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스타=김정연 인턴기자] '오 마이 금비'가 수목드라마 대전에서 예상을 벗어난 선전과 영향력을 행사하며 착한 드라마의 힘을 보여줬다.
KBS2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극본 전호성, 연출 김영조)는 아동치매의 일종인 '니만-피크'에 걸린 열 살 유금비(허정은 분)와 그를 돌보며 얼치기 사기꾼에서 진정한 아빠로 성장해가는 모휘철(오지호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1월 16일 첫 방송된 '오 마이 금비'는 같은날 동시간대 시작하게 된 전지현 이민호 주연의 SBS '푸른 바다의 전설', 남주혁 이성경 주연의 MBC '역도요정 김복주'와 맞붙어야 했다. 치열한 수목대전에서 아역 배우 허정은을 타이틀롤로 앞세운 '오 마이 금비'는 방송 전 최약체로 분류되며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오 마이 금비'는 슬픔이 예고된 소재임에도, 유쾌하고 경쾌한 톤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 '오 마이 금비'는 아픈 딸과 그를 돌보는 아빠의 이야기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열 살 유금비는 철부지 모휘철 뿐만 아니라, 주변에 얽히는 모든 어른들에게 멘토이자 힐링 천사가 돼줬다.
한류배우와 스타작가를 앞세운 경쟁 프로그램과는 시청률 면에서 다소 불리했지만, 작품성만큼은 밀리지 않았다. 덕분에 지난 16일 첫 방송에서 5.9%(닐슨, 전국 기준)으로 시작한 시청률은 소수점 차이지만 조금씩 상승세를 타 7%대까지 올랐고, 허정은의 열연 등이 입소문으로 퍼져 화제성도 상승했다.
'오 마이 금비'는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상처받고 때를 뒤집어쓴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어두워진 마음을 밝고 선한 곳으로 끄집어냈다. 이 과정에서 유금비로 인해 모휘철을 비롯해 어린 아이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고강희(박진희 분), 유년시절 강한 규제로 삐뚤어진 유주영(오윤아 분), 일련의 사건으로 악한 마음을 가지게 된 차치수(이지훈 분) 등이 순수함을 되찾고 착한 마음을 되찾게 됐으며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게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웰다잉'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극중 금비는 관 속에 들어가 죽음에 대해 간접 체험을 하는데, 여기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다시 한 번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죽는다는 것이 꼭 나쁘다는 것만은 아님을 시사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는 열 살까지 밖에 살지 못한다던 금비가 17살 여고생이 될 때까지 살아 있게 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넘어선 모습으로 마무리돼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오 마이 금비'는 뻔한 신파극을 넘어서 금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앞서 최약체로 평가받던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는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