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속 주연과 조연의 경계는 분량과 영화의 흐름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주고하고, 많은 분량 등장하는 이들을 우리는 주연이라 부르고, 그 주변에서 영화에 양념을 치거나, 주연의 조력자 역을 하는 사람을 조연이라고 부른다.

과거 서브남주, 명품조연 등의 말들이 유행어처럼 번질때가 있었다. 의미는 좋다. 서브남주는 단순히 주연을 빛나게 하는 남자 조연이 아닌, 주연에 버금가는, 혹은 뛰어 넘는 매력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 말이고, 명품조연은 말 그대로 명품의 값어치를 하는 조연을 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주연 못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하는, 분량보다는 강렬한 임팩트를 조연들이 많은 이유다.

현재 극장가를 점령하고 쌍끌이 흥행중인 영화 '더 킹'과 '공조'에도 이런 조연들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분량은 아니다. 짧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한순간 극에 몰입하게 만들고, 관객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더 킹'에서 안희연 검사 역을 맡은 배우 김소진과 '공조'에서 박명호 역을 맡은 이동휘가 그 주인공이다.

▲ 영화 '더 킹'에 안희정 검사 역을 맡은 배우 김소정(왼쪽). 제공|NEW
먼저 '더 킹'에서 안희연 검사는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한강식(정우성) 패밀리를 잡기 위해 등장한다. 수많은 검찰들 앞에서 한강식의 말도 안되는 행위들을 비판하며 "대한민국 역사상, 이런 쓰레기 들이 있었습니까? 착한 사람들 옷 벗기 전에 이 사람들 옷 벗기죠"라는 대사는 상당히 강렬하다.

안희정을 연기한 김소정은 연극 '클로저'를 비롯해 영화 '초능력자' '체포왕' '퀵' 등의 단역을 거쳐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우는 남자' '신의 한수' '두근두근 내 인생' '도리화가' 등 다수의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한 배우다. 김소정은 강인하고 정의로운 검사 안희정을 뛰어나게 소화했다. 사람들을 설득 시킬 때 열변을 토하지도, 감정에 호소하지도 않는다. 다만 확신에 찬, 그리고 신념에 찬 강인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신뢰감을 높인다.

안희정은 사실 실제 모델이 있다.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에 따르면 안희정은 임은정 검사를 모티브로 탄생한 인물이다. 임은정 검사는 이른바 '도가니 사건'(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공판 검사를 맡으며 '도가니 검사'로 유명하다. 한 감독은 "사실 실제로 만나서 취재를 하거나 인터뷰를 하지는 못했다. 임은정 검사의 기사와 그동안의 자료를 토대로 만들었고, 이런 검사가 많아야 검찰 조직이 점차 발전한다는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 영화 '공조'에서 탈북자 출신 박명호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 제공|CJ 엔터테인먼트
'공조'에는 김소정보다 낯익은 배우가 등장한다. 언제나 유쾌하고 발랄하고, 주인공 옆에서 깐족 거리는 캐릭터로 사랑을 받아온 이동휘는 '공조'를 통해 색다른 옷을 입었다. 탈북자 출신으로 밀반입을 하는 박명호로 분한 것. 박명호는 탈북 후 남한에 살면서 북한 범죄 조직의 리더 차기성(김주혁)의 탈북을 돕는다.

박명호 역시 짧은 분량이다. 하지만 임팩트는 대단하다. 극 초반 림철령(현빈)이 차기성을 잡기 위해 남한으로 넘어온 후 연결 고리인 박명호를 찾는데, 두 사람이 마주한 후 길게 이어지는 추격신은 영화의 초반을 압도한다. 

박몀호 캐릭터가 더욱 빛나는 것은 이를 연기한 이동휘에게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영화 '타짜-신의 손' '베테랑' '뷰티 인사이드', 카메오로 출연한 '럭키'까지 그의 이미지는 한정 돼 있었다. 극에 양념을 치고 감초 역을 하던 이동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어두운 이미지의 박명호를 소화했다.

이처럼 영화 속 눈길을 끄는 조연은 관객들의 마음 속에 남는다. 많은 분량은 아닐지라도 그 안에서 자신의 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완벽하게 수행해 극의 완성도를 높인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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