줄었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기까지, 이제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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