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과르디올라 감독이 고개를 숙였다. 맨체스터 시티는 시즌 5번째 패배를 기록했고 순위는 5위까지 곤두박질했다. 이제 맨시티의 축구도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

맨시티는 15일(한국 시간)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16-17 시즌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에서 에버튼에 0-4으로 졌다. 개막 뒤 6연승을 달리면서 선두를 질주하던 맨시티의 기세는 사라졌다. 맨시티의 부진의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사람의 몸은 병원체가 들어와 질병을 유발하면 항체를 만들기 시작한다. 바이러스, 세균 등 항원과 결합해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어떤 질병에 면역이 생기고 나면 다시 재발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다. 흔히 말하는 백신도 병원체를 주입해 인체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 질병을 예방하는 개념이다.

과르디올라가 첫발을 프리미어리그에 내디뎠을 때 마치 그의 전술은 새로운 병원체 같았다. 힘과 속도가 강조되어 가장 힘이 넘치지만 투박하다고 여겨졌던 프리미어리그에서 짧은 패스와 동시다발적인 침투로 공격을 펼친 과르디올라의 축구는 무척 이질적이지만 강했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도 좋았다. 6연승을 달리는 동안 5실점으로 적진 않았지만 2골 이상 내준 경기도 없었다. 공격력이 워낙 막강해 1실점 정도는 상쇄하고도 남았다.

▲ "아, 괜히 이적했어." 이번 시즌 에버튼에서 맨시티로 이적한 존 스톤스(왼쪽에서 두 번째).

그러나 이제 프리미어리그 팀도 '면역'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맨시티 대처법은 라이벌 팀들이 먼저 찾아냈다. 7라운드 토트넘이 전방 압박으로 맨시티의 빌드업부터 방해해 2-0으로 승리하면서, 맨시티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이후 다른 팀들도 맨시티를 만나면 전방 압박을 펼쳐 공격력을 약화시키는 전술을 종종 사용했다. 빠르고 거친 압박에 버티기엔 맨시티의 기술적 수준이 충분하지 않았다.

선두 첼시는 다른 방식으로 맨시티를 무너뜨렸다. 첼시는 스리백을 세우고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맨시티에 역전승을 하면서 다른 팀들에 맨시티를 무너뜨릴 또다른 실마리를 줬다. 지난 21라운드에서 에버튼은 스리백과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이 절묘하게 조화해 맨시티를 꺾었다. 에버튼은 스리백으로 맨시티의 공격을 묶은 뒤 역습을 펼쳐 유효 슈팅 4개로 4골을 뽑았다.

맨시티는 징계 중인 페르난지뉴와 무릎 인대를 크게 다친 일카이 귄도안이 이탈한 뒤 미드필드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 세밀한 패스 전개가 사라져 공격도 답답해졌고, 활동량이 떨어져 중원의 장악력도 약해졌다. 맨시티의 기본적인 경기력이 시즌 초반만 못하다. 그러나 최근 맨시티는 같은 패턴에 연달아 무너지고 있다. 완벽히 경기 주도권을 잃고 수비에만 집중하다가 실점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 보통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다가 공을 빼앗겨 역습에 실점한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를 상대하는 법을 어느 정도 익힌 것도 사실이다.

맨시티는 선수 구성과 프리미어리그의 특성에 맞게 전술 진화를 시도해야 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술상 문제를 빠르게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맨시티가 다시 한번 프리미어리그에 '신드롬'을 일으키려면 또 한번 발전한 축구가 필요하다.

[영상] Gola's 맨체스터 시티-에버튼 ⓒ스포티비뉴스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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