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트 디아즈는 협상의 달인이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도 어쩔 땐 쩔쩔맨다.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UFC 협상의 달인' 타이틀은 코너 맥그리거(27, 아일랜드)가 아니라 네이트 디아즈(30, 미국)에게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지난달 훈련에 집중한다며 UFC 200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고 트위터에서 은퇴를 선언했다가 이틀 만에 번복하는 교란작전을 편 맥그리거는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와 힘겨루기에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지난 19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비버리 힐스에서 화이트 대표를 만나 서운한 감정을 풀고 악수를 나눴다. 20일 ESPN과 인터뷰에서 "즐거운 대화였다. 우리는 여전히 좋은 관계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때로는 감정에 취할 때가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에선 감정이 껴들 자리가 없다는 걸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은 대가로 UFC 200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맥그리거가 이제 UFC 홍보 행사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 대표에게 고개를 숙인 맥그리거는 오는 8월 열리는 UFC 202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UFC 201과 203의 메인이벤트는 결정돼 있는 상태다. UFC 201(7월 31일) 메인이벤트는 로비 라울러와 타이론 우들리의 웰터급 타이틀전, UFC 203(9월 11일) 메인이벤트는 스티페 미오치치와 알리스타 오브레임의 헤비급 타이틀전이다.

맥그리거는 당연히 UFC 202 출전에 오케이 한 상태. 화이트 대표는 맥그리거와 디아즈의 웰터급 재대결을 위해 마지막 퍼즐 하나만 남겨 두고 있었다. 맥그리거와 미팅을 갖고 이틀 뒤인 지난 21일 디아즈를 만나기 위해 스톡턴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디아즈는 만만치 않은 '강자'였다. 협상 테이블에서 경기에 안 나가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나왔다. 디아즈와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 갈 수 없던 화이트 대표는 화가 난 듯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화이트 대표는 TMZ와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밝힐 수 없다. 스톡턴 여행이 잘 풀리지 않았다는 것만은 알아 달라"고 했다.

▲ 네이트 디아즈는 '예스맨'이 될 생각이 없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Gettyimages
디아즈가 요구한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역시 돈이었다. 그는 26일 미국 종합격투기 뉴스 사이트 MMA 파이팅과 인터뷰에서 "이제 판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UFC 200에서 맥그리거와 경기했다면 받게 됐을 금액보다 더 불렀다.

디아즈는 "지난 3월 나와 맥그리거의 경기는 역대 PPV 판매 1위 또는 2위를 기록했다. 맥그리거가 최고의 흥행 카드라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또 다른 흥행 카드라는 건 몰랐던 것 같다. UFC는 날 PPV 대회에 넣지 않고, 폭스 대회에 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이어 "난 화이트 대표에게 대회 10일 앞두고 하파엘 도스 안요스 대신 들어가 최고의 흥행 경기를 펼쳤다고 말했다. UFC 최고의 스타를 꺾었다고 했다. 그러니 지난 경기에서 받았던 금액보다, 내게 (UFC 200에 출전하기로 하면서) 약속했던 금액보다 더 받고 싶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디아즈는 UFC 196에서 맥그리거를 꺾고 파이트머니만 50만 달러(약 5억 9,000만 원)를 받았다. 여기에 밝혀지지 않은 PPV 수당까지 합하면, 그는 12년 프로 파이터 생활에서 가장 높은 수입을 벌어들였다.

그는 UFC 200 파이트머니를 50만 달러에서 더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UFC 202 파이트머니로 더 많은 돈을 원하고 있다. 맥그리거가 UFC와 힘겨루기를 하는 바람에 UFC 200에서 자신과 경기가 취소된 것을 역이용하고 있다. UFC가 어차피 자신을 옥타곤에 세울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판돈 올리기(Raise)' 전략이다.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라 가능하다. 화이트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맥그리거도 길들인 화이트 대표가 야생마 디아즈에게 쩔쩔맨 적은 예전에도 있었다. 디아즈는 2014년 12월 UFC 온 폭스 13을 앞두고 공개 훈련에 나타나지 않았고 계체에서 4파운드를 초과했다. 파이트머니가 적다며 벌인 고의적인 태업이었다.

당시 화이트 대표는 "디아즈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아다. 파이트머니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은 모두 벌금을 맞을 짓 뿐이다. CM 펑크가 받게 될 돈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전날 "만약 디아즈가 하파엘 도스 안요스를 이기면, 그를 둘러싼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

이때 디아즈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UFC에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어쩌면 지금처럼 목소리를 높일 때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는지 모른다. 

"어떤 걸 느끼면 난 그냥 말한다. 사람들은 모두에게 '예스'라고 말하는 대신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줄 알아야 한다. '예스'라고만 하는 것은 자신의 격을 낮추는 일이다. UFC에는 '예스맨'밖에 없다. 그들은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감사하다는 듯 행동한다. 그래 좋다. 난 그냥 내가 느낀 대로 말할란다."

디아즈가 맥그리거보다 수 싸움에 더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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