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전북 현대의 2017년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박탈이 확정됐다. ACL 출전권 박탈의 이면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전북 현대의 미온적 대응이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출전 관리 기구(ECB)는 지난달 18일 AFC 클럽 대회 규정 제11조 8항에 따라 심판 매수 사건을 일으킨 전북의 2017년 시즌 ACL 출전 자격을 제한했다. 전북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CAS는 3일 '전북의 항소를 기각한다'며 전북의 ACL 출전 자격 박탈을 통보했다. 

지난해 9월 전북은 2013년 심판 매수 사건이 드러나 승점 9점 삭감과 벌금 1억 원의 징계를 받았다. 프로축구연맹의 징계가 확정되자 AFC는 곧바로 검토에 들어갔다. 

AFC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축구 관계자는 당시 "AFC는 각국 축구협회에서 문제가 될 만한 일이 발생하면 자체 조사를 하거나 해당 축구협회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전북 사태와 유사한 사례에 대한 AFC의 명문화된 처리 방향이나 양형 기준은 없다. 다만 AFC는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해당 축구협회나 구단 등 사태의 당사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세웠는지를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AFC는 한국이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 주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심판 매수는 ‘스카우트 개인의 행동’이라며 구단과 무관을 주장한 전북, 승점 9점 삭감과 벌금 1억 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연맹의 결정에 AFC는 문제를 제기하고 직접 칼을 뽑았다. 전북의 ACL 출전 자격 제한을 결정한 것이다.  

전북의 ACL 출전권이 박탈되면서 2017년 시즌 ACL은 ‘디펜딩 챔피언’ 없는 대회로 펼쳐지게 됐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한국 축구는 스포츠의 가치를 크게 훼손한 사건 자체뿐만 아니라 미숙하고 안이한 사후 처리와 부족한 자정 능력이라는 민낯을 국제 스포츠계에 그대로 드러냈다. 무엇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실망을 안겼다.

오랜 시간 한국 축구를 괴롭혔던 앓던 이는 일단 빠졌다. 혹시라도 부담스러웠던 짐을 벗어던졌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국 축구는 머지않은 장래에 또다시 고통스런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이런 일이 왜 생겼는지, 재발을 막으려면 어떤 마음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며 옷깃을 여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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