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올 시즌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잡아야 한다."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은 지 3년째. 김태형 감독에게 늘 '우승' 수식어가 붙는다. 부임 첫해인 2015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주목받았고, 지난해에는 OB 시절이던 1995년 이후 21년 만에 통합 우승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지난 시즌은 구단은 물론 KBO 리그 역사에 남을 다양한 기록을 세워 더 눈길을 끌었다. 2000년 현대 유니콘스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91승)을 갈아 치웠고, 한국시리즈에서 NC 다이노스를 만나 4전 전승을 올리며 구단 최초로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역사적인 시즌을 보낸 뒤 새 시즌을 맞이하는 마음이 무거울 법했다. 김 감독은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우승을 안 하고 싶은 감독은 없다. 당연히 감독인 제가 감수해야 할 몫"이라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 한희재 기자
다음은 김태형 감독과 일문일답.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면, 두산은 물론 KBO 리그 역사에도 남을 여러 기록과 성적이 나왔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와 순간을 꼽자면?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했을 때 기억이 많이 난다.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었을 때도 기뻤지만, 페넌트레이스는 오랜 시간 해온 거라 팀은 물론 제게도 중요한 순간이었다. 

선수는 누구 하나 꼽을 수 없다. 투수는 에이스 니퍼트를 중심으로 선발 4명이 잘해 줬고, 야수는 기존 선수들이 워낙 잘했다. 김재환과 박건우가 기대 이상으로 잘하기도 했지만, 내야에서 김재호와 오재원이 팀을 잘 이끌었다. 포수는 양의지가 잘 이끌었다.

-박건우와 김재환은 풀타임으로 2번째 시즌인데, 지난해 활약을 이어 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스스로 부담을 느끼면 안 된다. 요즘 야구를 보면 '2년째 징크스'는 신경 안 써도 될 듯하다. 잘할 거다. 지난해 워낙 좋은 성적을 내서 기록을 자꾸 좇으면 안 될 거 같다. 숫자는 신경 쓰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야구를 최선을 다해서 하면 팀에서도 중요한 임무를 해낼 거라 생각한다.

-100% 만족은 없다는 가정 아래 지난 시즌 어떤 점을 보완해야겠다고 느꼈는지? 주변에서는 불펜과 5선발을 꾸준히 언급하는데.

모든 감독이 새 시즌을 맞이하면 보완할 게 있을 거다. 불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다른 팀도 불펜 걱정은 많을 거다. 완벽한 불펜은 있을 수 없지만, 지난 2년 동안 노력했으니까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3년째 이 말을 하고 있다(웃음). 5, 6선발 문제도 선발 4명(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이 지난해처럼 잘해 주면 좋겠지만 변수가 있을 수 있다. 투수 쪽에 신경을 쓰겠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 팀에 장원준, 이현승, 양의지, 김재호, 민병헌, 허경민 등 주축 선수 6명(예비 엔트리 유희관, 박건우)이 뽑혀서 고민이 있을 듯하다.

많이 나가면 좋다. 예비 엔트리에 박건우랑 유희관도 있어서 다 나가면 8명 정도 된다. 선수들이 한 달 정도 일직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해서 무리하다가 부상이 오지 않을까 염려는 한다. 많은 선수가 빠지는 걸 저는 처음 겪는데, 제게도 좋은 경험이 될 거 같다. 가서 선수들이 얼마나 몸을 잘 만들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거다. 걱정은 안 한다.

-두산 지휘봉을 잡은 2년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뤘다.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론 부담도 클 거 같다.

부담감은 감독인 제가 감수해야 한다. 우승 2번 했다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감독은 누구나 우승 목표가 있다. 이미 우승한 건 없는 거다.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예전에 우승했다는 생각을 끌고 가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모든 감독은 새 시즌을 맞이하면 똑같이 부담을 안고 시작한다. 끝나고 결과만 중요할 뿐이다. 부담을 느끼는 걸 선수들에게 최대한 안 보이려고 한다. 선수들도 부담 없이 편안하게 우리 야구를 하면 3연속 우승 도전에 무리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 한희재 기자
-두산을 맡으면서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세웠는지 또는 ‘어떤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구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구상이 실현됐다면 어느 정도 완성됐는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제 생각에 맞춰서 팀을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 두산다운 야구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2014년에 6위에 머물면서 많이 깨달은 거 같다. 선수들과 대화를 해보면 자존심이 많이 상해 있었다. 감독에 맞춰서 움직인 게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 잠깐 안일했다고 생각하고 잘 뭉쳤다. 저는 구심점이 됐다. '우리 이런 야구를 하자'고 말하면 선수들이 잘 뭉쳐서 열심히 잘해서 좋은 성적을 냈다.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힘이 있다면.

프로 선수들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수들끼리 마음 맞는 선수들, 성격도 다 다르다. 기본과 원칙을 중요시하면서 벗어나는 건 강하게 용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감독이 강하다고 느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스스로 느낀 거 같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제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알아서 잘 움직이고 농담할 때 하고, 분위기가 좋았다. 이제 어느 감독이 오더라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까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을 거 같다.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할 텐데, 스토브리그에서 공격적으로 선수를 영입한 KIA가 두산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올 시즌 판도를 예상해 보자면?

시즌은 늘 예상하기 어렵다. KIA는 보강을 많이 했다. 지난 시즌 후반에 합류한 내야수 안치홍과 김선빈, 최형우가 (FA로) 합류했고, 양현종 그대로 있고. 멤버를 봤을 때 보강이 됐다고 생각해서 지난해보다 분명히 좋아질 거라 본다. LG도 마찬가지고, NC도 여전할 거 같다. 눈에 보이는 보강을 한 팀은 지난해보다 좋아질 거다. 시즌 시작하면 똑같다. 경기마다 승부처라서 외국인 선수와 부상 선수가 변수다.

-스프링캠프까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올 시즌 구상을 듣고 싶다.  

백업 선수들에게 신경을 많이 쓸 예정이다. 기존 선수들은 알아서 준비 잘할 거고, 늘 부상과 변수 준비를 잘해야 한다. 백업과 젊은 선수들에게 초점을 많이 맞추려고 한다.

[영상] 김태형 감독 신년 인터뷰 ⓒ 촬영 한희재 / 편집 임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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