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백승희 칼럼니스트] '코리안 슈퍼 보이' 최두호(25, 부산 팀 매드/사랑모아 통증의학과)가 5일(이하 한국 시간) 결전의 땅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했다. 토론토 기온은 지금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됐다고 한다.

슈퍼 보이는 토론토로 가기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6일을 보냈다. 두 도시의 기온 차가 있으니 감량 도중 감기에나 걸리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두호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방금 "시차 적응을 끝냈고 컨디션도 최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마음이 놓인다. 감량도 무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조금씩 살을 빼 놔 페더급 한계 체중(약 66.77kg)에 5kg만 남겨 두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경기를 앞두고 이맘때면 아들 같은 슈퍼 보이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지난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TUF 23 피날레에서 브라질의 주짓수 강자 티아고 타바레스를 강력한 원투 스트레이트로 1라운드 2분 42초 만에 쓰러뜨린 슈퍼 보이가 경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 컵 스완슨과 일전이 벌어질 캐나다 토론토로 향하기 위해 비행기를 탄 최두호. 현재 페더급 한계 체중에 5kg 남은 상태. "시차에 적응했고 컨디션도 최상"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슈퍼 보이가 필자에게 직접 전해 왔다.
귀국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냐는 어느 국내 기자의 질문에 "원장님과 둘이서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서 원장님이란 필자를 가리키는 호칭. 

'두호랑 둘이서 여행을? 남자 둘이서 무슨….'

당시 국내에서 경기를 생중계로 지켜봤던 난 기자회견 내용을 포털 사이트에서 접하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평소 주위 사람들은 나와 최두호의 관계를 아버지와 아들 사이처럼 여기고 있었다. 두호 역시 언젠가부터 가끔씩 필자를 아버지라고 불렀지만 그전까지 슈퍼 보이는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며 필자를 어려워했다.

옛말에 부귀해져서 고향을 찾지 않으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과도 같다고 했던가? 

타바레스를 꺾고 슈퍼 보이는 대구로 금의환향했다. 당시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필자를 찾은 슈퍼 보이가 또다시 둘만의 여행 이야기를 꺼내자 망설이던 나는 조심스레 주말 1박 2일 여행을 제안했다. 필자와 그가 정말로 부자 사이처럼 가까워지길 기대하며. 

▲ 올여름 슈퍼 보이와 여행 첫날 저녁 필자의 시골집에서. 이날 최두호와 난 흉금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사진은 평소 친분이 있는 작가가 촬영해 줬다.
슈퍼 보이와 여행? 뭐 별다를 건 없었다. 그래서 더 의미 있었다.

토요일 오전 진료를 마친 후 둘이서 차 타고 가다가 식당에 들러 점심 사 먹고, 대구 인근에 위치한 필자의 시골집에서 둘이서 저녁을 해 먹고 하룻밤 자고 다음 날 대구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그날 밤, 시골집에 도착한 우리들은 오랜만에 맘 편하게 둘이서 고기도 구워 먹고 술도 한잔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각자의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렇게 필자와 두호는 진실로 아버지와 아들처럼 가까워졌다.

다음 날, 슈퍼 보이와 필자는 오전 내내 각자 하고 싶은 일(낮잠, TV 시청, 페이스북에 글 올리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대구로 돌아왔다. 신기했던 건 오전 내내 둘이서 나눈 대화가 거의 없었고, 더 신기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는 전혀 어색하지 않고 너무도 편안했다는 사실이었다. 

▲ 여행 이튿날 오전, 나는 페이스북에 소설 올리고 슈퍼 보이는 편하게 낮잠을 청했다. 당시 우리들은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때가 슈퍼 보이와 필자가 정말로 부자 같은 사이가 됐던 순간이다.
6년 전 의사로서, 운동선수로서 처음 인연을 맺었던 필자와 슈퍼 보이는 그날의 여행 이후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부자 사이처럼 더욱 가까워졌다.

여행에서 남들에게는 하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필자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 흘리던 슈퍼 보이를 떠올리며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 같은 격투기 세계에서 아직 스물여섯밖에 안 된 아들 같은 두호가 지금 겪는 힘든 과정을 생각하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이제 다섯 밤만 지나면 컵 스완슨과 일전이 벌어지겠지만 경기의 승패를 예측하지는 않겠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그동안 쏟아부은 피땀 어린 노력들이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필자이기에.

두호야. 이번에 귀국하면 말이지, 겨울 바다로 여행 떠나자구나.  

D-5, 12월 7일 새벽에.

<필자 주> 사랑모아 통증의학과의 백승희입니다. UFC 206 경기를 앞둔 최두호의 현지 소식과 과거 그의 일화를 묶어 소개합니다. 아마추어의 글이지만 최두호를 사랑하는 격투기 팬 여러분이 재미있게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필자 소개- 사랑모아 통증의학과 원장. 대구테니스협회장. UFC 페더급 파이터 최두호와 테니스 국내 여자 랭킹 1위 장수정을 후원하면서 매주 대구시립희망원 진료 봉사를 나서는 동네 의사. 수필집 '사랑모아 사람모아'에 이어 소설 '내 친구 봉숙이' 집필.

[영상]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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