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카나시온은 인디언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지난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108년’과 ‘68년’의 저주에 걸린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맞대결이 이뤄졌다.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컵스가 우승을 차지했고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열기 속에 2016년 시즌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의 뜨거웠던 열기가 스토브리그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새로운 CBA 협정(메이저리그 노사 협약) 체결이 늦어지면서 구단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느려졌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는 마무리 투수 빅 3(아롤디스 채프먼, 켄리 잰슨, 마크 멜란슨)를 제외하면 대어급 선수가 많지 않았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무려 7명의 선수가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었지만 이번에는 요에니스 세스페데스(4년 1억 1000만 달러)가 유일하게 '대박' 계약에 성공했다.

예년에 비해 한파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던 스토브리그도 어느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월 중순 투수와 포수조의 소집을 시작으로 구단들은 본격적인 스프링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스프링 트레이닝을 앞두고 각 팀들은 이번 겨울 어떻게 전력의 밑그림을 그렸는지 지구별로 살펴본다.

▷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지난해 아쉽게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던 클리블랜드는 좀 더 젊은 팀이 되기 위해 베테랑 타자들과 이별을 택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34개)과 타점(101개)를 기록한 마이크 나폴리(35)와 아메리칸리그(AL) 도루 1위(43개)를 차지한 라제이 데이비스(36), 포스트시즌에서 베테랑의 면모를 보였던 코코 크리습(37)을 붙잡지 않았다. 대신 AL 타점 1위(127개)에 오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강타자 에드윈 엔카나시온과 3년 6,0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으며 나폴리의 공백을 메웠다. 베테랑 외야수들이 빠진 자리는 지난해 데뷔해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 준 타일러 네이킨, 부상에서 회복한 마이클 브랜틀리 등이 차지할 예정이다.

2016년 AL 팀 평균자책점 2위(3.84)를 기록했던 투수진에 큰 변화는 없었다. 불펜은 앤드류 밀러에게 집중된 부담을 덜어 줄 왼손 불펜 투수 분 로건을 영입하며 더욱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클리블랜드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KBO 리그와 인연이 깊었다. 지난해 불펜에서 활약했던 제프 맨십이 NC 다이노스와 계약을 맺으며 KBO 리그로 떠났고 kt 위즈에서 뛰었던 트래비스 밴와트는 클리블랜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도전하고 있다.


▷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디트로이트는 외야수 카메론 메이빈을 LA 에인절스로 트레이드하면서 가장 먼저 스토브리그 이적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 1시즌 만에 돌아온 올스타 출신 포수 알렉스 아빌라(1년 200만 달러)의 영입 소식만 있었을 뿐 전력 보강을 위한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2루수 이안 킨슬러가 한때 LA 다저스와 연결됐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디트로이트는 지난해와 거의 변화가 없는 선수단을 유지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스토브리그에서 많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는데  KBO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많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브렛 필, 롯데 자이언츠에서 금지약물 복용으로 시즌 중반 팀을 떠난 짐 아두치, 삼성 라이온즈에서 기량 미달로 방출된 투수 콜린 벨레스터가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2011년 KIA에서 뛰었던 왼손 투수 트레비스 블랙클리도 4년 만에 메이저리그 복귀에 도전하고 있다.

한편 지난 11일(한국 시간) 마이클 일리치 구단주가 향년 87세로 타계하면서 디트로이트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을 잃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보는 것이 꿈이었던 일리치 구단주는 적자를 개의치 않고 대형 FA를 영입하며 끊임없이 팀 전력을 보강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 캔자스시티 로열스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 팀 캔자스시티는 당시 우승에 결정적 구실을 했던 불펜 3총사 가운데 2명과 결별을 택했다. 2016년 시즌 중반 흉곽 출구 증후군 수술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한 루크 호체이버는 구단이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서 FA 자격을 얻었다.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는 2017년 연봉 1000만 달러의 옵션이 실행됐지만 컵스의 외야수 호르헤 솔레어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한때 LA 다저스의 불펜 투수였던 브랜든 리그, 크리스 위드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지만 즉시 전력감 영입 소식은 들리지 않아 켈빈 에레라의 어깨가 무거워질 전망이다. 선발진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네이선 칸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뒤 큰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나 에이스 요다노 벤추라의 갑작스런 사망 사고로 공백이 생겼고 FA 시장에 남아 있던 선발 제이슨 해멀과 계약(2년 1,600만 달러)을 맺으며 선발을 보강했다.

투수진만큼은 아니지만 타선에도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지난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30개)을 때려 낸 지명타자 켄드리스 모랄레스가 FA 자격을 얻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떠났다. 팀 내 도루 1위(30개)를 기록한 제로드 다이슨은 트레이드를 거쳐 시애틀로 이적했다. 캔자스시티는 두 선수의 공백을 메우는 데 많은 투자를 하지는 않았다. 외야수 자리에는 컵스와 트레이드로 얻은 호르헤 솔레어를 활용할 예정이다. 지명타자 자리는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파워가 있는 베테랑 타자 브랜든 모스의 영입(2년 1,200만 달러)으로 공백을 메웠다.


▲ 세일은 올 시즌부터 화이트삭스가 아닌 레드삭스의 유니폼을 입는다.

▷ 시카고 화이트삭스

화이트삭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주목 받는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됐다. 2012년 17승을 시작으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4년 연속(2013-2016) 200탈삼진을 기록한 에이스 크리스 세일을 보스턴 레드삭스의 유망주 4명(요안 몬카다, 마이클 코페치, 빅터 디아즈, 루이스 알렉산더 바사베)과 트레이드했다. 화이트삭스는 내친김에 2선발 호세 퀸타나의 트레이드까지 추진했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부활을 노리는 왼손 선발 투수 데릭 홀랜드와 워싱턴 내셔널스 최고의 투수 유망주 루카스 지올리토, 레이날도 로페즈를 영입했지만 세일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타선 역시 마이너스 요소만 눈에 띈다. 지난해 AL 팀 득점 11위(686개)에 머물렀던 화이트삭스는 팀 내 득점 1위(91개)를 기록한 외야수 애덤 이튼을 워싱턴으로 보냈다. FA 자격을 얻은 알렉스 아빌라, 저스틴 모어노, 오스틴 잭슨은 모두 팀을 떠났다. 세일의 트레이드 때 데려온 보스턴 최고의 유망주 요안 몬카다는 화이트삭스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미네소타 트윈스

2016년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시즌 중반 테리 라이언 단장이 물러난 미네소타는 새로운 프런트로 교체된 뒤 처음 맞는 스토브리그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FA로 팀을 떠난 커트 스즈키를 대신해 제이슨 카스트로와 3년 2,4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을 뿐 전력 보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42홈런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2루수 브라이언 도저에 관심을 보이는 팀이 많았지만 결국 잔류가 결정됐다.

지난해 AL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08)에 머물렀던 투수진의 보강은 거의 없었다. 박병호의 거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오른손 불펜 투수 맷 벨라일과 1년 25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고 그 외의 영입은 대부분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이뤄졌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안면 골절 부상과 부진으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베테랑 선발투수 라이언 보겔송과 KBO 리그 kt 위즈에서 뛰었던 요한 피노 등이 스프링캠프에 초청돼 25인 로스터 진입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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