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준은 SBS 월화 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에서 차민호 역을 맡아 무서울 것 없는 잔인한 권력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차민호는 자신의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쌍둥이 형 차선호를 살해했고, 이후에는 형 노릇을 하며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박정우(지성 분) 앞에서는 지문 검사를 피하고자 장을 지지기도 했다.
엄기준은 차민호라는 인물을 섬뜩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가 나타내는 눈빛과 표정은 살벌하다. 수술을 받는 차선호를 바라보며 “형, 제발 가라. 좀”이라며 잔인한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쏟아냈고, 차선호가 죽자 거짓 오열을 보여주며 웃는 모습은 그의 연기력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준호는 KBS2 수목 드라마 ‘김과장’(극본 박재범, 연출 이재훈)에서 괴팍한 냉혈한에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서율로 분했다. 서율은 약자에게는 잔인하도록 가혹하고, 강자에게도 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인물이다.
이준호에게 ‘김과장’은 처음으로 연기를 선보이는 작품이 아니다. 그는 영화 ‘감시자들’ ‘스물’ ‘협녀, 칼의 기억’을 비롯해 드라마 ‘기억’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그 결과, 주인공 김성룡(남궁민 분)을 쥐락펴락하는 남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독설과 협박, 분위기를 압도하는 눈빛 등은 절대 악인 서율을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평이다.
최태준 또한 자연스럽고 섬뜩한 연기로 MBC 수목 드라마 ‘미씽나인’을 휘어잡고 있다. ‘미씽나인’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라진 9명의 행방과 숨은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최태준은 극 중 최태호로 분해 드라마를 이끌어가고 있는데,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이기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최태준이 연기하고 있는 최태호는 비행기 기장을 죽였고, 윤소희(류원 분)와 이열(박찬열 분)을 죽였다. 더군다나 어떤 과정으로 탈출하게 됐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무인도에서 벗어난 모습도 공개됐다. 절대 악인으로 변신한 최태준은 엄기준, 이준호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극을 압도하고 있다.
엄기준, 이준호, 최태준뿐만 아니다. 최근 브라운관은 ‘악인 전성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악인 캐릭터가 활약하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성동일, 황신혜, 이지훈 등은 강한 존재감을 지닌 악인을 연기해 호평받았다. 또 tvN ‘도깨비’에 출연한 김병철 등은 짧은 분량이었음에도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렇듯 완벽한 악인 캐릭터로 변신한 배우들의 열연은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