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호주 오픈을 앞두고 훈련하고 있는 앤디 머레이 노박 조코비치 라파엘 나달(왼쪽부터)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10년 동안 남자 테니스는 수많은 명승부가 쏟아졌다. 같은 시대 등장하기 어려운 뛰어난 4명의 선수가 치열하게 경쟁했기 때문이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5, 스위스, 세계 랭킹 17위)는 남자 테니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 오픈 롤랑가로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17번 우승했다. 테니스 역사상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가장 많이 정상에 올랐고 27번 결승전을 치렀다.

살아 있는 테니스의 전설이 된 페더러의 앞을 가로막은 이는 라파엘 나달(31, 스페인, 세계 랭킹 9위)이다. '흙신'으로 불리는 그는 클레이 코트에서 진행되는 프랑스 오픈에서 9번 우승했다. 롤랑가로 무대에서 나달보다 우승 컵을 많이 들어 올린 이는 없다.

나달은 페더러와 상대 전적에서 23승 11패로 우위를 보였다. 페더러와 나달이 양분한 남자 테니스 무대를 뒤집은 이는 노박 조코비치(30, 세르비아, 세계 랭킹 2위)와 앤디 머레이(30, 영국, 세계 랭킹 1위)다.

조코비치는 2011년 호주 오픈과 윔블던 US오픈을 정복하며 일인자로 떠올랐다. 2015에는 '빅4' 체제를 무너뜨리며 독주에 나섰다. 이해 조코비치는 호주 오픈 윔블던 US오픈을 휩쓸었고  11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듬해 프랑스 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조코비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남자 테니스 무대를 장악했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1회전에서 떨어진 뒤 흔들렸다.

조코비치가 주춤하는 사이 치고 올라간 이는 머레이다. 머레이는 단점이 없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나지만 다혈질로 승부처에서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해 한 딸아이의 아버지가 된 뒤 한층 성숙해진 머레이는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조코비치를 끌어내리고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머레이는 영국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주인공이 됐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레이는 호주 멜버른에서 오랜만에 만난다. 페더러는 지난해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나달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많은 대회에서 나서지 못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페더러와 나달은 16일부터 호주 멜버른에서 진행되는 호주 오픈에 출전한다. 오랜만에 빅4는 호주 오픈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 2017년 호주 오픈을 앞두고 훈련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 ⓒ GettyImages

호주 오픈, '빅4' 시대의 현재 진행형? 새로운 우승자?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남자 테니스는 '빅4'의 시대였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레이 네 명의 선수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36번의 그랜드슬램 대회 가운데 31번 우승했다.

역대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자 목록을 보면 '빅4'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페더러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17번 우승했다. 2위는 14번 정상에 오른 나달이고 3위는 14번 우승한 피트 샘프라스(46, 미국)다. 조코비치는 12번 정상에 오르며 역대 4위를 달리고 있다.

이들과 비교해 머레이는 3번 우승했다. '만년 2인자'로 불린 그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11번이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며 이번 호주 오픈 1번 시드를 받은 머레이는 이 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머레이는 15일(한국 시간)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스포츠의 현실은 계속 변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 나이를 먹을 것이고 젊은 선수들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박(조코비치)과 로저(페더러) 그리고 스탄(바브린카)과 라파엘(나달)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은 이 자리에 오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무릎 수술을 받은 페더러는 이달 초 호주 퍼스에서 열린 복귀전(마스터카드 호프먼컵 1회전)에서 대니얼 에번스(영국, 세계 랭킹 66위)를 2-0(6-3 6-4)으로 눌렀다.

▲ 2017년 호주 오픈 이벤트에 참여한 로저 페더러와 다리아 가브릴로바, 노박 조코비치(왼쪽부터) ⓒ GettyImages

어느덧 빅4는 모두 서른을 넘었고 페더러는 백전노장이 됐다. 새로운 다크호스들이 매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높은 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들 외에 지난해 US오픈 우승자인 스탄 바브린카(32, 스위스, 세계 랭킹 4위)와 '미사일 서버' 밀로스 라오니치(27, 캐나다, 세계 랭킹 3위) 니시코리 게이(27, 일본, 세계 랭킹 5위)도 우승 후보다.

호주의 더운 날씨와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체력을 유지하는 점이 중요하다. 지난 겨울 많은 선수들은 올해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 오픈에 맞춰 훈련했다.

페더러는 "가능한 열심히 훈련했고 대회에 나설 준비가 됐다'며 "그동안 2시간 반에서 3시간 이상의 수많은 훈련을 해 왔다. 거기(코트)에 가면 내가 해 온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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