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깨비'의 멋진 세 남자, 공유-이동욱-육성재(왼쪽부터).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김정연 인턴기자] 21일 15, 16회를 연속 방송하며 종영하는 '도깨비'는 살면서 가끔 기억날 명대사를 은근히 많이 남겼다. 어느 때보다 인생을 돌아보게 한, 김은숙의 서정적인 대사는 공유와 이동욱 등 주연 배우들의 목소리로 살아나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 제작 화앤담픽처스, 이하 '도깨비')로 또 한번 신드롬을 불러온 김은숙 작가는 지난해 열린 ‘도깨비’ 제작발표회에서 "'대사발'이라는 지적을 항상 받는다. 없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서사를 잘 짜겠다. 엔딩까지 힘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듯 말했고, 이를 멋지게 증명했다. '도깨비'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애기야 가자", '상속자들'의 "나 너 좋아하냐?", '태양의 후예'의 "~말입니다" 같은 유행어 대신, 곱씹을수록, 가슴을 찌르는 명대사를 남기고 떠난다. '도깨비'를 보내며 김은숙의 빼어난 글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빛을 발한 명대사를 꼽아봤다. 

◆ 하나, “망각 또한 신의 배려입니다”(망자를 향한 이동욱의 따뜻한 한마디)

'도깨비'의 매혹적인 이동욱은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일이 주업무. 이 과정에서 저승사자는 망자를 자신의 찻집으로 데려와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주는 차를 마시게 했다. 2회에서 저승사자는 음주운전을 한 남자와 그 때문에 죽게 된 여자를 찻집으로 데려왔다. 저승사자는 여자에게 차를 줬고, 여자는 "정말 다 잊어야 하나요?"라고 되물었다. 이에 저승사자는 "망각 또한 신의 배려입니다"고 다정히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왜 안주냐는 남자에게 “당신은 기억해야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사람 쳐서 죽게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라며 차갑게 말했다. 알고 보니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 분)의 엄마(박희본 분)을 죽게 한 전과가 있는 것. 이 대사는 이동욱의 다정함과 차가움을 오가는 연기력과 김은숙 작가의 촘촘한 서사가 만나 명대사로 남게 됐다. 이 대사는 이승에서 죄를 지으면 죽은 후에 그 죄를 오롯이 기억하며 고통스럽게 사후세계를 보내게 될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던졌다.

◆ 둘, "넌 아주 잘 풀었다. 너의 삶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공유의 운명론)

앞서 미래를 볼 수 있는 도깨비 김신(공유 분)은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소년(남다름 분)을 구해줬다. 이후 4회에서 소년은 노인이 돼 저승사자의 찻집으로 오게 됐고, 그곳에서 김신과 재회했다. 노인은 다시 소년의 모습으로, 문제의 답을 '4'라고 알려줬는데 왜 그대로 풀지 않았냐 질문하는 김신에게 "나는 아무리 풀어도 '2'더라. 그건 내가 못푸는 문제였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신은 "아니, 넌 아주 잘 풀었다. 너의 삶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도깨비는 소년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소년처럼 나아가는 이는 없었다. 다들 기적의 순간을 한 번 보고, 또다시 기적이 오기만을 바라며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공유의 이 대사는 노력하지 않고, 요행만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강한 울림을 선사했다. 

◆ 셋, "찾아보려고 간절하게. 내가 어떤 문을 열어야 신의 계획에 변수가 될 수 있는지" 김고은 향한 간절한 공유의 마음

김신과 저승사자는 찻집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 급한 화장실 볼일로 망자가 아니면 들어올 수 없는 찻집의 문을 연 인간을 마주하게 됐다. 이에 김신은 "인간의 간절함은 못 여는 문이 없구나"하며 감탄했다. 이후 김신은 스키장으로 도망쳤던 지은탁을 다시 집으로 데려왔고, 이제 어떻게 하려고 하냐는 저승사자의 질문에 "그때, 네 찻집 문 열고 들어왔던 남자 기억나?"라며 묻고는 "인간의 간절함은 못 여는 문이 없고 때론 그 열린 문 하나가 신의 계획에 변수가 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찾아보려고 간절하게. 내가 어떤 문을 열어야 신의 계획에 변수가 될 수 있는지"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김신 가슴에 꽂혀 있는 검을 뽑아야만 살 수 있는 운명을 가진 도깨비신부 지은탁을 두고, 검을 뽑으면 무(無)로 돌아가는 운명을 지닌 김신이 지은탁을 지키기 위해 신이 내린 운명을 바꾸려 노력할 것을 시사하며 여심을 흔들었다.

▲ '도깨비'는 두고두고 기억날 명대사를 만들어냈다.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 넷, "운명은 내가 던진 질문일뿐,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육성재에 빙의된 신)


12회에서는 도깨비 가신 유덕화(육성재 분)에게 빙의된 신의 목소리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찔렀다. 유덕화를 찾기 위해 클럽에 온 김신과 저승사자에게 유덕화는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신은 늘 듣고 있었다"며 그들을 꾸짖었다. 이어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 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후 유덕화와 작별인사까지 마친 신은 나비의 모습으로 날아갔다. 이 대사는 모든 일을 신의 탓으로, 운명으로 돌리며 불만을 쏟아내기만 하는 사람들을 꾸짖으면서도, 능동적으로 행동하면 정해진 운명을 개척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 대사는 또한 이후 '도깨비' 전개에 대한 복선을 남기기도 했다.

◆ 다섯, "사랑한다. 그것까지 이미 하였다"(사라져간 공유의 애틋한 고백)

김신은 13회에서 결국 간신 박중헌(김병철 분)의 계략에 넘어간 지은탁의 손에 검이 뽑혔다. 사실 이는 김신의 선택이기도 했다. 가슴에 꽂힌 검의 용도는 900년을 떠돈 망령 박중헌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물의 검은 지은탁 손으로 뽑히면서, 불의 검으로 변했고 박중헌을 없애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신 역시 검이 뽑히면서 무(無)로 돌아가게 됐다. 뒤늦게 김신에게 달려온 지은탁은 오열하며 "사랑한다"고 외쳤다. 이에 김신은 재로 변하며 "사랑한다, 그것까지 이미 하였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김신이 외친 이 한마디는 지은탁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며, 찬란한 도깨비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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