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지난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108년’과 ‘68년’의 저주에 걸린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맞대결이 이뤄졌다.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컵스가 우승을 차지했고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열기 속에 2016년 시즌 막을 내렸다.

월드시리즈의 뜨거웠던 열기가 스토브리그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새로운 CBA 협정(메이저리그 노사 협약) 체결이 늦어지면서 구단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느려졌다. FA(자유 계약 선수) 시장에는 마무리 투수 빅 3인 아롤디스 채프먼, 켄리 잰슨, 마크 멜란슨을 제외하면 대어급 선수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7명의 선수가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었지만 이번에는 요에니스 세스페데스(4년 1억 1000만 달러)가 유일하게 대박 계약에 성공했다.

예년에 비해 한파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던 스토브리그가 어느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월 중순 투수와 포수 조의 소집을 시작으로 구단들은 본격적인 스프링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스프링 트레이닝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팀들은 이번 겨울 어떻게 전력의 밑그림을 그렸는지 지구 별로 살펴본다.

 ▷ 시카고 컵스

‘디펜딩 챔피언’컵스는 불펜진에 변화를 줬다. 4명의 선수를 내주고 데려온 아롤디스 채프먼과 동행은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면서 끝났다. 채프먼은 5년 8,600만 달러의 구원 투수 최고액 계약을 맺으며 5개월 만에 다시 뉴욕 양키스로 돌아갔다. 컵스는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 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채프먼의 공백을 메웠다.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데려온 불펜 투수 조 스미스 역시 붙잡지 않았다. 대신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투수 우에하라 고지와 1년 600만 달러 게약을 맺으며 불펜을 강화했다.

선발진에서는 15승을 거뒀지만 시즌 막판 부진했던 제이슨 해멀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5선발 후보로는 지난해 7월 트레이드로 이적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좋은 투구 내용을 보였던 마이크 몽고메리가 유력하다. 컵스는 LA 다저스에서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던 왼손 선발투수 브렛 앤더슨과 1년 35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선발진에 깊이를 더했다.

타선은 우승 전력을 거의 유지했지만 덱스터 파울러가 라이벌 팀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하면서 리드오프에 공백이 생겼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활약한 존 제이를 영입했지만 출루율(0.339)면에서 파울러(0.393)의 공백을 메울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세인트루이스는 2016년 시즌이 끝난 뒤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팀 내에서 2번째로 많은 28홈런을 기록한 거포 1루수 브랜든 모스,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20개의 홈런을 때려 낸 맷 할러데이가 FA로 팀을 떠나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는 스토브리그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거포 유형의 타자들이 FA 시장에 많이 있었지만 세인트루이스는 중견수 덱스터 파울러와 5년 8,250만 달러의 계약을 맺는 것으로 타선 보강을 마쳤다.

타선과 마찬가지로 투수진도 빠져나간 선수들이 많았지만 영입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선발 하이메 가르시아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보내면서 즉시 전력감이 아닌 유망주들을 받았다. 불펜 투수 세스 메이니스와 딘 키케퍼가 팀을 떠났고 잭 듀크가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불펜에 공백이 생겼지만 왼손 불펜 투수 브렛 세실(4년 3,050만 달러)만 영입하고 FA 시장에서 철수했다. 세인트루이스는 2017년 들어서도 스토브리그에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며 새로운 시즌 준비를 일찌감치 마쳤다.

 ▷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피츠버그도 세인트루이스와 마찬가지로 스토브리그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네프탈리 펠리스(밀워키 브루어스)가 떠난 불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니엘 허드슨과 2년 1,1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었고 다른 투수의 영입은 없었다. 이반 노바(3년 2,600만 달러)를 잔류시켰지만 제프 로크와 라이언 보겔송이 떠난 선발진은 지난해 빅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 준 제임슨 타이욘, 채드 쿨, 타일러 글래스노 등 젊은 투수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2016년 커리어 하이(타율 0.270 18홈런 56타점)를 기록한 만능 선수 션 로드리게스와 대타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맷 조이스가 떠난 타선은 별다른 영입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피츠버그는 외부 영입 대신 유망주들을 스프링캠프에 초청해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을 가려 낼 계획이다. 트레이드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앤드류 맥커친은 결국 팀에 남았고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포지션을 옮기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 밀워키 브루어스

밀워키는 조용했던 세인트루이스와 피츠버그에 비해 바쁜 겨울을 보냈다. 2016년 내셔널리그 홈런 1위(41개) 크리스 카터를 포기하고 KBO 리그에서 활약한 에릭 테임즈와 3년1,6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트레이드로 장타력을 갖춘 3루수 트래비스 쇼를 영입했고 에릭 소가드 등 내야 백업을 맡을 수 있는 선수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내야진에 깊이를 더했다.

밀워키는 지난해 시즌 중반 팀을 떠난 마무리 제레미 제프리스(텍사스 레인저스)를 대신해 뒷문을 지켰던 타일러 손버그마저 보스턴으로 보내면서 불펜이 큰 공백이 생겼다. 밀워키는 피츠버그에서 부활에 성공한 네프탈리 펠리스와 1년 39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마무리 투수 고민을 덜었다.

▷ 신시내티 레즈

신시내티는 지난해 내셔널리그(NL) 불펜 평균자책점 14위(5.09)에 머물렀던 불펜에 많은 변화를 줬다. J.J. 후버, 로스 올렌도프, 조시 스미스, 키비어스 샘슨 등이 팀을 떠났고 그 자리를 베테랑 불펜 드류 스토렌(1년 300만 달러), 루이스 콜먼(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대체했다. 팀의 에이스 구실을 했던 선발투수 댄 스트레일리(마이애미 말린스)가 떠난 1선발 자리는 앤서니 데스클라파니가 맡게 됐고 선발진의 공백은 베테랑 스캇 펠드먼(1년 230만 달러)의 영입으로 채웠다.

2016년 후반기 리그 OPS 3위(0.759)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타선은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지난해 오클랜드에서 포지션 변경(내야수→외야수)까지 시도했지만 마이너리그에 주로 머물러야 했던 아리스멘디 알칸타라를 웨이버 클레임으로 영입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만 7시즌을 뛴 데스몬드 제닝스도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영입했지만 알칸타라와 제닝스 두 선수 모두 팀 내에서 소임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