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지훈이 '오 마이 금비'에서 이미지 변신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김정연 인턴기자] 가수 겸 배우 이지훈(37)은 올해로 데뷔 21년 차를 맞았다. 선하고 부드러운 이미지 덕분에 착한 캐릭터만 주로 해온 그는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를 통해 악역에 도전했다.

이지훈은 최근 스포티비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악역 도전에 대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표현했다. 앞서 KBS1 '장영실'을 통해서도 악인으로 비춰지는 역할을 맡았지만, 절대악은 아니었다. 사극에서는 절대악이기 보다는 명분에 따라 악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장영실'에서 이지훈이 맡았던 장희제 역시 그런 인물이었다. 이후 이미지 변신을 원하던 이지훈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장영실'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영조 PD가 악역 차치수 역으로 그를 캐스팅하게 된 것.

"PD님과는 '장영실'을 함께한 후 종종 안부전화를 나눴는데, 그 때는 저에 대해 아직 생각이 없으셨어요. 그런데 차치수 역 캐스팅 보드에 나쁘고 사나운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만 올라온거죠. 뭔가 다른 느낌의 배우가 필요하다 싶던 차에, 저를 떠올리셨다고 하셨어요. '오 마이 금비' 대본리딩 일주일 전에 PD님에게서 전화가 왔고 작품에 들어가게 됐어요."

이지훈은 기존 이미지를 깨고,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 의식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서 어둡고 차가운 면을 상상하지 않는다. 내 내면에 있는 어두운 색깔을 보여주고 싶은게 개인적인 목표였다. '저게 이지훈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오 마이 금비'는 내게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지훈은 지난 1996년 데뷔곡 '왜 하늘은'으로 큰 인기를 끌며 시작부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20대를 승승장구하며 보내던 그는 30대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이지훈은 "내 20대는 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개인적으로 20대의 성공이 독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좌절, 실패 등을 겪어봐야 성공의 가치에 대해서 알거든요. 그런데 저는 무(無)에서 큰 것을 얻다보니 소중함을 몰랐고, '당연히 되는거다'라고 생각했어요. 30대가 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내가 가진 것이 다 소멸되고 나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죠."

▲ 이지훈이 뮤지컬을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얻었다. 사진|곽혜미 기자
30대가 된 이지훈은 '이대로 가다가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다. 한참동안 작품이 없었던 시기가 왔고 큰 위기감을 느꼈다. 뭘 해도 주목받던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좌절감이 따라왔다. 

하지만 그는 낙심하지 않고 신앙과 가족을 통해 힘을 얻었다. 이지훈은 "위기가 올 때마다 새로운 창구가 열리더라. 앨범이 안될 때는 드라마라는 기회가 왔고 드라마에서 좌절하게 될 때는 뮤지컬이라는 창구가 열렸다. 나이가 들었다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지훈은 뮤지컬을 통해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뮤지컬은 연습을 통해 노래, 연기 등 에 끊임없이 자기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장르다. 이지훈은 지금껏 한번도 따로 배운적 없는 노래, 연기를 레슨 받으며 학습했고, 조금씩 발전하는 자신을 보며 작은 것에 대한 감사함도 깨닫게 됐다. 

그는 "사실 첫 작품인 '알타보이즈'(2006)를 할 때는 재미를 못 느꼈어요. 팬들이 '오빠는 왜 춤이 반박자씩 느리냐'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다 보니 2년 동안 쉬게 됐죠. 다행히도 '햄릿'이 들어오면서, 뮤지컬에 대해 눈을 뜨게 됐어요. 이 때부터 무대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꾸준히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온 이지훈은 2017년에도 소처럼 일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개막한 뮤지컬 '영웅'이 지방공연 등을 포함해 6월까지 예정돼 있고, 그 사이 일본에서 개막하는 '인터뷰'에도 참여한다. 원조 한류스타답게 많은 일본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오랜만에 일본 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렘을 드러냈다.

"'인터뷰'란 소극장 공연으로 오랜만에 일본 팬들을 만날 것 같아요. 매번 제 공연 보러 한국으로 와주는데, 이번엔 제가 가서 팬들을 만나려고요. 안간지 꽤 오래되기도 했어요. '인터뷰'에서는 1인 4역을 연기하게 돼요. 대사량이 그만큼 엄청나지만 연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팬들도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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