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중요한 상황을 지배하고 있는 kt는 팀 ERA 1위와 한국시리즈 직행을 조준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사 후 득점권 상황은 경기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아웃카운트 하나에 득점과 실점이 모두 걸린 이 상황은 팀의 강인함을 결정한다. 이기는 팀은 실점 없이 잘 막거나, 혹은 잘 살려 득점으로 연결시킨다. 그게 모여 성적으로 연결된다.

올 시즌 이 상황에서 가장 강한 팀 중 하나가 바로 kt다. 타자들의 집중력이야 지난해부터 정평이 나 있다. 조용히 침묵하다가도 2사 후 연속 안타로 빅이닝을 만드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팀이 kt다. 올해도 OPS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투수들도 보조를 맞춘다. 지난해 대비 투수들이 이 상황을 실점 없이 잘 건너가고 있다. 

kt 투수들은 올해 2사 후 득점권 상황에서 피OPS(피출루율+피안타율) 0.643을 기록했다. 리그 평균(0.733)보다 훨씬 낮은 1위 기록이다. 무엇보다 2사 후 득점권 상황에서 가장 치명적인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피장타율은 0.317에 불과했다. 2사 후 득점권 위기를 잘 넘어가니 수비를 하는 야수들의 피로도와 스트레스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올해 마운드 선수층이 좋아진 게 이런 기록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올해 한 박자 더 빠른 기민한 투수교체로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든 이강철 kt 감독은 “내가 잘해서 그런 건 아니다”고 선을 그은 뒤 “작년까지는 자원이 많지 않다보니 한 선수로 하여금 이닝을 다 책임지게 했다. 하지만 올해는 자원적으로 확보가 됐기 때문에 2사 후 교체가 지난해보다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제 숫자가 많으니까 바꾼다. 최근에도 이대은이 2사 후에 나가서 실점을 안 하고, 다음 이닝까지 막아줬다. 주권도 2사 후 (상대적으로 약한) 우타자가 나오면 빼주는 것 같다”고 말을 이어 나갔다. 뎁스가 좋아져 벤치에서 믿고 쓸 만한 선수가 많아지니, 벤치도 데이터 등을 고려해 과감하게 승부를 건다는 것이다. 내일 나갈 선수가 확보되어 있는 것도 이런 운영을 가능케 한다.

실제 이대은의 올 시즌 2사 후 득점권 피안타율은 0(7타수 무안타)이다. 득점권 위기에서 소방수로 투입되는 우완 박시영(.100)과 좌완 이창재(.091), 마무리 김재윤(.188)의 성적도 뛰어나다. 기본적으로 선발투수들도 이 상황에 강했다. 

이처럼 양질 모두 발전하고 있는 kt는 이제 리그 평균자책점도 1위를 노린다. kt는 18일 현재 3.80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계속 2위권은 달렸는데 이제 1위 LG(3.77)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LG(3.72)와 2위 kt(4.15)의 격차는 제법 컸다. kt는 오히려 3위 키움(4.17), 4위 삼성(4.22)과 더 가까웠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kt 마운드가 대분전하면서 1위와 차이가 확 줄었다. kt의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은 3.03으로 2위 LG(3.89)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페이스대로 진행된다면 kt의 창단 첫 팀 평균자책점 1위도 꿈은 아니다.

선발진이 워낙 안정되어 있고, 불펜에서 쓸 자원들이 많아지면서 과감한 투수교체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대은이 정상적으로 가세한 것도 앞으로 큰 기대를 모은다. 엄상백이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면 더 과감한 투수 운영도 기대할 만하다. kt가 올해 1위를 하고 있는 건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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