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3년째 타고투저가 계속되는 KBO 리그지만 지난해 포스트시즌만큼은 달랐다. 지난해 정규 시즌 720경기의 평균 득점은 11.21점, 포스트시즌 14경기는 5.5점으로 반 토막이 났다. 강한 선발투수와 탄탄한 수비력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방망이는 믿을 것이 못 된다', 전통적인 야구 격언이다. 많은 감독은 그래서 실점을 줄이는 야구에 목마르다. 좀처럼 대형 투수가 나타나지 않는 시대, 보유 한도가 정해진 외국인 투수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실점을 줄이는 야구를 지향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시선을 돌리는 곳이 바로 수비다.

▲ 2016년 KBO 리그 DER 순위 ⓒ SPOTV NEWS 디자이너 김종래
지난해 리그 평균 DER(수비 효율성 지수, Defense Efficiency Ratio)는 0.649다. 리그 평균 아래의 DER을 기록하며 가을 야구를 한 팀은 KIA 타이거즈(0.646)뿐이었는데, 평균 아래지만 큰 차이는 아니었다. 평균 이상 DER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은 2곳. SK 와이번스는 지난해 DER 0.657로 LG 트윈스와 공동 3위였다. 삼성은 0.655로 그보다 한 단계 낮았다.

올해 변수는 새 외국인 선수다. FA로 이적한 야수는 지금까지 2명, 지금까지 확정된 새 외국인 야수는 그보다 많은 5명이다. KIA는 로저 버나디나를 영입해 공격력과 함께 외야 수비 강화를 노린다. 내야 유틸리티맨을 영입한 팀이 눈에 띈다. 롯데는 앤디 번즈, SK는 대니 워스를 데려왔다. 이들 외국인 선수가 만들 변수를 제외하면, 팀 수비력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듯하다. KIA를 빼면 하위권 팀들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 두산 더스틴 니퍼트-오재원-오재일(왼쪽부터)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 1위 두산…국가 대표 내야와 너무 많은 국가 대표

최고는 두산이다. 대표 팀은 두산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2015년 프리미어12에 야수만 6명을 보냈다. 3월 열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는 유격수 김재호와 3루수 허경민, 포수 양의지가 출전한다. 핵심 포지션에서 대표 팀 선수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두산 수비의 힘이 느껴진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싹쓸이 우승 과정에서 두산 내야 수비의 힘이 다시 입증됐다.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4번의 병살플레이에 성공했고 4번의 주루사를 유도했다. 2루수 오재원에서 시작하는 창의적인 수비는 승부처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큰 무기다. 두산 수비에서 눈에 띄는 유일한 약점은 포지션을 외야수로 바꾼 김재환이 지키는 좌익수였는데, 한국시리즈에서는 발전 가능성이 나타났다. 

단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이어진 프리미어12와 달리 WBC는 시즌 전 열린다는 점에서 선수단에 대한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 두산 박건우(왼쪽)와 NC 손시헌 ⓒ 곽혜미 기자
▲ 2위 NC…전통과 안정

NC의 수비는 보수적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내야수들은 시프트보다는 정상 위치에서 수비할 때가 많다. 몇몇 왼손 강타자를 상대할 때만 제한적으로 시프트를 쓴다. "시프트를 썼다가 빈 곳으로 타구가 가면 투수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김경문 감독의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과감하게 시프트를 구사하는 두산에 버금가고, LG에 조금 앞서는 DER을 기록했다. 

유격수 손시헌의 감각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2루수 박민우는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수비에서 알을 깨고 나왔다. 새 주장이 된 박석민은 지난해 126경기에서 실책 15개를 저질렀다. 2008년 126경기 18개 이후 한 시즌 최다 실책이다. "올 시즌에는 모든 면에서 한 단계 한계를 넘고 싶다"고 한 박석민은, 수비에서도 원래 기량을 찾아야 한다.

▲ LG 채은성 ⓒ SPOTV NEWS 곽혜미 기자
▲ 적수…SK, 실책왕 아닌 멀티맨…LG, 경험보다 운동 능력

SK는 지난해 실책 123개로 최다 3위였다. 그러면서도 DER은 상위권에 올랐다. 유격수 헥터 고메즈가 25개로 전체 1위, 2루수 김성현이 16개로 정근우(한화), 오재원(두산)과 함께 포지션 최다 실책. 워스의 포지션과 수비 안정성이 팀을 들었다 놓을 수 있다. 워스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합쳐 유격수로 더 많은 경기에 나왔다. 즉 워스가 고메즈를 넘지 못하면 여전히 중간에 머물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SK의 탄탄한 수비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선수는 최정이었다. 지난해는 그 명성과 달리 평균 대비 수비 기여도(스탯티즈 기준)가 -0.122로 나빴다. 200이닝 이상 3루수로 출전한 선수 가운데 뒤에서 5번째다. 번즈의 적응과 함께 최정이 부활한다면 팀 전체 수비가 달라진다. 

LG는 외야에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한 것이 성공했다. 채은성, 이천웅, 이형종 등은 송구 능력도 뛰어나다. LG를 만나면 '한 베이스 더'가 기본이었던 상대 팀들은 이들의 송구 능력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FA 정성훈의 거취가 남아 있으나 내야수에 대한 밑그림은 나와 있다. 오지환이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을 기다리고 있고, 손주인-최재원의 2루수 경쟁 구도가 그려진다. 

▲ 삼성 이원석 ⓒ 삼성 라이온즈
▲ 그리고…삼성-롯데-kt 주전 3루수 만들기

삼성은 지난해 3루수로 11명을 돌려 썼다. 주전으로 생각했던 아롬 발디리스(38경기 287⅓이닝)의 부상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입대 전 두산에서 주전 3루수였던 이원석을 데려와 변수를 줄였다. 야마이코 나바로의 복귀가 불발된 가운데 백상원 등이 벌일 2루수 주전 경쟁이 팀 수비력을 결정할 수 있다.

롯데는 주전 3루수 황재균이 메이저리그로 눈을 돌려 핫코너에 구멍이 생겼다. 황재균은 지난해 실책 15개를 저질렀지만, 평균 대비 수비 기여도는 0.700으로 리그 3루수 가운데 최고였다. 앞으로는 번즈의 3루수 기용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그는 지난해 토론토에서 3루수로 4경기에 나왔고, 마이너리그 역시 3루수 출전이 313경기 2715⅓이닝으로 가장 많다.

DER에서 압도적인 최하위였던 kt는 3루수로 앤디 마르테 대신 국내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 내심 염두에 뒀던 FA 황재균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면서 기존 선수로 그 자리를 채우게 됐다. 김연훈(143⅓이닝), 문상철(115이닝), 박용근(109⅓이닝), 심우준(104이닝)의 출전 빈도가 비슷했다. 올해 심우준의 포지션은 3루수일까 유격수일까.

KIA는 지난해 제대한 2루수 안치홍과 유격수 김선빈으로 시즌을 시작한다. 키스톤 콤비의 수비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2루수와 유격수 모두 평균 대비 수비 기여도가 마이너스였다. 외야 포지션 중복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당장은 좌익수 최형우, 중견수 버나디나, 우익수 김주찬 주전 기용이 예상된다. 한화와 넥센은 FA 영입이 없고 외국인 야수와 재계약해 선수 구성에 큰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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